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설비투자 냉각…회복 시점은?

일반입력 :2012/10/18 21:47

송주영 기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두 반도체 회사의 내년도 설비 투자에 냉기류가 감지됐다. D램 시장 성장률 둔화에 발이 묶이고 낸드플래시까지 투자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반도체업계는 내년도 메모리 시설 투자 축소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연말 상황 반전을 기대하는 낙관적인 시선도 있지만 최소한 내년 상반기까지는 설비 투자 규모가 크게 축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2010년을 경계로 이전과 같지 않은 투자 분위기가 이어져 온 가운데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확정된 바 없다”며 투자 축소설을 극구 부인하고 있지만 장비업계의 분위기는 “기대하지 않는다”가 대세다. 설상가상 미세공정 전환에 따른 투자비용 부담으로 인한 패러다임 변화도 제기되고 있다.

업계가 지난 해와 달리 내년도 상반기까지 투자가 냉각되리라고 보는 가장 큰 배경으로는 ▲메모리 반도체 성장률 둔화 ▲투자설비비 증대 반영한 미세화 공정 설비 대체 ▲불확실한 경기 상황 등이 꼽히고 있다.

■업계, 진동수발언 아니더라도...미세공정 전환 유력시

전동수 삼성전자 사장은 지난달 “시황이 좋지 않아 투자를 보수적으로 할 것이라는 것은 다 아는 얘기”라고 말한 바 있다.

원론적인 수준의 언급이었지만 세계최대 메모리 생산업체의 책임자 말에 반도체 장비업계는 내년 투자에 대한 기대를 접었다.

“시황이 변하면…”이라는 기대도 하고는 있지만 적어도 상반기 투자는 소극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업계의 이같은 투자 축소설은 미세공정 전환과 맞닿아 있다.

D램의 경우 PC 시장 침체와 함께 성장률이 크게 둔화됐다. 미세공정 전환만으로도 출하량 증가가 시장 수요 증가를 따라잡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원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일환인 미세공정은 한계에 부딪히며 투자비용을 늘리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미세공정 전환만으로도 연간 20~30%의 출하량 증가가 가능하다”며 “D램 시장의 경우 성장률도 비슷해 신규 설비 투자의 요구가 크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미세공정 전환은 한계에 봉착하면서 설비투자비를 늘린 것이 반도체 투자의 보수적인 접근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시장조사업체 제퍼리는 지난해 공장 설비 투자 비용으로는 70억달러 수준이 추정했지만 내년에는 30%가 늘어난 100억달러 규모를 예상했다. 투자비용이 늘어난 만큼 수익성을 생각한다면 투자가 더 신중할 수밖에 없다.

경기 상황마저 투자 축소설에 힘을 싣는다. 미국, 유럽 등의 경기 침체가 내년에도 크게 회복되기를 기대하기 어렵다. IT 투자 역시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

■장비업계 “내년 시장 기대 안한다”

A장비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업체 구매부서가 내년은 기대도 하지 말라더라며 한숨 지었다. 또다른 장비업체 B사 관계자도 “내년 반도체 쪽은 장비 투자 기대 안한다”며 “하반기 들어서 이미 투자 분위기가 반전돼 연도 대비 수주가 줄었다”고 전했다.

장비업계에서 그나마 낙관적으로 보는 투자 시점이래 봐야 내년 말이다.

C장비업체 관계자는 “반도체 투자라는 것이 워낙 유동적인데 시황이 나아지면 그래도 연말에는 투자 조정이 있을 수 있지 않느냐” 며 일말의 기대감을 전했다.

D램은 성장률 둔화 속에 이미 지난해부터 보완투자 중심으로 전환되기 시작했다. 게다가 내년에는 낸드플래시 투자마저 축소되면서, 최소한 상반기까지는 메모리 신규 설비투자를 찾아보기 힘들 것으로 예상됐다. 내년 메모리 분야 신규 설비투자로는 삼성전자 중국 시안공장 건설 정도가 예정돼 있다. 이조차도 속도 조절에 나서게 되면서 상반기에도 큰 투자가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투자 비용 늘어나면서 접근방식도 신중

시장조사업체 아이서플라이, 가트너 등에 따르면 특히 D램은 이미 2010년부터 신규설비 투자 축소 분위기가 감지된다. 생산능력(Capacity) 확대가 2010년 이전 대비 소폭에 그치는 모양새를 이어오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HS아이서플라이에 따르면 2010년 대비 올해 생산능력은 7% 증가 수준에 머물 전망이다. 2년 동안의 증가율이다. 지난 2010년에는 전년대비 14%가 증가하기도 했지만 3년 동안의 생산량 확대 증가율이 축소됐다.

SK하이닉스의 올해 생산량이 지난 2010년 대비 9% 증가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2010년 한 해 동안의 증가율 8%와 비슷하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2010년대 D램 반도체 업계는 PC시장이 고도 성장세를 보이던 1990년대, 2000년대와 비교해 둔화됐다며 “1990년대 70% 성장률은 2000년대 들어 50%, 2010년대에는 다시 30%대로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투자 축소 전망 속에 아예 투자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투자비 부담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요즘처럼 경기가 불확실하다면 더 신중하게 접근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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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업계는 투자가 신중해질 수밖에 없는 시점”이라며 “투자비용은 늘어나 어느 정도의 수익이 예상되기 전에는 투자 하기가 어렵게 됐다”고 설명했다. 도시바가 30% 감산을 발표한 것도 적자로 제품을 팔지는 않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만큼 무리한 점유율 늘리기보다는 수익성 강화로 반도체 업계가 돌아설 것이라는 예상이다.

그나마 반도체 업계의 희망은 삼성전자의 중국 시안시 낸드플래시 투자다. 시안시 투자는 초기비용으로 23억달러가 예정됐다. 이 역시 내년 상반기보다는 내년 말에 집중될 것으로 전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