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임민철 기자]IBM은 경쟁자들처럼 클라우드와 빅데이터 대응 시나리오를 강조한다. 자사 IT전략이 기업 성장에 더 큰 잠재력을 발휘할 것이라 증명하길 원하면서다. 이를 위해 지리적 위치와 무관하게 시장목표로 삼은 '그로스마켓(Growth Market)' 국가만을 상대해 처음 독립된 컨퍼런스를 열었다.
회사는 오는 9일부터 11일까지 싱가포르 센토사에서 'IBM 인터커넥트 2012'라는 낯선 행사를 진행한다. 뜻밖인 점은 우선 세부 일정이나 주요 업데이트에 관련된 소식이 공개되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미국이 아닌 싱가포르에서 첫 행사로 열린다는 것 이렇게 2가지다.
사실 IBM 펄스, 임팩트, IOD, 로터스피어 등 기존 소프트웨어(SW) 사업부의 연례컨퍼런스는 미국 주요도시에서 대규모 컨퍼런스를 먼저 진행하고 이후 아시아, 각 국가별로 현지화된 세미나를 운영하는 식이었다. 메인 컨퍼런스가 아니다보니 신선도가 다소 떨어지는 대신 지역별로 구체화된 사업전략과 시장대응에 관한 내용에 초점을 맞추곤 했다.
그로스마켓은 IBM이 우리나라, 동남아연합(ASEAN), 호주와 뉴질랜드(ANZ), 중앙 및 동부유럽(CEE), 대중국그룹(GCG), 인도 및 동아시아(ISA), 라틴아메리카(LA), 중동 및 아프리카(MEA), 8개 지역군을 합쳐 부르는 사업목표지역이다.
■미국 컨퍼런스 '재탕' 아니다
앞서 회사 관계자는 인터커넥트라는 제목으로 처음 열리는 이 컨퍼런스는 미국에서가 아니라 싱가포르에서 열려 한국을 포함해 인도, 중국 등 '성장시장'으로 묶이는 수많은 나라를 대상으로한 사업 비전과 기술 전략을 다루는 자리라고 언급했다.
IBM이 8일 사전등록 후 제공한 안내자료에 따르면 인터커넥트는 '소프트웨어 및 시스템 테크놀로지 사업부 전반에 걸친 역량을 통합해 그로스마켓을 겨냥한 글로벌 이벤트'다. 클라우드전략, 빅데이터 분석, 보안 기술, 소셜비즈니스 및 커머스, 모바일 엔터프라이즈 솔루션, 왓슨인더스트리솔루션 상용화 등을 주제로 예고했다. 다만 정례화된 기존 행사와 달리 행사 일정에 관련된 계획이 다소 유동적인 상태로 진행돼가는 점이 색다르다.
일례로 회사는 예비등록을 진행한 행사장에서 국내 매체만을 상대로 한국IBM와 LG CNS임직원이 참석하는 라운드테이블을 진행하려다 취소했다. 사전 배포된 일정표에 따르면 IBM 본사 임원, 정재성 한국IBM SW사업 총괄과 국내 파트너사인 LG CNS의 김대훈 대표가 나설 예정이었다. 다만 한국IBM측은 해당 일정표가 확정되지 않았던 내용으로 김 대표와 IBM 글로벌 임원이 참석한다는 내용 자체가 실제 계획과 달랐다고 설명했다. 현재 김 대표는 컨퍼런스 참석차 싱가포르에 체류중이기 때문에 LG CNS가 아니라 IBM쪽의 사정에 따른 변동으로 추정된다.
또 한국 담당자가 국내 매체들과 8일 오전중 별도로 진행하려던 IBM 싱가포르 데이터센터 시설탐방 일정도 취소됐다. 이는 한국담당자가 본사담당자와 일정을 확인하던중 우리나라 취재단이 현장에 도착한 직후에야 통보받은 것이라 다소 의아한 상황이었다. 본사 담당자는 데이터센터 방문 일정에도 본사 주요 임원들이 다수 참석할 것이기에 다른 국가 취재단과 함께 자리할 것을 요구했다.
■통합 어플라이언스 전략 강화 예고
IBM 그로스마켓사업부(GMU) 카렌 데이비스는 일정을 급히 바꾸게 된 점에 사과하며 전날과 오늘 오전까지 클라이언트를 대상으로 데이터센터 관련 현장 일정을 진행중이었는데, 수많은 지역에서 방문하는 참석자들 여건에 대응하느라 일정 조율에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해당 시설 명칭은 '싱가포르 클라이언트센터'로 현지 탐핀(Tampines) 지역에 자리하고 있다. 세계 124개지역에 들어선 200여개 클라이언트센터가운데 한 곳이다. 센터 내부 인프라는 최신 스마터컴퓨팅 계열 제품인 퓨어시스템 서버 제품군으로 구성돼 있다고 회사측은 밝혔다.
퓨어시스템즈는 IBM이 지난 4년간 기업인수와 연구개발에 투자해온 제품, 기술력과 산업별 전문지식을 융합해 만들어낸 통합어플라이언스 제품이다. IBM은 독자적인 기술력에 더해 산업별 노하우로 경쟁자들과의 차별화를 강조하고 있지만, 경쟁사 오라클은 자사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통합에 기반한 '엔지니어드시스템'의 성공을 뒤늦게 인정한 방증이라 주장했다.
한국IBM 관계자는 상반기 첫선을 보인 'IBM 전문가통합시스템(퓨어시스템즈)' 제품 항목에 새로운 계열이 추가될 것이라며 지난 4월 출시된 인프라용 '퓨어플렉스시스템'과 플랫폼용 '퓨어애플리케이션시스템', 2가지에 분석업무용 1가지를 더해 퓨어시스템즈 제품군은 3가지 계열로 늘어난다고 귀띔했다.
출시를 앞둔 IBM 신제품은 '퓨어데이터'라 불릴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의 비즈니스애널리틱스 역량과 네티자 데이터웨어하우스(DW) 기술을 녹인 제품으로 오라클 데이터베이스머신 '엑사데이터'와 경쟁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로스마켓에 주목하는 이유
회사는 영국을 포함한 유럽, 일본 등 열손가락에 꼽히는 지역을 '성숙시장'으로 부르며 '성장시장'과 구별해왔다. 일본을 우리나라와 중국, 더러 호주까지 묶어 아시아태평양 지역시장으로 묶었던 기존 방식은 사라졌다.
IBM은 이처럼 물리적인 위치가 아니라 사업이 진출한 시장에서의 성과와 달성도에 따라 사업목표와 전략을 차등화하는 방식을 2~3년 전부터 추진해왔다고 밝혔다. 지역에 기반한 시장 구분이 더이상 의미가 없어져간다는 판단이다. 다른 글로벌 기업들도 지역 대응 전략을 자사처럼 바꿔갈 것이라고 IBM은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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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숙시장 대비 성장시장의 실적 목표치는 높은 편이다. 성숙시장에선 이미 발굴한 시장이외 추가 가치를 제공할만한 전략과 시나리오를 발굴하는 것, 경쟁제품을 걷어내고 기존 제품을 깔아넣는 것, 2가지 외에 뾰족한 성장 비전을 넓히기 어렵다. 그로스마켓은 전체 시장이 고착화되기 이전 상태라 상대적으로 유연하고 성장기회 발굴 가능성이 높다는 게 IBM의 판단으로 보인다.
한편 다른 각도에서 IBM은 IT에 기반한 기업 성장을 강조하기 위해 '설득의 대상'을 기존 IT담당자와 최고정보책임자(CIO)에서 다른 의사결정권자까지 넓혀갈 것으로 예상된다. 최고마케팅책임자(CMO), 최고재무책임자(CFO), 최고경영자(CEO)를 예로 들 수 있다. 이는 회사가 '산업별 특화 전문성'을 강조하고 빅데이터같은 광범위한 전략 시나리오의 수혜 대상으로 마케팅 영역을 짚어내는 모습에서 짐작해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