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그야말로 ‘태블릿 대중화’ 원년이었다. PC보다 작고 가벼운 태블릿을 이용하는 사람도 눈에 띄게 늘었다. 태블릿은 이제 수십년간 IT 왕좌를 차지한 PC 아성까지 넘볼 정도다.
특히 올해는 기존 10인치 태블릿보다 뛰어난 휴대성과 가격 경쟁력 향상으로 7인치 태블릿이 강세였다. 삼성, 구글, 에이수스, 아마존 등 애플 경쟁업체들이 모두 7인치 제품을 내놓은데 이어 하반기 애플마저도 아이패드 미니를 발표하며 경쟁 대열에 합류했다.
글로벌 기업들이 앞다퉈 태블릿 제품을 대거 출시하면서 일부 업체에 편중됐던 제품군이 다양해져 시장은 급속도로 확대했다. 여기에 중국산 저가 태블릿의 공세가 시작되면서 급물살을 탔다.
애플 주도 속 태블릿 시장에서 안드로이드 태블릿이 강세를 보인 점도 눈에 띈다. 다양한 제품 출시로 선택의 폭이 넓어진 것은 물론 저렴한 가격에 아이패드 수준 고사양 제품을 내놓은 것이 안드로이드 성장 요인이다.
■태블릿 대세는 7인치...애플도 가세
올해 휴대성과 저렴한 가격대를 무기로 한 7인치 태블릿이 인기를 끌었다. 구글의 넥서스7과 아마존 킨들파이어, 삼성전자 갤럭시탭과 갤럭시탭 7.7 등이 먼저 7인치 태블릿 시장을 선점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안드로이드 태블릿 점유율 확대 역시 7인치대 태블릿의 인기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시장조사 전문업체인 ABI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아이패드의 태블릿 시장 점유율은 55%로 전 분기보다 14%나 하락했다. 아이패드 출시 이래 사상 최저 수치다. 이에 반해 구글 안드로이드 탑재 태블릿PC 점유율은 44%로 꾸준히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기존 태블릿PC 시장을 주도하던 애플은 올해는 7인치대 제품을 발빠르게 내놓지 못하면서 결국 성장세가 둔화됐다. 향후에도 지속 성장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이러한 시장 분위기 때문에 애플도 결국 하반기 7.9인치 아이패드 미니를 출시하며 7인치 시장선점을 위한 역공에 나섰다. 그러나 오히려 기존 9.7인치 아이패드 시장잠식효과가 나타나 안드로이드 성장세를 꺾지는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서는 구글 넥서스 시리즈 첫 태블릿은 넥서스7과 애플이 선보인 아이패드 미니의 판매가 본격화되면서 7인치 보급형 태블릿 시장 경쟁이 시작됐다.
■노트북 아성 위협하는 '태블릿 대중화'
태블릿은 등장 3년 만에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수량은 물론 제품군까지 다양해져 시장이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특히 고성능의 저가형 제품들이 쏟아지면서 태블릿 보급은 더욱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시장 조사기관인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출시된 태블릿 주요 제품 출시 업체만 27개, 사이즈별로 80종이 넘는 제품이 출시된 것으로 나타났다. 태블릿PC 출하량도 올해 1억2천40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 2010년 2천만대, 2011년 7천800만대로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폭발적인 성장세다.
IT전문 분석기관인 IDC의 올해 태블릿 판매 예상치도 1억2천230만대에 달한다. 내년도에도 1억7천240만대가 판매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태블릿 대중화로 노트북, 데스크톱은 다소 주춤할 것으로 보인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 메릴 린치는 태블릿이 오는 2014년에는 전 세계 컴퓨터 시장 39%를 차지하며 노트북을 앞설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10월에는 사상 처음으로 태블릿용 디스플레이패널 공급량이 노트북PC를 추월했다. 때문에 관련 업계에서는 오는 2016년에는 태블릿이 노트북 생산을 뛰어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도 최근 “소비자들이 저가형 PC보다 태블릿을 구매하려한다”고 밝힌 바 있다. 태블릿의 판매량이 급속도로 늘면서 PC시장에서도 변화가 감지되기 시작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또 그는 “최근 윈도8이 출시되면 태블릿이 PC를 더욱 빠르게 대체해 나가고 있으며 향후에는 태블릿과 저가형 노트북 사이 구분도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태블릿의 대중화는 e북 전용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부분 사용자들이 다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태블릿으로 전환하는 추세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윈도8 등장...“태블릿 공세도 무섭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새 운영체제인 윈도8 출시는 올해 PC뿐 아니라 태블릿 업계서도 큰 관심사였다. 윈도8 RT를 적용한 MS 자체 태블릿인 서피스 뿐 아니라 레노버, 에이서 등과 같은 글로벌 기업을 비롯해 삼성도 윈도8 태블릿 제품 출시도 줄을 이었다.
MS는 서피스를 내놓으면서 기존 태블릿 시장을 향한 반격을 시작했다. 서피스는 기존PC와 동일한 사용 환경에서 태블릿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태블릿에서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액셀 등과 같은 문서작업도 가능하다.
또 서피스 케이스는 키보드 역할을해줘 노트북으로 사용하기에도 손색이 없다. 윈도8 출시와 함께 태블릿과 노트북이 결합한 하이브리드 형태가 대거 출시되기도 했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에 따르면 윈도8 태블릿의 거센 공세로 윈도8 태블릿 시장점유율이 올해 3% 수준에서 내년에는 17%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오는 2014년에는 29%까지도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카운터포인터 리서치는 “기업에서 많이 사용하는 MS오피스가 지원된다는 점 때문에 윈도8 태블릿이 기업 시장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아이패드나 안드로이드 태블릿이 멀티미디어 콘텐츠 소비에 주로 사용됐다면 윈도8은 콘텐츠 생산도 가능하기 때문에 시장 점유율 잠재적 요인이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서는 올해 해외와 달리 태블릿의 영향이 해외에 비해 다소 미미하고 제한적인 부분이 있었지만 7인치 보급형 태블릿 시장이 형성되면서 성장세가 더욱 커지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중국산 저가 태블릿이 뜬다
태블릿의 인기로 올해 중국산 저가 태블릿이 쏟아져 나왔다. 고사양 고급 태블릿이 높은 가격에 출시되면서 저렴한 제품의 중국산 태블릿이 인기를 끌었다.
일명 화이트박스로 불리우는 태블릿은 중국에서 제조되는 제조원이나 판매원 브랜드가 부착되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저가 공세에 판매가 급증해 전체 시장의 30%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내에서 애플 아이패드 16G 모델이 약 545달러 가량에 판매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구글 넥서스나 아마존 킨들파이어는 판매되지 않고 있어 화이트박스 판매는 더욱 활발하다. 9.7~10.1인치 중국산 태블릿 가격은 90~120달러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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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박스 제품은 소비자 요구에 대해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더욱 유리하다. MS오피스를 비롯에 어도비 PDF 등 다양한 프로그램까지 지원한다.
로빈 우 디스플레이서치 연구원은 “중국산 태블릿은 기능과 질에 비해 가격이 합리적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지만 비용절감에 집중하다보니 브랜드 제품에 비해 공급망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 단점”이라면서 “주요 업체들이 하이엔드 시장에 집중하기 때문에 중국산 저가 태블릿은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