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애플과의 소송을 계기로 안드로이드 플랫폼에 대한 의존도를 더 낮춰갈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협력사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폰8'과 '윈도8'에 초점을 맞춘 전략을 추진 중이다. 삼성이 인텔과 협력해 만든 오픈소스 운영체제(OS) '타이젠'은 향후 집중할 우선 순위에서 밀린 모습이라, 과거 '바다'처럼 여러 플랫폼 가운데 유독 자체 개발 기술에 소홀한 것으로 비친다.
일단 회사가 전략적으로 안드로이드 비중을 낮춰갈 것이라는 정황은 충분하다. 회사가 애플과의 특허 분쟁을 시작하기 앞서 MS와도 특허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는 등 안드로이드 사용에 따른 부담이 누적돼 왔기 때문이다. 다만 안드로이드 비중이 얼마나 줄어들 것인지, 자체 플랫폼을 얼마나 활용할 것인지는 미지수다.
최근 외신들은 4분기 상용화를 예고한 MS 윈도폰8 기반 단말기로 '오디세이'와 '매크로' 2종을 준비 중이라며 유출된 세부 사양을 전하기도 했다.
오디세이는 4.8인치 슈퍼아몰레드HD 터치스크린에 800만화소 후면카메라와 190만화소 전면카메라, 16GB 또는 32GB 내장 스토리지에 최대 32GB까지 마이크로SD카드로 확장할 수 있는 저장공간, 1.5GHz 듀얼코어 프로세서를 품고 약 615달러~738달러 가격에 출시될 것으로 알려졌다. 매크로는 4인치 슈퍼아몰레드 WVGA터치스크린에 500만화소 후면카메라와 190만화소 전면카메라, 8GB 내장스토리지에 역시 마이크로SD카드로 확장 가능하며 1.5GHz 듀얼코어프로세서를 달고 약 431달러~554달러에 출시될 것으로 알려졌다.
■타이젠, 바다-안드로이드 이을 잠재력 있나
삼성이 MS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윈도폰과 윈도8 단말기 출시를 위해 하반기부터 속도를 내더라도 타이젠 OS를 당장 상용화하기엔 어려워 보인다. 지난 3년간 바다를 띄우기 위해 벌여온 물밑 작업만큼 플랫폼 생태계를 성숙시키기 위한 기간이 더 필요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삼성이 인텔과 손잡아 오픈소스OS 타이젠을 만들겠다고 밝힌 시점은 지난해 9월, 바다2.0 기종을 선보인 시기와 가깝다.
당시 타이젠은 차세대 웹표준 HTML5과 글로벌 통합앱스토어(WAC) 기반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을 구동하는 환경으로 소개됐다. 삼성은 올초 바다 소프트웨어개발도구(SDK)로 만든 앱을 돌릴 수 있게 할 계획도 있다고 밝혔다. 표면상 후속 플랫폼에서 삼성의 모바일 앱 장터 '삼성앱스'에 올라온 바다 앱과 사용자도 거두겠다는 신호였다.
타이젠 단말기는 더불어 안드로이드 앱을 돌리기 위한 기술도 품을 수 있다. 지난 5월 등장한 '앱 호환성 계층(ACL)'이라는 프로그램이 타이젠에서 안드로이드 앱을 구동시켜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ACL 개발업체 오픈모바일은 지난 5월 리서치인모션(RIM) 플레이북 태블릿의 '안드로이드플레이어'같은 앱 구동 기술을 타이젠 기반으로 선보이며 기존 안드로이드 단말기와 동일한 반응성과 100% 호환성을 보여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회사는 이 기술을 타이젠 단말기 제조사에 공급, 선탑재시킬 뜻을 내비쳤다. 원한다면 타이젠을 상용화하는 제조사가 안드로이드 앱 구동 기능을 적극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삼성측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알 수 없다.
■삼성, IFA 개발자 행사에 '모바일'이 빠졌다
오는 30일(현지시각) 독일 베를린 IFA와 함께 진행하는 '삼성 디벨로퍼데이 2012' 내용에서 회사의 고민을 읽을 수 있다. 세션 주제를 보면 개별 플랫폼 형태로는 스마트TV 비중이 많은 반면 모바일 이야기가 적다. 지난해 같은시기 진행한 삼성디벨로퍼데이2011 내용과 비교시 확연하다. 전년도 행사는 삼성이 바다2.0을 소개했던 자리다.
이번 삼성 디벨로퍼데이2012 내용을 보면 삼성이 자체 브랜드를 내걸고 서비스하는 기술을 소개하고 활용방법을 전달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삼성앱스, 광고플랫폼으로 추정되는 '애드허브', 앱내결제(IAP), 갤럭시노트와 함께 눈길을 끈 S펜 SDK, 향후 모든 삼성 단말기에 공통 서비스될 것으로 추정되는 모바일메신저 '챗온' 애플리케이션프로그래밍인터페이스(API), 멀티스크린 환경에 대응하는 공유서비스 '올셰어' 프레임워크 등이다.
긍정적으로 해석한다면 삼성의 앱 장터 관련 기술과 채팅 및 공유서비스는 타이젠에 통합될 기반을 다지기 위한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경우 MS 윈도폰에 적용될 스카이프 채팅서비스와 앱 장터 정책 등과는 어떻게 조율될 지 지켜볼 일이다.
문제는 이렇게 분명치 않은 단말기 출시 일정과 기술 로드맵이 개발자들의 불만을 가중시킨다는 점이다. 생태계에 매력을 느끼고 적극적으로 뛰어들도록 독려해야 할 플랫폼 개발사 입장으로는 적절치 않은 모습이다. 첫 발표 이후 상용화까지 시기가 과도하게 늦어질 경우 일반 사용자와 업계 관심에서 멀어진다는 문제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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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모를 리 없는 삼성이 타이젠보다는 MS 플랫폼에 먼저 힘을 쏟는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하반기 MS의 윈도폰8 기반 스마트폰과 윈도8 태블릿을 먼저 출시한다. 회사는 27일 페이스북에 IFA에서 선보일 것으로 추정되는 윈도8 단말기 이미지를 내보이기도 했다. 자체 플랫폼 타이젠 단말기는 내년에야 내놓을 예정인데 구체적인 시기는 알려지지 않았다. 당초 출시일정을 늦춘 것이나, 최근 움직임을 보면 회사 전략에서 타이젠 우선순위가 안드로이드나 윈도폰보다 뒤쳐지는 모습이다.
이는 삼성이 바다 플랫폼을 실험적으로 활용하는데 그쳤다는 평가를 벗어던질 의지가 약하다는 방증으로 이해된다. 앞서 삼성은 바다 2.0 버전을 선보인 이후 거의 1년째 바다 후속 기술을 업데이트하지 않고 있다. 사실 올초부터 바다 플랫폼을 타이젠에 통합키로 예고해왔다. 업계는 '삼성의 자체 OS' 역할을 바다 대신 타이젠에 지울 것으로 여겼다. 그런데 타이젠 역시 상용화에 앞서 바다 이상의 추진력을 받지는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