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바다' 후계자로 오픈소스 '타이젠'을 내놨지만, 정작 그 개발자 커뮤니티를 포함한 플랫폼과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생태계 육성에는 다소 뜸한 모습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타이젠 운영체제(OS)를 공개한 이래 플랫폼 커뮤니티 강화와 앱 개발자 확산을 위해 뚜렷한 움직임을 거의 보여주지 못했다. 이는 회사가 3년전 오픈소스도 아닌 바다 플랫폼 제품 출시와 지원에 공을 들였던 흔적과 대조된다.
삼성은 바다를 3년전 처음 선보이고 1년 간격으로 출시한 웨이브, 웨이브2, 웨이브3, 3개 단말기로 상용화됐다. 지난 2009년 12월초 등장과 동시에 파트너용 소프트웨어개발도구(SDK)가 제공됐고 반년만인 지난 2010년 8월 외부 앱개발 지원센터 '오션'을 열었다. 글로벌투어와 상금을 내건 국내외 앱개발 대회로 개발자 확보 노력도 기울였다.
타이젠은 업계에 등장한지 1년이 지났지만 아직 상용화되지 않았다. 타이젠OS 소식은 지난해 9월 삼성과 인텔간 협력을 통해 처음 들렸다. 업계는 연내 첫 단말기 출시를 예상했지만 삼성이 이를 내년 1분기로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개발자들은 지난5월 타이젠1.0 초기버전과 SDK를, 이어 9월하순 2.0 알파버전과 SDK 소스코드를 접했지만 별다른 앱개발 독려 활동을 보지 못했다.
사실 앱개발 활동은 일단 플랫폼이 어느정도 완성 단계에 들어가야 지원 가능한 부분이다. 삼성과 인텔이 지난 5월 미국서 '타이젠개발자컨퍼런스'를 열고 참석자들에게 초기버전을 탑재한 시험용 단말기를 나눠주긴 했지만 시판할만한 앱이 나올 시점은 아니란 얘기다.
그렇다고 앱개발 지원에 손을 놔도 될 시점이 아니다. 현재 최신 단말기가 없다는 제한은 있지만 공식 배포중인 2.0 SDK의 타이젠OS 에뮬레이터를 통해 앱개발이 가능한 단계다. 또 타이젠용 모바일앱 플랫폼은 HTML5 웹표준 기술을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웹기술을 모바일OS의 API에 맞게 잘 다루는 것은 별개 문제지만 개발을 시작하긴 어렵지 않다.
게다가 '내년 1분기 상용화'라면 그 이전에 이미 외부 앱개발자들을 독려해 쓸만한 앱을 확보하는 한편 커뮤니티도 관리해 둬야 한다. 타이젠이 기존 바다 플랫폼을 계승해 그 앱을 돌릴 수 있다곤 하지만, 그 앱개발자들이 자동적으로 타이젠 생태계에 참여해준다는 보장이 없다. 제2회 개발자 컨퍼런스가 내년 5월22일(현지시각)부터 3일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힐튼유니언스퀘어에서 열릴 예정이지만 아직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행사 시점이 제품 출시 이후인데, 그에 앞서 다른 대외활동이 충분했는지 의심스럽다.
그런 측면에서 최근 삼성의 움직임은 더딘 편이다. 완성폰은 테스트용 1종뿐이고 배포도 충분히 이뤄지지도 않았다. 앱개발자가 커뮤니티에 신청하면 배송해준다는 '소문'이 돌고 있지만 진위여부가 분명치 않다. 삼성전자 내부의 타이젠 담당팀 개발자에게 물어봐도 정확히 모를 정도다. 그나마 국내서는 이달 웹기술 HTML5와 오픈소스 관련 컨퍼런스를 통해 삼성전자 소속 엔지니어들의 강연이 있었을 뿐이다.
바다 앱개발 지원센터였던 오션 쪽에서 타이젠 플랫폼 관련 활동을 하는 것도 아니다. 사실상 기존에 바다를 다뤄온 삼성전자 소프트웨어 관련 조직은 대외적 활동이 '정지' 상태다. 마지막 행사는 상반기 국내서 총상금 2억원을 내걸고 진행한 바다앱개발자 공모전이었다.
삼성은 바다와 달리 오픈소스 프로젝트인 타이젠을 제대로 다루기 버거워하는 상황으로 짐작된다. 바다 공개 당시와 달리 타이젠을 선보인 시점은 한창 개발단계일 때였다. 바다는 다 만들어 내놓고 즉각 앱개발 독려에 나설 수 있었지만, 타이젠은 플랫폼 개발과 안정화, 해당 커뮤니티 관리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다.
개발자 입장에서는 타이젠의 성공가능성에 대한 의심, 안드로이드와 윈도폰8에 걸친 불분명한 자체 플랫폼 집중역량, 개발자 및 오픈소스 커뮤니티 운영과 관리에 대한 불신 등으로 삼성의 행보를 관망할 가능성이 높다.
타이젠에서 투명하지 않은 바다 통합 계획이나 삼성에서 서로 분리돼 있는 OS 커뮤니티와 앱개발자 관리조직의 미흡한 연계도 아쉬운 부분이다. 타이젠이 웹표준에 기반한 플랫폼인 만큼 API 규격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 우선 필요한 내용을 정하려면 OS와 앱개발 담당부서간 긴밀한 연계가 필요해 보인다. 그러나 타이젠 플랫폼 개발과 커뮤니티 담당부서는 디지털미디어커뮤니케이션(DMC)연구소에 있고 외부 앱개발 지원조직은 미디어솔루션센터(MSC)에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관련기사
- HTML5, 자바스크립트 업고 OS로 진화한다2012.12.06
- 삼성 타이젠, '脫 안드로이드 효과' 멀었나2012.12.06
- 삼성 '바다', MS '망고'처럼 버려지나2012.12.06
- 삼성-인텔 합작OS 탑재 스마트폰 공개2012.12.06
삼성이 실은 오픈소스 커뮤니티와 외부 앱개발자의 지원을 넘어설 비장의 카드를 쥐고 있는 것인지, 내년초로 예고된 타이젠 상용화 시점을 다시 늦출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타이젠 공식사이트는 지난 20일 새로운 디자인으로 개편됐다. 26일에는 인텔이 타이젠2.0 버전에 대응하는 차량용인포테인먼트(IVI) 시스템 소스코드를 올려뒀다. 삼성전자가 타이젠을 모바일 OS로 상용화하려는 것과 달리 인텔은 차량용 플랫폼으로 삼으려는 의지가 커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