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HP "SDN의 모든 것을 제공한다"

네트워크업계 화두로 떠오른 소프트웨어정의네트워킹(SDN)에 HP의 발빠른 움직임이 돋보인다. SDN을 기술 중심으로 접근하는 데서 나아가 가장 먼저 서비스 제공자로서 면모를 갖추고 있다.

HP는 지난달 2일 SDN 컨트롤러와 애플리케이션, SDN 프로토콜인 오픈플로를 지원하는 스위치도 9종, SDN 서비스 포트폴리오 등을 발표했다.

기술적 정의로 SDN은 기존 네트워크 장비의 컨트롤 플레인과 데이터 플레인을 분리하고, 컨트롤 플레인을 SW 형태의 컨트롤러로 만들어, 중앙집중화된 네트워크 아키텍처를 구현하는 것이다. 컨트롤러를 통한 일관적인 정책 적용으로 네트워크 관리를 자동화하고, 그로 인한 인력 및 관리 비용을 줄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오픈플로는 오픈소스 기반의 SDN 프로토콜로 현재까지 가장 광범위하고 활발히 개발되고 있는 SDN 표준이다.

27일 기자와 만난 손영웅 한국HP 엔터프라이즈그룹(EG) 네트워킹사업부 이사는 “컨트롤러, 스위치, 애플리케이션 등을 다 가졌다고 SDN을 제공한다고 할 수 없다”라며 “고객의 비즈니스 요구사항을 파악하고 다양한 솔루션을 묶어내는 역량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현 시점의 HP SDN 전략은 매우 발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SDN에 대해 네트워크 장비업체는 스위치와 라우터, 컨트롤러 업체는 컨트롤러, 애플리케이션업체는 애플리케이션 등에만 집중하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현재 IT업체 가운데 스위치, 컨트롤러, 애플리케이션, 서비스까지 모두 제공하는 회사는 HP뿐이다.

손 이사는 “HP의 발표 중 가장 중요한 것은 SDN 서비스를 내놨다는 데 있다”라며 “제품을 내놓는데 그치지 않고, SDN을 도입하려는 고객의 모든 고민을 처음부터 끝까지 해결할 수 있다는 의미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HP의 SDN 서비스는 고객의 필요한 부분을 찾아내는 워크숍, SDN 로드맵과 아키텍처 개발, 거버넌스 도출, 도입효과 검증을 위한 POC 등을 제공한다.

HP는 제품 측면으로도 광범위한 포트폴리오를 갖게 됐다. 버추얼애플리케이션네트워크(VAN) SDN 컨트롤러는 새 애플리케이션을 구축하거나 클라우드 서비스 배포 시 네트워크 설정을 자동화한다. SDN 애플리케이션은 현재 클라우드 사업자의 인프라 운영도구인 ‘HP 버추얼 클라우드 네트워크’와 스위치 포트별 보안 웹 게이트웨이를 제공하는 ‘HP 센티넬 시큐리티’ 등이 나와 있다.

HP는 자사의 SDN 포트폴리오를 활용한 고객사례 일부를 공개하고 있다. 미국 방송사업자 HBO의 경우 HP 티핑포인트의 평판 데이터베이스(DB), 센티넬 시큐리티 SW 등을 활용해 적정 사용자만 접속을 허용하는 환경을 구현했다.

유럽 CERN의 경우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연구소들 간 원활한 협업을 위해 특정 서버와 방화벽에 대한 부하를 분산시키는 로드밸런서를 개발했다.

손 이사는 “HP가 제공하는 API를 통해 개발된 이 애플리케이션은 L4 스위치 기능을 구현하는 것”이라며 “SDN 애플리케이션으로 L4스위치를 사라지게 할 사례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HP의 SDN서비스는 내년 미국시장부터 제공할 계획이다. HP 미국본사의 테크놀로지서비스(TS) 내에 서비스조직 구성을 마친 상태다. 단, 한국시장의 서비스 제공시점은 밝히지 않았다.

지난해 IDC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까지 세계 SDN 시장은 20억달러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보고서 공개 후 지난 1년간 업계에 SDN 열풍이 불면서, 시장 활성화 시점이 예상보다 훨씬 당겨진 듯 보인다.

손 이사는 “SDN을 도입해 상용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례가 계속 등장하고 있다”라며 “HP 내부적으로 고객대상 조사를 한 결과 SDN을 부분적으로라도 도입하겠다는 비율이 50% 이상일 정도로 활성화 시점이 당겨졌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가운데 HP는 SDN을 일찍부터 투자해왔고, 본사 연구소의 인력은 상상을 초월하는 어마어마한 규모다”라며 “멕 휘트먼 CEO까지 SDN을 강조할 정도로 강력한 추진의지를 갖고 있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