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간단한 용액공정으로 자유자재로 휘어지는 멀티 레벨 메모리 소자를 개발했다. 차세대 반도체 메모리의 제작 비용은 낮추고 성능(집적도)은 2배 이상 높일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
3일 교육과학기술부는 연세대 박철민 교수㊷, 황선각 박사과정생이 전압의 크기를 변화시킴으로써 강유전체 고분자의 분극을 부분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규명했다고 밝혔다. 박 교수팀은 이같은 원리를 이용해 신개념의 유연한 ‘멀티 레벨’ 강유전체 고분자 메모리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이 기술은 재료과학 분야의 권위 있는 학술지인 ‘어드밴스트 머티리얼즈’지 최신호(11월 20일자)에 내부 표지논문으로 게재됐다. 고집적화 메모리 소자 개발을 위해서는 소자의 크기를 줄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가격도 비싸고, 복잡한 공정(리소그래피)이 필요했다.
박 교수팀은 강유전체 고분자에 잔류한 분극을 조절하는 기술을 활용해 기존의 소자보다 집적도가 높은 메모리 소자를 저렴하면서도 간단한 용액공정을 통해 제작하는데 성공했다. 차세대 유연한 메모리의 상용화 가능성을 높였다.
차세대 유연한 반도체 메모리인 강유전체 메모리는 강유전체를 절연막으로 사용하며, 여기에 전압을 가해 분극(전기 양극)의 방향을 조절함으로써 정보를 저장할 수 있다.
강유전체 메모리는 속도가 빠르고 전원 없이도 정보가 지워지지 않는 등 장점이 많아 전 세계 공학자들이 주목하고 있다.
유연한 디스플레이 소자 상용화 추세에 따라 유연한 메모리에 대한 시장의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위한 차세대 메모리 소자에 대한 연구도 활발히 진행중이다.
최근에는 용액공정이 가능하고 유연한 특성을 가진 고분자*(유기물)를 이용한 메모리 소자 개발연구가 주목받고 있다.
지금까지 고분자를 이용한 휘어지는 메모리(저항 또는 플래시 메모리)는 여러 차례 개발됐지만 대부분 하나의 셀(Cell)당 1bit, 즉 0과 1의 두 가지 상태만을 저장할 수 있는 집적도가 낮은 소자였다.
고분자를 이용한 저항메모리의 경우에는 여러 가지 상태를 저장할 수 있는 멀티 레벨의 특성을 보이기도 하지만 유연성이 없으며 셀에 쓰고 지우기를 어느 정도 반복하면 메모리 소자로서의 기능을 잃게 되는(낮은 신뢰성) 단점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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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교수팀은 메모리에 쓰이는 반도체 물질로 고분자 물질을 이용해 제작함으로써 기존에 개발된 유ㆍ무기 복합 메모리 소자보다 더욱 유연하게 만들었다. 2개 상태만을 기록하는 기존의 고분자 메모리와 달리 4가지 이상의 상태를 기억하는 등 기존의 메모리보다 특성과 성능이 획기적으로 향상됐다.
박 교수는 “전압으로 강유전체 고분자의 분극을 부분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규명하고 이 현상을 실제 메모리 소자에 적용하여 전 세계 선진기업에서 주목하고 있는 유연한 고분자 메모리 소자의 집적도를 높이는 원천기술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연구의의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