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애플과 화해할 수 없는 이유

애플과 합의한 HTC가 안드로이드 옷을 벗었다.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인 미국서 대표 선수를 윈도8폰으로 교체했다. HTC의 변신은 삼성전자와 애플 간 특허 분쟁 핵심을 보여주는 열쇠로 읽힌다.

23일 다수 특허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와 애플 간 특허 소송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자가 안드로이드폰 황제로 군림하는 한 애플과 빠른 시간내 협상을 타결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란 전망이다.

삼성전자 입장에서 안드로이드는 최대 효자다. 분기 순익 5조원 이상을 안드로이드 폰이 끌어왔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55%를 넘어섰다. 아이폰 판매량 두 배에 달하는 압도적 1위다.

HTC는 상황이 달랐다. 지난 2010년 구글 첫 레퍼런스 폰 '넥서스'를 만들며 성장했지만, 곧 하락세를 걸었다. 지난 3분기 HTC의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8%대로, 전년 동기 대비 5%포인트(p)나 떨어졌다. 삼성과 LG가 나란히 넥서스폰을 만들며 HTC 존재감도 줄어들었다.

달라진 시장 상황은 두 회사가 안드로이드를 대하는 태도에 차이를 만들었다. HTC에 안드로이드는 매력 없는 OS가 됐다. HTC는 최근 미국, 호주, 캐나다 등 영미권 홈페이지에 윈도8폰을 대표 상품으로 내걸며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섰다. '윈도8=HTC'란 새로운 공식을 만들겠단 전략으로 보인다.

HTC 입장에선 윈도8을 주력 OS로 채택할 경우 소송 부담도 확실히 줄어든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최근 윈도폰 OS 전략을 수정, 제조사별로 OS를 수정해 최적화하는 것을 막았다. 업데이트도 직접한다. 애플과 MS가 상호 특허 사용을 허용키로 한 만큼, 별도 분쟁이 일어날 이유가 없다.

이같은 전략 변화로 HTC가 애플과 협상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는게 전문가들 설명이다. 애플이 특허소송을 시작한 이유가 '구글과 제조사 갈라놓기'에 있다면, 윈도8이 소송에 종지부를 찍을 탈출구가 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특허전쟁> 저자 정우성 변리사는 애플과 소송에 합의하면서 영미권 홈페이지에 윈도8폰을 대대적으로 홍보한 것은 안드로이드에 매력을 잃은 HTC가 윈도8으로 승부를 보는게 더 낫다고 판단한 것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입장에선 소송을 줄이기 위해 HTC와 같은 전략을 택하기는 어렵다. 아직까지 윈도폰이 스마트폰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다. 이미 상당수 소비자들이 삼성 스마트폰을 대표적 안드로이드폰으로 인식하고 있다. 구글OS를 하드웨어에 최적화하는데 들어간 비용도 크다.

여기에 최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애플의 삼성전자 특허 침해 여부를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것도 눈여겨 봐야 한다. 삼성 입장에선 서둘러 애플에 화해의 손짓을 보낼 필요가 없어졌다. 적어도 내년 1월, ITC 재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애플을 압박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 것이다.

수국제특허법률사무소 정동준 변리사는 삼성전자 입장에서 소송을 확전하고 있는데, ITC 재검토 결과가 나온 이후 자신감이 붙은 상태로 보인다라며 내년 ITC에서 나올 재검토 결과 여부가 향후 소송전을 가늠할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애플 입장에서도 소송은 삼성전자를 견제할 좋은 수단이다. 스마트폰 시장서 삼성전자가 주도권을 가져간 데 이어, 태블릿 시장 점유율 마저 빼앗긴다면 애플에도 타격이 크다. 애플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소송은 삼성전자에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것이라며 애플은 삼성이 제품은 물론 부품까지 베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존심이 상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