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폰 진영 갈라지나…에넥스, 별도 협회 추진

일반입력 :2012/12/12 16:08

정윤희 기자

에넥스텔레콤이 별도의 이동통신재판매(MVNO, 알뜰폰) 협회 설립을 추진한다. 기존 한국MVNO협회(이하 KMVNO)는 시장 경험이 부족한 데다 CJ, 태광 등 대기업 계열사의 입김이 너무 강하다는 주장이다.

에넥스텔레콤이 별도 설립을 논의 중인 사업자에는 KMVNO에 소속된 업체도 일부 있는 것으로 알려져 향후 마찰이 예상된다.

문성광 에넥스텔레콤 대표는 12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방송통신위원회에 검의해 별도의 알뜰폰 사업자 협회 신설을 추진 중”이라며 “새 협회 만들려는 것은 누가 하든 상관없이 제대로 된 알뜰폰 업계의 의견을 낼 수 있는 단체를 만들었으면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느 누구를 비난코자 하는 것이 아니다”고 전제한 뒤 “KMVNO는 알뜰폰 사업자 전체의 의견을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며 “시장 현실에 기반을 둔 의견을 내도 대기업 계열사의 입장과 맞지 않으면 전달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문 대표는 운영비 문제만 해결되면 바로 신설 협회 발족하겠다는 계획이다. 설립 목표 시기는 내년 상반기다.

그는 알뜰폰 사업자들의 주장만 내세우지 말고 기간통신사업자(MNO)의 입장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알뜰폰 사업자가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MNO의 협조는 필수적이라는 설명이다.

같은 맥락으로 KMVNO 회장사인 한국케이블텔레콤(KCT)이 기간통신사업자인 SK텔레콤과의 협상에서 도매대가 인하에만 집중한 것을 실수로 꼽았다. 도매대가는 알뜰폰 사업을 하기 위한요건 중 하나일 뿐이라는 얘기다.

문 대표는 “KCT는 도매대가를 깎는 대신에 SK텔레콤 고객들이 쓸 수 있는 로밍, 와이파이 등의 다른 수많은 서비스를 놓쳤다”며 “알뜰폰도 기존 MNO 서비스와 같아야 하건만, 반쪽짜리 서비스를 누가 쓰겠냐”고 되물었다.

단말기 자급제(블랙리스트)에 대한 비판도 내놨다. 현재 국민 정서상 아무리 정책을 밀어붙여도 무조건 싸다고만 해서 휴대폰을 사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이미 우리 사회에서 휴대폰은 일종의 ‘자신을 나타내는 수단’으로 자리 잡아 고가 단말기에 대한 선호가 강하다는 얘기다.

아울러 알뜰폰 단말기 수급을 위해서는 기천억대 자금이 필요한데, 자금력이 떨어지는 소규모 사업자와 대형마트들이 상대적으로 기능이 떨어지는 싼 단말기만 내놓으며 ‘알뜰폰은 후진 단말기’라는 인식을 주고 있다고 꼬집었다. 에넥스텔레콤은 그동안 단말기 수급에만 3천억원을 쏟았다.

문 대표는 “방통위는 열심히 노력하고 있지만 무턱대고 정책을 밀어붙인다고 해서 소비자들이 무조건 폰을 사지는 않는다”며 “알뜰폰은 동일한 서비스에 요금을 저렴하게 주자는 것이지 후진 단말기를 주자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외산 단말기가 자급제 시장에서 활발히 유통되지 못하는 점에 대해서는 삼성전자 자급단말기 가격을 예로 들었다. 삼성 자급 단말기가 너무 싼 가격에 나옴으로써 외산폰의 진입을 막고 있다는 주징이다.

그는 “방통위가 삼성전자에 권고해 자급 단말기를 내놨지만 오히려 이것이 독이 됐다”며 “22만원하는 삼성 자급 단말기 가격과 150~170달러 하는 여타 외산폰 가격이 별다른 차이가 없다보니 소비자들은 무조건 삼성 단말기만 선택한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이어 “그러다보니 HTC, 소니, HP 등이 단말기 유통을 위해 에넥스텔레콤을 방문했지만 도저히 팔 자신이 없더라”며 “휴대폰도 팔아줄 곳이 있어야 유통이 되는 것인데 현재 상황으로서는 외산폰 진입이 힘든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에넥스텔레콤은 KT의 망을 빌려 쓰는 알뜰폰 사업자다. 지난 10년동안 별정통신, MVNO 사업을 운영해오며 노하우를 쌓았다. 현재 가입자는 18만명에 이른다. 지난 9월부터는 LTE 알뜰폰을 제공 중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