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SW 살리려면 '커미터' 육성"…어떻게?

일반입력 :2012/11/27 16:12

국내 오픈소스소프트웨어(이하 '공개SW') 활용 발전을 위해 '커미터'를 육성해야하며 이를 위해 개발자들이 직장생활에서 시간적 여유를 찾고 생계의 위협에서도 충분히 자유로운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성대학교 컴퓨터공학과 교수인 이민석 NHN넥스트 부학장은 27일 서울 상암동 제4회 공개SW데이 현장에서 '국내 커미터 육성 필요성과 대책'을 주제로 강연하며 기업들에게 국내 개발자와 커뮤니티 지원을 촉구했다.

그는 국내서는 개발자들이 시간이 별로 없는데다 남는 시간 대부분을 '닭집' 알아보러 다니는 데 쓰는데 그 조금밖에 남지 않는 시간을 늘려 줘야 뭔가 이뤄질 것이라며 국내서 (개발자에게 충분한 소득을 보장하는 해외처럼) 민간자본 지원을 통한 공공데이터와 오픈API 활용 개발프로젝트 기회가 많이 운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커미터는 공개SW 커뮤니티에서 프로젝트의 배포용 소스코드 변경(커밋) 권한을 가진 참여자를 가리킨다. 커미터는 커뮤니티에서 다른 참여자들이 올린 소스코드를 검토하고 해당 공개SW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활동을 할 수 있다.

이 부학장에 따르면 커미터라는 존재는 핵심 공개SW 프로젝트 방향성을 결정해 글로벌SW업계 발전에 도움을 줄 수 있다. 개발자 개인에게 영광스러운 일일 뿐아니라 SW의 가치와 IT산업 발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공개SW=권력

그는 현존하는 모든 사이트에 공개SW가 사용되기 때문에 그 프로젝트에 어떤 기여를 하고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가 세상이 움직이는 힘으로 작용한다며 (트위터 '아빠코딩봇' 트윗을 인용해) 공개SW는 진짜 권력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개SW가 광범위하게 활용되는 세계에서 업계 발전의 성과를 향유하려면 그 방향성을 결정할 수 있는 커미터 육성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이 부학장에 따르면 이미 국내에도 아파치, 하둡 등 주요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글로벌 커미터가 수십명 존재한다.

이 부학장은 공개SW 커뮤니티에는 자신의 실력이나 성과를 잘 드러내지 않는 진짜 '고수'들이 많을 것이라 진단한다. 이들은 기회만 있다면 커뮤니티 안에서 경험이 적은 초보 개발자들도 수준급으로 키워줄 것으로 기대된다. 문제는 잘 드러나지 않아 그 저변을 넓히기가 어렵다는 사실이다.

아직 충분치 않은 것으로 평가되는 공공, 학계, 산업계의 다양한 지원이 확충된다면 고수와 새로운 공개SW커뮤니티 참여자들을 연결하고 활동이 가시적 성과로 연결될 수 있다. 근본적으로 개인 개발자들의 자발적 참여가 공개SW 커뮤니티를 이끄는 동력이지만, 그 자발성을 형성케할 사회적 도움을 늘릴 필요가 있다.

이 부학장은 공개SW 참여 개발자들에게 필요한 태도로 신념, 재미, 열정, 진정성을 담은 활동이 필요하다며 이를 지속하려면 얼마간의 '성과'로 연결돼야 하는데, 그에 관여하는 요소는 개발자 본인의 노력도 있지만 외부의 도움이 작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공개SW, 기업은 쓰는데 학교에서 안 써

기업들은 실무에서 공개SW를 많이 쓰는데 정작 학교에선 잘 쓰지 않아 문제로 지적된다. 단순히 교육과정상의 문제라기보다는 그 커뮤니티의 문화에 기여하는 방향이 여태 잘 고려된 바 없다는 게 아쉬운 부분이다.

이 부학장은 학교에서 공개SW 도구나 기술이나 문화에 대해 얘기하고, 학교에서 일반 강의나 교수들의 연구개발 등으로 진행하는 프로젝트 결과물을 공개SW화하려고 노력해야 발전하는데 사례가 너무 없다며 결과물을 개방하고 커뮤니티 외부의 피드백으로 발전해나가야 확산시킬 수 있고 학생들에게도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그가 제안하는 공개SW 커뮤니티 활동에 필요한 학교의 역할은 교육 체계를 활용하는 것이다. 그가 교수로 일하는 한성대는 거의 모든 실습결과물을 GPL로 공개중이다. 우수사례로 꼽히는 것은 포털업체 다음커뮤니케이션과 제주대학교가 협력중인 개발프로젝트들이다.

■정부, 가진 걸 다 내놓아라

공개SW 활성화를 위해서 정부는 더 적극적인 '개방'을 해야 한다. 공공 데이터, 오픈API, 공유자원포털 등이 그런 사례다. 이미 만들어서 활용중인 '전자정부표준프레임워크'의 경우 좋은 사례로 평가된다. 이는 오픈소스 자바프레임워크 '스프링'에 기반한다. 공공 시스템통합(SI)사업을 넘어 민간과 외국에서도 쓰인다. 비교적 활성화돼 커뮤니티가 연계해 필요 컴포넌트 개발도 이뤄지는 중이다.

이 부학장은 그 프레임워크뿐 아니라 이를 활용한 프로젝트 결과물까지 완전히 개방하면 업계 관심을 끌어모을 수 있을 거라고 예상한다. 공공정보화사업의 전체 소스코드를 열어놓으면 그보다 자신있는 업계 고수들이 적극적으로 개선안을 내놓고 발전시켜줄 것이라는 얘기다.

그는 전형적인 실패사례로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을 언급하며 전자정부표준프레임워크를 넘어 실제 운영 서비스를 구현한 부분까지 개방해 놓으면 더 많은 사람들이 좋지 않았던 결과물을 '고쳐보겠다'고 나서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 뒤 지금 표준프레임워크 기반으로 UI나 UX가 엉망인 정부사이트가 많은데 가능한 모든 걸 공개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삶의 여유' 보장해야…해외 공공-민간 협력사례 보니

커뮤니티 활성화에 정말 필요한 것은 '삶의 여유'로 요약된다. 국내서 직장인이라면 바쁜 업무시간을 쪼개야하고 특정한 소속이 없다면 생계를 먼저 해결해야 자원할 수 있는 게 현실이다.

어떤 측면에선 기업들이 음악이나 미술계에 투자하듯 공개SW커뮤니티에 투자해 산업발전에 기여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이 부학장이 소개한 해외 사례를 보면 민간지원을 통해 공공부문에서 개방한 데이터와 자원을 활용하는 프로젝트들이 개발자들에게 안정적인 생활과 경력관리를 보장하면서 새로운 기회로 인식되는 모습이다.

국내서는 공공기관들이 세금을 들여 직접 행정서비스용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만들고 대국민사이트를 구축하지만 해외서는 이 영역에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링크드인, 오라일리 출판사, 나이키 등이 후원하는 민간프로젝트에 참여한 외부 개발자들이 뛰어든다. 버스 노선 연동서비스나 복지 관련 앱을 만들고 결과물을 공개SW화해 다른 사업에 활용 가능하게 내놓는 식이다.

이 부학장은 지자체들이 필요한 공공서비스를 요구하면 민간사업자들이 지원한 비용으로 연봉 3만5천달러쯤을 받는 개발자 5명이 1팀을 이뤄서 공개SW로 결과물을 만들어낸다며 구글 인턴십 프로그램과도 연계되는 식으로, 개발자가 (생계를) 불안해하지 않고 개발할 수 있어야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행사는 지식경제부가 주최하고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과 한국공개SW협회가 주관해 업계종사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공개SW개발자 대회 우수결과물 시상을 위해 열렸다.

대상은 조현종, 정재홍, 이형동 씨의 '올챙이' 팀이 국내일반부문에서 수상했다. 카이스트 박상근, 동아대 이환승 씨의 '2HOT'팀이 국내학생부문에서 상을 받았다. 미국 라이스대 'OMPL'팀이 국제부문에 선정됐다. 이를 포함해 지경부장관상 5개, NIPA원장상 10개, 공개SW협회장상 20개, 기업과제상 2개, 후원기업상 9개 시상이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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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지경부 김재홍 성장동력실장은 공개SW중요성이 늘면서 SW산업 기초체력 강화와 융합활성화를 위해 앞으로 정부가 이를 적극 활용할 계획이라 말했다.

시상식과 함께 진행된 컨퍼런스에선 글로벌 공개SW프로젝트 커미터 이희승, 윤진석, 김국진 씨가 초청강연과 토크쇼에 참석했다. 본행사후 공개SW 개발자간 소통과 교류를 위한 '공개SW개발자 커뮤니티의 밤' 행사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