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패드로 촉발된 태블릿 쇼크가 마침내 공룡 PC시장을 움직이게 만들었다. 그동안 장사를 잘 해온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이하 MS)도 잠자코 있을 수 없을 만큼 상황이 급변했다.
한때 인텔과 MS가 30년간 이어온 윈텔 동맹이 깨진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지만 현실은 이들이 그냥 헤어지도록 그냥 내버려 두지 않았다. 힘들면 힘들수록 두 회사는 서로가 필요로 하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안다.
이들의 대응은 그리 서두르지도 그렇다고 느긋하지도 않았다. 태블릿 등장 후 인텔은 성능보다는 저전력 구동에 초점을 맞췄고, MS는 모바일을 닮은 PC 운영체제 윈도8을 준비했다.
이들 두 기업의 결실이 바로 윈도8 노트북이다. MS가 비록 ARM 기반 윈도RT를 만들었지만 여전히 아이패드나 안드로이드OS 기반 태블릿과 대항하기 위해서는 인텔의 강력하고 높은 호환성을 갖춘 코어 프로세서가 필요하다. 반대로 인텔 역시 갈수록 줄어드는 PC시장의 성장 둔화를 막고 오히려 시장을 키우기 위해서는 태블릿이나 스마트폰과 상대가 가능한 X86 기반 OS가 필수적이다.
산파 역할은 각 PC 제조사들이 했다. 이들에게 떨어진 새로운 도전 과제는 노트북의 장점은 그대로 살리면서도 태블릿으로도 쓸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일이었다. 고민끝에 저마다 다른 해답을 내놨다.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는 공동으로 9일과 10일 양일간 영등포 타임스퀘어에서 윈도8 디바이스 데이를 개최한다. 이곳에서는 국내 출시된 윈도8 노트북 대부분을 전시해 한 자리에서 체험해볼 수 있다. 또한 개그콘서트 멘붕스쿨 공연, 비보이 공연, 퀴즈 이벤트, 스탬프 랠리, 터치 홀릭 게임 등이 준비되어 방문객들에게 다양한 즐거움을 제공한다.
이날 행사에 전시된 윈도8 노트북의 핵심 특징은 터치스크린 채택이다. 이를 기반으로 총 6가지 형태를 지닌다. 각각의 제품을 직접 사용해 보고 장단점을 분석했다.
■떼고 밀고 뒤집고...변신 방법 다양하네
첫 번째는 조개껍데기(clamshell) 방식이다. 전통적인 노트북 구조이며 태블릿으로 변신하지 않는다. 터치스크린을 채택한 제품도 있고 그렇지 않은 제품도 있다. 기존 노트북 시장에 대응하는 성격으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형태다.
조개껍데기 방식을 제외한 다른 제품은 특별히 윈도8 컨버터블 노트북으로 불린다. 태블릿으로 변신시켜 사용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두 번째는 탈착(detachable)식이다. 삼성전자와 에이서가 이와 같은 해답을 내놨다. 이 방식에서 하단부는 키보드와 터치패널 그리고 충전 거치대 역할에 불과하다. 모든 주요 부품과 주요 단자 그리고 배터리는 상단부에 위치한다.
태블릿으로 쓰기 위해서는 상단부를 떼어 내기만 하면 된다. 태블릿으로 변신했을 때 기존 태블릿과 가장 유사하며 무게도 가벼운 편이다. 대신 인텔 i코어 프로세서 대신 아톰 프로세서를 사용한다. 배터리가 상단부에 위치하다 보니 차지할 수 있는 공간이 적어 전력 소모가 적은 코어 프로세서를 사용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탈착을 위해서는 버튼을 눌러야 한다. 고정을 위한 걸쇠를 풀기 위한 행동인데 두 회사 제품 모두 안정감 측면에서 큰 문제는 없어 보였다.
세 번째는 슬라이드(slide) 방식이다. 소니와 LG전자가 이와 같은 방식을 채택한 제품을 내놨다. 이 방식은 태블릿을 사용할 때 키보드가 제품 중간에 숨는다. 소니와 LG전자는 슬라이드 힌지 부분에서 다소 차이가 있는데, 소니 제품은 양쪽에 레일을 통해 좀 더 부드럽게 접히는 반면, LG전자는 화면을 들어올려 거치시키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이 방식의 가장 큰 장점은 디자인이다. 태블릿 형태나 노트북 형태 모두 안정감 있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반면 단점은 터치패드를 비롯해 팜레스트(손바닥 지지) 부위가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키보드 활용이 많은 사용자에게는 그리 적당하지 않다.
네 번째는 도시바와 MSI가 내놓은 슬라이드앤틸트(Slide&Tilt)형이다. 태블릿으로 변신시키기 위해서는 화면을 우선 180도로 눕힌 다음 아래로 내리면 된다.
이 방식은 가장 드라마틱한 형태로 태블릿으로 변신시키는 재미를 선사한다. 화면을 내릴 수 있도록 지지해주는 금속봉이 상단부 뒷면에 장착돼 있는데 약하게 느껴져 심리적으로 안정감이 부족하다. 또한 막상 사용해보면 변환 과정이 여타 방식에 비해 좀 더 불편하게 느껴진다.
다섯 번째는 레노버가 독자적으로 내놓은 360도 회전 방식이다. 상판을 뒤로 완전히 뒤집어 태블릿으로 변신시킬 수 있다. 방식은 간단하지만 관건은 힌지의 내구성이다. 레노버 측은 금속 소재와 특허 기술을 통해 내구성을 최대한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 제품은 상판이 자유자재로 돌아간다는 점에서 노트북이나 태블릿 형태 뿐 아니라 텐트 모양의 거치가 가능하다. 또한 절묘한 무게 중심으로 인해 태블릿을 90도로 접어 탁자에 걸어둘 수도 있다.
단점은 태블릿 형태로 사용할 경우 뒷면이 키보드이기 때문에 다소 불안하다. 바닥에 놓을 경우 키보드가 눌리지는 않지만 미관상 그리 좋아보이지는 않는다.
마지막 여섯 번째 역시 레노버의 정통적인 태블릿 변환 방식인 화면 회전형(스위블)이다. 기존 씽크패드에 적용된 기술로 심미적인 지지대가 가운데 하나밖에 없어 안정감은 가장 떨어지지만 사용이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태블릿 대체 가능
이들 윈도8 컨버터블 노트북은 11인치에서 13인치까지 화면을 채택하고 있다. 기존 태블릿에 비해 보다 시원한 화면을 제공하지만 반면 무게는 두배 가량 무겁다. 따라서 서서 오랫동안 사용하기에는 다소 불편하다.
반면 성능 측면에서는 흠잡을 곳이 별로 없다. 특히 인텔 i코어 프로세서를 탑재한 제품은 기존 노트북과 비교해서 결코 떨어지지 않는 성능을 제공한다. 비록 외장 그래픽카드를 탑재하지는 않았지만 가벼운 온라인게임도 충분히 즐길 수 있을 정도다.
무엇보다 기존 태블릿의 경우 PC없이 사용하기에는 제약이 많지만, 윈도8 태블릿은 단 1대만으로 완벽하게 독자적인 사용이 가능하다는 것이 강점이다.
또한 이들 변신 기능이 태블릿의 간편함을 완벽하게 대체할 수는 없지만 굳이 별도로 태블릿을 구매하지 않아도 될 정도의 활용성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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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윈도8 태블릿 가격은 대부분 100만원이 훌쩍 넘을 정도로 아직 비싼 편이다. 그러나 가격이 고정돼 있는 태블릿과 달리 PC 시장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안정세를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용호 인텔 코리아 상무는 이날 행사에서 비단 터치 뿐 아니라 음성명령, 동작인식 등 윈도8 노트북은 계속 진화할 것이라며 내년 4세대 코어 프로세서가 출시되면 보다 전력 소모는 줄어들고 성능은 향상된 윈도8 노트북을 만나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