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너도 고소”…뒤에선 사과의 진땀이

애플의 대 구글 선전포고는 ‘모 아니면 도’로 해석된다. 성공하면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쓰는 모든 제조사에 타격이 가능하지만, 실패하면 대대적 역공에 노출된다.

애플이 위험 부담을 감수하고 구글을 때린 이유는 어려운 현 상황을 타개할 ‘무리수’가 필요했기 때문으로 업계는 분석한다.

지난해 4월 삼성전자를 첫 고소할 때만해도 자신만만했던 애플이지만 근래에는 대 굴욕의 쓴 맛만 잇따라 봤다.

이 가운데 가장 큰 굴욕이 영국서 나온 ‘사과(?)’ 사건이다. 현지 법원이 삼성전자 갤럭시탭은 애플 아이패드와 분명 다른 디자인이라고 명시, 정확한 내용을 공고하라고 주문했다.

애플은 자사 홈페이지에 이 내용을 “해외 판결은 다르다” 식으로 교묘히 왜곡, 법원으로부터 재공지까지 받았다. 재공지에는 “판결을 어길 경우 애플 임직원인 팀 쿡(CEO)를 감옥에 보낼 수 있다”는 내용까지 포함됐다. 스마트의 대명사였던 애플이 꼼수를 반복하다 굴욕 당하는 모습에 미국과 유럽 언론들도 비판을 쏟아냈다. 무차별적인 소송에 대한 반감도 크다.

책 ‘실물경제(Real Economy)’의 저자인 에드 콘웨이는 블로그를 통해 “스티브 잡스의 애플은 순수함으로 대표돼 왔으며 이 순수함 때문에 신뢰할 수 있었지만 언젠가부터 이런 특징이 사라졌다”며 “이 글(애플의 영국 사과문)을 읽은 사람 중 애플이 지독스럽고 불쾌하다고 느끼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앞서 애플에 일방적인 평결을 내렸던 미 배심원들도 갤럭시탭이 아이패드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고 결론 내려 미국 내 판매금지가 해제된 상태다.

삼성전자가 애플에 10억달러를 배상하라는 지난 8월 미 배심원 평결도 뒤집힐 가능성이 적잖다. 배심원 대표 벨빈 호건(67)이 지난 1993년 진행된 삼성전자가 최대 주주인 시게이트사와의 소송 사실을 숨겼다는 점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는 ‘비행(misconduct)’으로 재판을 다시 해야 하는 변수가 될 수 있다.

이 밖에도 모토로라에게 주요 소송을 패하고 안방인 미국서도 언론들이 소송공세에 비판적 입장을 취하면서 애플의 고민은 커졌다.

법정 밖에서는 주요 전략 제품들의 점유율 하락이 심상치 않다. IDC에 따르면 한 때 80%에 달했던 애플의 태블릿 시장 점유율은 지난 3분기 50%까지 떨어졌다. 50%가 물론 대단한 수치이지만 지난해와 비교하면 애플이 만족하기 어렵다. 한 때 5% 정도였던 삼성전자의 태블릿 시장 점유율은 3분기 18.4%까지 올랐다.

단순히 50%와 18.4%라는 스코어가 아니라 애플이 떨어지는 동안 삼성전자는 올랐다는 부분에 주목해야 한다고 IDC는 전했다.

애플의 기세가 줄어들었음은 스마트폰 시장서 더 잘 보인다. 지난 3분기 스마트폰 판매량이 삼성전자는 6천만대, 애플은 2천690만대로 격차가 상당하다.

3분기 성적에 아이폰5 판매량은 소폭만 반영됐지만 4분기도 애플에게 만만치 않다. 아이폰5 생산 차질로 인해 공급이 부족, 판매량을 확 끌어올리지 못하는 모습이다. 국내 출시 역시 기약이 없다.

이 같은 요인들을 종합해 월스트리트저널과 블룸버그, 씨넷 등 미 외신들은 애플이 잡스를 떠나보낸 후 대 위기에 빠졌다고 진단한다. 월가 애널리스트들이나 실리콘밸리 기업가들의 분석도 비슷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