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가 안경형 컴퓨터를 만들어 구글 '글래스' 프로젝트와 맞붙을 것처럼 알려졌다. 그러나 MS안경은 극장 공연이나 스포츠경기 관람같이 한정된 시공간에서 미리 정의된 형식의 정보를 소비하는 개념이다. 같은 증강현실(AR) 기반이지만 '종일 쓰는 스마트폰을 대체'하는 구글안경과는 활용 시나리오에 차이를 보인다.
그럼에도 외신들은 22일(현지시각) MS 연구소가 특허 등록한 증강현실(AR)용 안경형 컴퓨터를 소개하며 구글 글래스 대항마라고 보도했다.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당장 실용화돼 입는 컴퓨터 시장에서 경쟁을 벌일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이날 공개된 문서에 따르면 MS의 안경 컴퓨터 관련 특허는 '실시간 정보를 다루는 이벤트 증강' 용도다. 이 디지털 안경은 사용자가 접한 현실을 더 잘 받아들이고 편리하게 반응할 수 있게 돕는 것으로 묘사된다.
즉 착용자에게 AR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디지털기반 특수장치로, 그 한쪽 또는 양쪽 렌즈에 사용자 시선에 일치되는 텍스트와 컴퓨터 그래픽 정보를 표시해주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예를 들어 해당 기술을 구현한 안경을 쓰고 스포츠경기를 관람하면 시야에 들어온 각 선수의 이름과 프로파일, 경기력 등을 보여주는 가상의 '말풍선'을 렌즈에 나타내는 식이다. 경기상황과 관련된 통계정보나 투수의 구속과 타자의 타격방향같은 데이터를 연결해 정확히 보여줄 수도 있을 듯하다. 이로써 관람자는 휴대폰 인터넷이나 전광판을 일일이 들여다보지 않고도 경기 흐름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허에는 착용자에게 알맞은 정보를 보여주기 위해 그 시선을 따라 렌즈에 표시되는 그래픽을 적절히 조정하는 기능도 수행한다는 설명이 포함돼 있다. 단순히 쓴 사람의 머리가 향한 방향에만 반응하는 게 아니다. MS는 렌즈에 표시되는 정보가 착용자가 보는 방향가운데 어느 장소나 지점에 '초점'을 맞췄는지 파악하는 동작도 구상했다.
렌즈에 표시되는 정보는 미리 짜넣을 수 있는 스크립트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MS는 오페라 공연을 예로 들며, 안경이 착용자 요청에 따라 극중 여러 장면과 '아리아'의 배경을 상세 설명하거나 주변 환경의 상황적 맥락에 따른 특정 내용만 제공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 외신은 이를 보도하며 MS는 실제 데이터들은 소셜네트워크의 '체크인(장소기록)'에 기반해 선택될 수 있음을 암시한다며 디지털안경에 탑재된 GPS를 쓰거나 다른 위치인식장치로 착용자가 자리한 곳을 파악해 가능할 것이라고 썼다.
이 안경형 장치는 앞서 알려진 구글의 글래스 프로젝트처럼 스스로 온전한 기능을 수행하는 하드웨어로 존재할 수도 있고, 연산기능을 손목이나 주머니에 휴대할 컴퓨터에 맡긴 채 안경은 유무선으로 연결돼 정보를 표시하는 역할만 할 수도 있다.
MS는 특허 내용에서 디스플레이 역할을 하는 렌즈의 구현기술을 특정하지 않고 선택가능한 것으로 남겨뒀다. 일반적인 LCD 외에 실리콘 웨이퍼 위에 LCD액정을 올려 만드는 'LCoS', 퀄컴의 '미라솔' 또는 마이크로비전의 휴대용 레이저프로젝터 '피코P'까지 예로 들면서다. 시선추적 방법에 대해서도 적외선(IR)프로젝터, 얼굴방향 내장카메라, 그외 다른 기술을 쓸 수 있다고 묘사했다.
앞서 구글은 글래스 프로젝트를 선보이며 '몸에 걸치는 스마트폰' 개념을 강조한 것으로 평가된다. 사용자가 휴대폰 기기에 얽매여 소셜네트워크를 접속하거나 지도 길찾기를 쓰거나 사진과 영상을 기록하지 않아도 되게 만들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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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의 디지털안경은 '생활의 이벤트(live events)'에 초점을 맞춰 AR을 약간 달리 해석한 모양새다. 이는 마치 3D극장에서 관람자에게 안경을 통해 제공하는 여흥을 극장이나 구장에서 오락을 즐기는 사람들에게도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꽤 고가일 것 같은 실물을 '일반인'들이 사야할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 예시된 기능만으로는 하루종일이 아니라 특정 이벤트가 진행되는 동안에만 작동되게끔 배터리 용량을 설계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더불어 MS가 특허로 등록했다는 사실이 곧 상용화를 의미하지도 않는다. 다만 회사가 앞서 루머로 불거진 'X박스 셋톱박스' 처럼 엔터테인먼트 영역에 집중력을 높이는 추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