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누구를 위한 보조금 제한인가

기자수첩입력 :2012/11/23 16:15    수정: 2012/11/23 16:29

정윤희 기자

하반기 휴대폰 가격이 널뛰었다. 90만원을 훌쩍 넘는 스마트폰들이 17만원이 되는가 하면 5만원, 1만원짜리로 둔갑하는 마술 같은 일이 벌어졌다. 하루에도 몇 번씩 바뀌는 보조금 정책에 휴대폰 가격은 말 그대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 정도였다.

자연히 똑같은 제품을 누구는 100만원, 누구는 20만원에 사는 일이 비일비재해 졌다. 보조금이 소비자를 ‘고객’과 ‘호갱(호구+고객)’으로 양분했다. 그사이 LTE 가입자를 빼앗아 오기 위한 이동통신3사의 경쟁은 점입가경이다.

이통사 보조금 출혈 경쟁에 바빠진 곳은 의외로 국회다. 최근 국회서는 휴대폰 보조금을 제한하는 법안이 속속 제출되고 있다. 휴대폰 보조금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를 좌시하지 않겠다며 분기탱천한 모습이다.

이재영 의원(새누리당)은 지난 22일 여야 의원 11명과 함께 보조금 제한을 골자로 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앞서 전병헌 의원(민주통합당)도 휴대폰 보조금을 출고가의 30%로 제한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이들 법안은 위반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의 벌금형을 명시한 처벌 조항도 포함한다.

반갑다. 동시에 아쉽다. 단순히 보조금을 제한하겠다는 것, 그것으로 끝이다. 높은 출고가는 그대로 두고 보조금만 줄여라? 아무리 생각해도 순서가 바뀌었다.

보조금 과다 경쟁을 방지하자는 취지는 좋다. 그러나 결국 모든 소비자들에게 100만원에 가까운 돈을 주고 스마트폰을 사라는 소리밖에 되지 않는다. 보조금 제한과 동시에, 혹은 그보다 앞서 진행해야 할 것은 높은 출고가에 대한 조정이다. 이 부분이 빠졌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싸게 휴대폰을 사면 이득이다. 지난 2003년 도입된 단말기 보조금 금지 법안이 5년만에 폐지된 점을 생각해 보면 되겠다. 무턱대고 보조금 액수를 제한한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면 진작 보조금 제도를 없앴을 터다. 단순히 보조금만 제한할 것이 아니라 휴대폰 유통구조의 문제점에 대한 전반적 성찰과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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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보조금 규제에 반발하는 일부 누리꾼들은 다음 아고라를 통해 청원 운동에 들어갔다. 이들은 “휴대폰 보조금 규제의 피해자는 결국 소비자”라며 “빠듯한 형편의 서민들이 그나마 저렴하게 휴대폰을 바꿀 수 있는 이유가 휴대폰 보조금”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분명 현재의 휴대폰 유통 구조와 보조금 지급 체계는 문제가 많다. 그러나 일단 줄이고 보자며 처벌조항부터 들이미는 모습은 다소 성급하다. 지난 국정감사 기간 동안에도 국회의원들은 휴대폰 보조금을 ‘절대악’으로 치부하는 모습을 보였다. 코앞으로 다가온 대선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노파심이 슬그머니 고개를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