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탈삼성화, “당하고 있지만은 않을 것”

일반입력 :2012/10/16 04:17    수정: 2012/10/16 17:50

송주영 기자

'결국 오더라도 영향은 일반적인 우려보다 크지 않을 것.'

애플의 아이폰, 아이패드에 사용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의 ‘탈삼성화’ 이후의 영향이 생각보다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15일 반도체, 증권업계 등은 지난 주 말 애플이 지난 8월부터 TSMC로 물량을 옮길 준비를 해왔다는 외신 보도에 대해 방향성에 대해서는 동의하면서도 단기간에 그 비중을 높이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 기간 동안 삼성전자의 대응방안은 자체 AP 비중 확대, 시스템LSI 사업 다각화 등 다양하게 마련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20나노 공정에서 애플이 TSMC와 손을 잡아도 최소 1~2년의 여유가 있기 때문에 엑시노스 고객사 다변화, 삼성전자 스마트폰에서의 AP 비중 확대, 시스템반도체 사업 다양화 등 대응책을 마련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도체, 증권업계는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에 미치는 영향은 일반 소비자들이 보는 시각만큼 크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단기간에 비중을 축소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여 이 사이 대응책을 마련해 애플 물량 효과를 상쇄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애플, 중장기적으로 삼성에게만 AP의존 않으리란 것은 당연

반도체, 증권업계도 애플이 중장기로는 메모리에 이어 AP에서도 삼성전자 의존도를 낮추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업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결국 애플은 TSMC와 손을 잡을 수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애플의 기본 전략은 부품 다변화다.

다변화만이 부품업체에 대한 지배력을 높일 수 있는 길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애플이 100% 삼성전자 AP에 대한 의존도를 장기화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초기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의 부품 경험이 필요했지만 모바일 시장 강자로 부상한 현 시점에서는 삼성전자 반도체 기술력이 예전만큼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애플 역시 자체 반도체 기술력 확보에 나섰다. PA세미, 인트린시티 등 반도체 설계업체 인수사냥을 꾸준히 해 왔다. 최근 들어서는 삼성전자 오스틴사업장에서 근무하던 AMD출신 CPU베테랑 짐 머가드를 영입하기도 했다.

애플의 기술력은 스마트폰 역사만큼 성장했다. 아이폰5에 사용되는 A6는 삼성전자의 힘을 빌지 않고 애플이 자체 기술을 이용해 설계를 했다.

이 가운데 파운드리 1위 TSMC도 애플에 대한 구애를 계속하고 있다. 지난 7월 타이완 언론은 TSMC가 애플을 겨냥해 기술 전문가단을 미국에 파견했다고 보도했다.

최근에는 TSMC가 20나노 공정을 양산하는 시점부터는 TSMC 공장에서 애플 AP가 양산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이에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애플의 TSMC로의 AP 위탁생산 이전 전망에 “업계에서 그런 추정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는 반응을 보이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으며 대응책에 대해서도 답하지 않았다.

■삼성, 애플로 유발되는 파운드리 매출 28억달러

애플의 삼성전자 의존도는 작지 않다. 메모리에서는 최근 다변화 움직임이 있지만 모바일 AP만큼은 100% 삼성전자로부터 조달받는다.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는 지난 해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70%가 애플에서 나오고 있다고 봤다. 그 비중이 올해는 85% 수준으로 올라갈 것으로 예상했다.

IC인사이츠가 예상하는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올해 매출은 33억달러 수준. 28억달러 가량을 애플 AP에서 나오는 매출로 추정할 수 있다. 양사의 스마트폰 경쟁은 소송으로 이어졌다. 양사의 소송전 이후 애플-TSMC의 협력에 대한 전망은 꾸준히 나오고 있다.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A5, A6 개발과정에서도 꾸준히 나왔다.

외신은 앞서 “애플, TSMC가 계약까지 갔다더라”는 ‘~라고 하더라’류의 보도도 양산했다.

TSMC는 반도체 시장 대어인 애플을 원하고 있고 애플 역시 AP 다변화를 마다 할 이유가 없다. 양사는 세계 각지에서 벌어지는 소송으로 감정의 골도 깊어지고 있다.

■TSMC, 삼성물량 한꺼번에 소화하긴 쉽지 않아

관련업계는 애플이 단기간에 삼성전자에서의 AP 생산을 중단하고 TSMC에 100% 물량을 맡기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고객별로 상이한 공정을 양산하는 기술이 단기간에 확보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만 해도 미국 현지에 애플 전담 인력을 두고 대응하며 고객사에 대한 노하우를 쌓고 있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애플이 삼성전자의 AP 의존도를 낮춰 TSMC에게 물량을 준다고 하더라도 단기간에 비중을 확 바꿀 수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TSMC는 지난 1년 동안 28나노 공정 전환에서 어려움을 겪으며 기존 고객사 물량 대기에도 빠듯한 상황을 겪었다.

이 과정에서 칩을 제때 공급받지 못한 일부 업체들이 일부 물량을 삼성전자 등 기타 파운드리로 전환하려는 움직임도 있었다. 반도체 업계가 전반적으로 미세공정에 대한 대응을 위해 신기술 도입 등 기존과는 다른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한꺼번에 대규모 물량을 소화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TSMC가 올해만 28억달러에 달하는 큰 규모의 애플을 새로 고객사로 영입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됐다.

■삼성엔 사업·제품·고객 다변화 등 “살 길은 많다”

애플이 TSMC도 물량을 넘기는 과정에서 삼성전자도 넋 놓고 기다리고 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업계의 관측도 있다. 대응방안도 다양하게 제시됐다.

첫 번째는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자체 개발 AP인 엑시노스 물량 비중 확대다. 업계에서 추정하는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엑시노스 비중은 절반 이하다.

엑시노스를 찍어낼 수 있는 자원의 한계 등으로 비중 확대가 쉽지 않았던 것으로 추정됐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엑시노스 비중을 높여 자원을 재배분하고 매출을 유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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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는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의 다양화다. 삼성전자의 이미지센서, 전력반도체 등 다른 시스템LSI 품목을 다양화해 다변화할 수 있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애플 물량으로 다른 시스템LSI에 자원을 할당하기가 어렵다”며 다변화 가능성을 제기했다. 세 번째는 애플 이외 모바일 고객사의 다양화다. 삼성전자의 AP 기술력은 세계적인 수준이다. 세계 1, 2위업체 스마트폰, 태블릿 등에 제품을 공급하며 기술력을 키웠다. 기술력을 바탕으로 고객 다변화에 나서면 애플 물량이 축소되도 레버리지 효과가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 사업에서 애플 비중이 축소되는 것은 메모리와 마찬가지로 언젠가는 가게 될 길”이라며 “단기간에 대폭적인 비중 축소가 이뤄지기는 어려운 만큼 대응책이 마련되지 않겠는가”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