기업간거래(B2B) 사업모델을 추구해온 국내외 IT기업들이 올해 잇따라 일반사용자를 겨냥한 'B2C' 서비스에 뛰어드는 추세다. 특정 시장에서의 업무용 시스템 또는 소프트웨어(SW) 공급이라는 범주를 넘어서 기업브랜드 제고와 서비스가치 창출이라는 효과를 거머쥐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그간 B2B 업체로 알려져왔는데 올해 B2C 서비스를 출시한 곳은 IT서비스, 오픈소스 소프트웨어(SW), 가상화 클라우드, 지리정보서비스(GIS), 데이터분석과 비즈니스인텔리전스(BI), 검색과 텍스트마이닝 등 각분야에서 솔루션을 공급해온 회사들이다.
소셜네트워크를 활용한 일반 마케팅 도구나 선출직 공무원을 뽑는 행사에 맞춘 기획서비스, 여행자를 위한 관광정보 제공, 트위터나 페이스북 활동에 대한 이력 추적과 정보 검색, 개인용 원격지원 기술, 즐겨 찾는 가게 연락처와 장소를 공유하는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등이 눈에 띄는 사례다.
■그루터 '씨날', 정치와 트위터
앞서 지난 4월 치른 제19대 총선과 관련한 정치동향 파악도구가 국내 데이터 분석업체들의 기술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빅데이터 전문업체 그루터가 트위터메시지를 모니터링하는 '씨날 총선'을 선보인 것이 한 예다. 이는 그루터가 자사 소셜미디어 마케팅도구 '씨날'의 일부 기능을 활용해 직접 서비스한 것이다. 다른 예로는 지난 12일 한국에스리가 대선관련 트위터, 유튜브 콘텐츠를 추적해 발생지역을 실시간으로 지도에 표시되게 만든 '18대 대선 캠페인 맵(http://maps.esrikr.com/storymaps/p18-election/)'이 있다.
이런 서비스의 관찰대상이 되는 트위터에 메시지를 쓰는 사람들은 주로 스마트폰의 모바일 앱을 통해 내용을 읽고 글을 쓰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반 브라우저를 통해서도 서비스에 접속할 수 있지만 언제 어디서나 연결되는 앱 활용 비중이 많다는 것이다.
■MSTR 위즈덤, 마케팅과 페이스북
트위터보다도 많은 사용자수를 자랑하는 페이스북 기반의 개인용 분석서비스도 존재한다. 지난 10월 BI전문업체 마이크로스트레티지(MSTR)가 기업들의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MSTR위즈덤프로페셔널'을 소개하면서 일반인도 활용 가능한 무료버전 'MSTR위즈덤퍼블릭'을 내놓은 것이다.
MSTR위즈덤퍼블릭은 웹기반 페이스북앱 형태로 쓸 수도 있고 아이폰 앱스토어의 iOS앱으로토 이용 가능하다. 이 서비스는 정보제공에 동의한 페이스북사용자들의 인적사항, 흥미분야, 활동이력, 친밀도와 선호도 등을 자료로 활용해 국내 도시지역에 거주하는 청장년층을 겨냥한 취향과 관심사 분석을 돕는다.
■한국에스리 '스토리맵', 관광과 GIS
사실 SNS를 연계한 정치나 마케팅도구는 선거캠프나 기업 마케팅 실무자를 위한 기능을 일반인들도 접할 수 있게 열어둔 수준으로 볼 수도 있다. 그에 비해 한국에스리가 지난달 선보인 한국 여행자용 '스토리맵'은 실제 일반 사용자를 겨냥한 서비스로 눈길을 끈다. 스토리맵은 부가 정보를 결합해 특정 주제를 이해하기 쉽게 제작된 지도를 가리킨다.
한국에스리가 선보인 스토리맵은 '한국에서 꼭 가봐야 할 50곳'이라는 제목으로, 미국 CNN방송의 관광여행 사이트 'CNN GO'가 공개했다. 이 스토리맵은 한국 명소 50곳의 지도상 위치와 대표적인 풍경사진, 설명을 제공하며 PC, 스마트폰, 태블릿 등 인터넷기기에서 이용 가능하다. 이는 에스리의 클라우드GIS플랫폼 '아크GIS온라인'에 구현된 서비스다.
■틸론 '엘서포트-엘리모트', 개인용 원격지원SW
B2B 시장을 위한 제품으로 먼저 개발된 이후 브랜드인지도 제고를 위해 B2C에 알맞은 별도 기술로 공개된 사례도 있다. 가상화 클라우드 솔루션업체 틸론의 '엘서포트'와 '엘리모트'라는 원격제어SW다. 엘서포트는 특정PC를 다른 PC로 연결해 수리를 도울 수 있고, 엘리모트는 PC뿐아니라 iOS나 안드로이드로도 조종할 수 있게 해준다.
그 사용자인터페이스(UI)는 원래 가상머신(VM)을 제어하던 기술로 개발됐고, 회사의 원격접속프로토콜 'VDoSP'같은 기술도 녹아있다. 회사가 여기에 더 많은 기능을 포함해 기업들이 직접 구축가능한 'R스테이션'을 판매중이지만, 엘서포트와 엘리모트는 자체구축이 아닌 사용자간 접속 용도로 무료 제공한다. 일반 소비자 시장 인지도를 높이는 목적이다.
■솔트룩스 '지니어스', 맞춤형 콘텐츠 잡지
기업이 연구개발 활동의 일환으로 주특기를 살려 일반인용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도 보인다. 한 예는 지난 10월 아이패드용 잡지 콘텐츠 서비스로 등장한 '지니어스' 앱이다. 시맨틱검색 기능과 맞춤콘텐츠 플랫폼 '오투(O2)'를 통해 인공지능 추천콘텐츠를 제공한다. 개발사 솔트룩스는 원래 시맨틱검색과 텍스트마이닝에 특화된 기업용 검색솔루션 공급업체였다.
회사 관계자는 B2B 솔루션업체로서 B2C 서비스인 지니어스 앱 출시 배경에 대해 모든 B2B업체가 B2C 비즈니스를 하고싶어하기 마련이고, 향후 사용자 증가추이나 다른 서비스현황 지표로 직접 수익모델을 갖출 가능성도 있다며 굳이 직접수익화를 추진하지 않더라도 내장된 분석플랫폼 O2를 별도로 제품화할 가능성도 있고, B2C를 통해 B2B 기반 솔루션 역량을 강화하는 방안도 고려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웹케시 '단골', 즐겨찾는 가게 연락처 관리
이밖에도 일반 연락처와 구별해 즐겨찾는 가게 정보를 관리해주는 앱 '단골'같은 앱도 있다. 그 이름처럼 즐겨찾는 가게의 전화번호뿐아니라 상호, 업종, 주소와 위치정보를 보관해주며 주변장소 검색과 추천 기능을 지원한다. 지난달초 안드로이드와 iOS용 무료 앱으로 공개된 단골 앱은 금융솔루션 및 IT서비스업체 웹케시가 만들었다.
웹케시는 기업들에게 세금계산 회계솔루션, 금융서비스 연동 모바일오피스 등 기술을 공급해온 회사다. 스마트폰용 상호정보 관리 앱을 만든 배경에 회사 사업분야와의 연결고리는 불분명하다. 단골 앱이 지역이나 특정 위치를 기준한 '테마별 맛집' 정보를 보여주는 등 인맥 기반 서비스 속성을 내재한 것으로 미뤄볼 때 직장인들을 위한 서비스를 통해 브랜드 이미지 제고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어 보인다.
■B2C와 B2B간 연계, BYOD로 탄력받다
앞서 소개한 기업들은 사회적으로 관심이 높은 소재나 생활친화적인 기능형 서비스를 발굴해 일반 사용자들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궁극적인 목표는 사업간 쌓인 기술적 노하우를 활용해 수익을 창출하거나, 신규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실험적인 연구개발 성격의 프로젝트로 진행하는 등 제각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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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이 스마트폰과 태블릿 기기를 마련해 업무에 활용하면서 일과 일상을 병행케만든 '브링유어오운디바이스(BYOD)' 트렌드가 이를 가속시킨 바탕으로 이해된다. 청장년층이 일터에서 모바일기기를 활용하는 문화가 대세로 자리잡아감에 따라 B2B 사업자들의 B2C 서비스 공급 사례는 지속 증가할 전망이다.
다만 각 B2B업체들의 B2C 행보가 기대만큼 비즈니스와 시너지를 일으킬 것인지는 더 지켜볼 일이다. 1차적으로 '대외인지도 향상' 효과를 바라보는 경우도 있지만, 일반 사용자들과의 접점이 부족해 해당 움직임의 성과가 눈에 띄지 않는 일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기업브랜드 홍보가 선행돼야 하는데 무리한 일반소비자용 서비스를 추진하려는 계획으로 비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