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100만원인데…이통사, 압박에 패닉

일반입력 :2012/11/07 10:29    수정: 2012/11/07 16:22

정윤희 기자

“누구는 사상 최대 영업이익이라는데…답답할 따름입니다.”

통신업계 한숨 소리가 커져간다. 3분기 통신3사 모두 말 그대로 처참한 실적을 기록한 가운데 정치권으로부터의 요금인하 압박 강도가 거세져 패닉 상태인 분위기다.

6일 마무리된 통신3사 3분기 실적에 따르면 매출은 늘었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대폭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과도한 보조금 경쟁 등 마케팅비 증가가 실적 부진의 주범으로 꼽힌다.

SK텔레콤은 영업이익이 말 그대로 반토막 났다. 설비투자(CAPEX) 비용이 늘기는 했으나 LTE 마케팅 비용 증가가 뼈아프다. SK텔레콤은 영업이익으로 전년 동기 대비 46.4%, 전 분기 대비 27.6% 줄어든 3천7억원을 기록했다. 순이익 역시 전년 동기 대비 54.2% 줄었다.

LG유플러스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LG유플러스는 영업손실 61억원, 순손실 384억원을 기록하며 2분기에 이어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KT가 영업이익과 순이익에서 각각 30.6%, 4.3% 증가했지만 그나마도 BC카드, KT렌탈 등 비통신 부문 덕분이다. 이를 떨어뜨려 놓고 보면 통신 부문은 부진을 면치 못하는 상황이다.

이 같은 실적은 모두 마케팅비 투입이 늘어난데 따른 것이다.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의 마케팅비는 전년 동기에 비해 각각 32%, 68.7%, 41.1%가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정치권,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요금인하 여력이 충분한 것 아니냐’는 눈총을 받는 이유다.

대선주자들도 ‘통신비 인하’ 카드를 꺼내들며 통신사 압박에 나섰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는 가입비 폐지를 내세웠으며,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역시 기본료를 폐지하거나 대폭 낮추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는 구체적인 통신비 공약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현행 요금체계에 개선이 필요하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에 대해 통신사들은 “통신요금과 단말기 비용을 분리해 각각의 부담을 완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고가 단말기가 가계통신비 부담 증가의 원인으로 꼽히는 가운데 무턱대고 통신요금만 내리라고 압박하는 것은 산업구조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가 선행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일례로 지난해 시행된 기본요금 1천원 인하는 통신사들에게는 연간 6천억원의 손실을 안겨줬지만, 정작 이용자들은 전혀 통신비 인하 효과를 체험하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란 얘기다.

통신사들은 ‘비싼 통신비’의 원인으로 고가 스마트폰을 꼽았다. 최근 출고가 90만원대를 넘어 갤럭시노트2 등 100만원을 초과하는 스마트폰이 출시되면서 단말기 비용으로 한 달에 3~4만원을 지불하는 것이 모조리 ‘통신비’로 인식된다는 설명이다. 이렇듯 100만원 안팎의 고가 스마트폰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상황에서 보조금을 투입하지 않을 경우 판매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토로다.

안승윤 SK텔레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고객의 통신비 청구서 금액 중 40% 이상이 단말기 비용”이라며 “통신비 인하 요구가 많이 제기되기 시작한 것도 스마트폰의 등장 이후”라고 지적했다.

영업이익이 하락한 통신사들과 비교해 삼성전자는 3분기에만 영업이익 8조를 넘어서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이 중 휴대폰이 속한 IM사업부의 영업이익만 5조원에 달한다. 갤럭시S3등 고부가 스마트폰 판매 호조에 힘입었다.

안 CFO는 “통신비 부담 완화를 위해서는 이통사의 통신요금과 제조사의 단말기 비용을 구분해서 각각 부담을 완화시킬 수 있는 방안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라며 “이통사 통신요금은 이미 기본료 인하를 시행해 매출액과 영업익 감소세가 지속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제조사들이 해외에서보다 국내서 단말기 가격을 높임으로써 통신요금을 올리는 역할을 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제조사는 해외에서 400~500달러에 파는 단말기를 국내서 900달러에 출고하는 반면 통신 요금 자체는 3년 전과 비교하면 100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이석채 KT 회장은 “통신요금이 비싸다는 얘기가 계속 나오는 것은 단말기 값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며 “제조사가 단말기 가격을 해외 시장에서 유통되고 있는 수준으로 내놓으면 요금이 내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전 세계 통신사 매출이 19.1% 성장할 때 국내 통신3사는 최근 3년간 가입자당매출(ARPU)이 계속 줄었다”며 “우리나라 통신비에서 단말기가 차지하는 비중이 다른나라 국민들과 같은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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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는 단말기 가격에 제동을 걸 수 있는 별다른 장치가 없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단말기 부담을 줄이기 위해 시행한 휴대폰 자급제(블랙리스트) 역시 아직까지 시장에 정착되지 못한 상황이다.

통신업계 고위 관계자는 “(가계통신비 부담 완화는) 무작정 통신사만 압박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라 휴대폰 가격의 합리적 조정이 필요하다”며 “정치권에서도 우리나라 통신비 구조의 문제점, 구체적인 인하 방식과 단계 등에 대해 깊은 이해와 검토가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