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가 자체 스마트폰을 만들고 있다는 소문이 다시 불거졌다. 한 외신을 통해 아시아 부품업체와 함께 이를 테스트중이라는 보도가 게재되면서다.
주요 외신들은 지난 2일 MS가 자사 윈도폰 운영체제(OS)를 탑재한 스마트폰 단말기를 아시아지역에 자리한 부품공급사와 협력해 만들고 있다고, 타이페이 발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를 인용해 이같이 전했다.
WSJ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MS가 이름을 밝힐 수 없는 부품제조사와 함께 자체 디자인의 스마트폰을 시험중이라 썼다. 다만 해당 모델이 일반 소비자용으로 출시될 목적으로 제작되는지 분명치 않다고 덧붙였다.
이는 MS가 서피스폰을 실제로 만들었을 것이란 의심을 굳히는 한편, 회사가 운영체제(OS) 개발사라는 본업을 지킬 것인지 아니면 구글처럼 제조 파트너와 함께 자체 단말기를 내놓거나 애플처럼 독점 플랫폼 기기를 만들어 팔 것인지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는 풀이도 가능하다.
테스트중이라 추정되는 MS 윈도폰 단말기는 4~5인치 사이쯤 되는 스크린을 탑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경쟁사 애플의 아이폰이나 타 제조사 삼성의 갤럭시 시리즈처럼 최신 스마트폰 트렌드를 따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개발중'부터 '테스트중'까지…루머 사실화
서피스폰 등장설이 공공연히 돌게된 것은 지난 6월 이후 4번째다. 당시 노무라증권의 한 분석가는 투자자노트에 역시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MS가 OEM 생산업체를 통해 윈도폰8 스마트폰 개발작업을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MS가 태블릿시장에 진출하려는 PC제조 파트너들의 반발을 감수하면서 서피스 태블릿을 선보인 게 당시 상황이었다. 업계는 OS만 공급해온 MS가 하드웨어를 함께 만듦으로써 파급이 클거란 인식을 하게 됐다.
첫 파장이 가실무렵인 지난달초에 2번째 루머가 등장했다. MS가 약 4개월전부터 내년 출시를 목표로 서피스폰을 만들어왔다는 내용이었다. 해당 소식을 전한 중국언론 차이나타임스 보도를 영미권 외신들이 인용해 관심을 모았다.
다만 MS가 서피스로 태블릿 파트너들이 불만을 느끼고 있는데, 당장 부족한 윈도폰 수요를 놓고 또 제조사와 경쟁하려들 정도로 '어리석을까'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MS가 실제로 이를 추진중이라면 제조사들, 특히 긴밀히 협력해온 노키아가 큰 배신감을 느낄 것이란 분석이 주를 이뤘다.
그런데 지난달 중순 보름쯤 돼서 서피스폰 실존설에 무게를 싣는 정황증거가 등장했다. 익명의 윈도폰 개발자가 MS 본사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네트워크 접속기록을 분석해 이제껏 알려지지 않은 윈도폰8 OS와 단말기 식별번호를 찾아냈다는 내용이었다. 기록된 GPS상의 좌표와 접속이 발생한 인터넷주소가 MS 윈도폰 디자인팀이 일하는 건물이라, 그들이 서피스폰을 몰래 테스트중이 아니냔 추정이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MS가 윈도폰8과 SDK를 선보이면서 자체 단말기도 내놓지 않을까 예상했다. 하지만 실제 지난달 치른 행사에서는 플랫폼 관련 소식뿐이었다. 당일 전후로 윈도폰8 파트너들의 신제품 단말기 정보가 공개됐다. 루머는 그대로 묻힐 뻔했다. 스테판 엘롭 노키아 CEO는 서피스폰이 존재하더라도 윈도폰8 생태계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여유를 부렸다.
■아직 걸음마 단계 윈도폰8
사실 최신 윈도폰OS인 윈도폰8 '아폴로'의 생태계는 아직 상상과 전망에 머물러 있다. 실제 시판중인 기기가 없을뿐 아니라 이를 지원하는 애플리케이션도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라서다.
MS는 2년전 출시한 윈도폰7과 지난해 선보인 윈도폰7.5에 이어, 최근들어서야 윈도폰8 플랫폼을 공개했다. 이를 위한 윈도폰8 소프트웨어개발도구(SDK)도 불과 며칠전 배포했다.
회사 입장에서 완성판 OS는 제조사들에 넘어가 출시될 단말기에 탑재되고, SDK는 개발자들에게 배포돼 그 스마트폰에서 돌아갈 애플리케이션을 만들게하는 역할이다.
이런 시점에 MS가 자체 단말기를 만들더란 얘기가 사실로 알려진다면 스마트폰 제조부문 파트너들과의 관계는 어두워질 수 있다. 삼성전자와 노키아와 HTC 등이 윈도폰8 단말기 출시를 예고한 상태다.
그런데 이미 안 할 것처럼 보였던 MS 자체 태블릿 생산도 지난달 출시된 '서피스'를 통해 현실이 됐다. MS 자체 윈도폰, 일명 '서피스폰'이 나올거라는 루머도 여러차례 꾸준히 제기되면서 그 가능성에 무게를 더하는 추세다.
스티브 발머 MS 최고경영자(CEO)는 자체 스마트폰을 만들 것이냐는 질문에 우리는 삼성, 노키아, HTC같은 협력사와 휴가철 성수기에 맞춰 (시장공략에) 집중하고 있다며 우리가 또다른 뭔가를 만들 계획이든 아니든 답할만한 내용이 없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MS로 남지 못한다면…'구글이냐 애플이냐'
4번째가 되는 WSJ 보도는 지난번 루머가 돈 뒤 다시 보름만에 또 나왔다. 여전히 MS는 공식적으로 윈도폰8 단말기를 직접 만들고 있지 않다고 얘기하지 않고 침묵중이다. 실물 단말기 형태나 출시일정 등 구체적인 정보는 여전히 베일 속이다.
그럼에도 MS가 자체 스마트폰을 실제로 만들고 있을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다만 이를 공식화할 경우 외부의 우려처럼 파트너들이 등을 돌릴 수 있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하는 듯하다.
MS는 어쩌면 현재 윈도8 파트너들처럼 다양한 지원군을 두지 못한 현재 상황에 대비하려는 것일 수 있다. 주요 제조사들이 윈도폰8 플랫폼을 포기하거나, 자체 경쟁력을 잃고 허덕일 경우 자사 OS를 담은 기기를 만들 곳은 스스로밖에 남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구글에 인수된 모토로라는 예전부터 안드로이드OS에 충성해왔고, LG전자도 안드로이드에 집중할 뜻을 밝혔다. 국내서 삼성전자가 윈도폰8 부문에 협력중이지만 안드로이드를 노골적인 주력 플랫폼으로 삼아왔고, 주도권을 뺏기지 않기 위해 자체 OS인 타이젠도 만든다.
또 현재 MS와 협력중인 노키아와 HTC는 안드로이드와 애플 단말기에 밀려 힘겨운 상황이다. RIM도 자체 플랫폼을 고수하면서 시장을 잃었다. 나머지 중국계 제조사들까지 합해, MS 윈도폰8 단말기를 만들어줄 곳이 5군데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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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는 남은 5개 제조사들을 서로 밀고 끌면서 사활을 건 윈도폰8 비즈니스를 성공시켜야 할 상황에 처했다. MS는 기존처럼 OS만 공급해서는 일이 잘 풀리지 않는다는 걸 그 사업보고서나 임원들의 발언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인정했다.
MS가 실제로 윈도폰8 단말기를 준비중이라면 불가피한 선택일 가능성이 높다. 결국 회사가 구글처럼 초기 OS 생태계 독려 차원에서 자체 단말기를 선보이거나, 파트너들의 성과가 신통찮다면 애플처럼 자체 기술과 서비스를 통합 제공하는데 전념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