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이 새로운 퍼블릭 클라우드 전법을 들고 나왔다. 호스팅 업체에 클라우드 솔루션을 공급하고 유통채널처럼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아마존웹서비스(AWS)가 잡지 못하는 시장을 우회 공격하는 모양새다.
지난 26일 IBM은 매니지드서비스 사업자(MSP) 파트너에게 클라우드 솔루션과 교육, 마케팅을 지원하는 ‘글로벌 생태계 이니셔티브’를 발표했다.
이 전략에 따르면, 호스팅업체는 IBM으로부터 스마트클라우드나 퓨어시스템을 제공받아 클라우드 환경을 구축한다. IBM은 솔루션뿐 아니라 기술, 마케팅에 투자할 수 있는 기술 교육과 지원금도 제공한다. 중견 규모 이하 기업들의 IT인프라를 아웃소싱하던 호스팅업체는 사용량 기반 과금방식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IBM 퓨어시스템은 하드웨어와 미들웨어, 운영체제, 애플리케이션 등의 소프트웨어를 결합한 어플라이언스다. 수년간 IBM이 IT아웃소싱과 IT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쌓은 지식들을 프로그램화한 ‘패턴’을 통해 서비스 구축의 상당부분을 자동화하게 했다. 스마트클라우드는 IBM의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로 IaaS, PaaS, SaaS를 제공한다. 메인프레임, 유닉스, 윈도, 리눅스 등 다양한 플랫폼으로 구성해 여러 등급으로 서비스수준협약(SLA) 옵션을 나눴다.
IBM과 파트너십을 맺은 호스팅업체는 IBM 클라우드를 공급하는 파트너 역할을 한다. 클라우드 서비스를 유통하는 채널인 셈이다. 일정 고객 기반을 가진 호스팅업체가 클라우드 서비스 모델로 변화한 후 기존 고객에 영업을 벌이면 IBM의 전체 매출이 늘어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또한 호스팅업체의 활동범위는 1천명 미만의 중견기업 시장이다. 아마존웹서비스(AWS)는 퍼블릭 클라우드의 대표격이지만, 중소기업, 스타트업, 개발자 등을 주 고객층으로 갖고 있다. 중견기업들은 AWS에서 제공하는 서비스품질에 만족하지 못하고, 보안, 개별화된 정책 등 더 높은 수준의 SLA를 보장받기를 원한다. 때문에 AWS 이용보다 기존 호스팅업체나 SI업체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런 중견기업에게 IBM이 혼자 AWS와 유사한 퍼블릭 클라우드를 제공하는 것은 유리하지 않다. 오히려 클라우드 서비스의 복제물을 많이 만들면 영업 범위를 대폭 확대할 수 있게 된다. 클라우드 서비스를 주문자상표생산방식(OEM)으로 판매한다고 볼 수도 있다.
IBM은 이 전략을 위해 페리미터, 벨로시티, 시메트리, 옥스포드네트웍스, 피어1호스팅 등 각 지역의 1천400여개 MSP와 계약을 체결했다. 이들 중 일부가 IBM 퓨어시스템을 이용해 사용량 기반 과금방식의 IT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IBM은 또한 상하이, 도쿄, 에닝겐(독일), 뉴욕에 MSP 네트워크를 관리하는 글로벌 센터를 건립할 계획이다. IBM은 협력사 생태계 확대로 클라우드 매출을 70억달러대로 키울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IBM의 발표는 2~3년 전 활발하게 벌어졌던 클라우드로 파생될 IT업계의 변화상 예측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업계 전문가들은 IT아웃소싱 사업의 종말이란 파괴적 예측을 내놨다. 또한 중견 호스팅업체가 자체 퍼블릭 클라우드 사업을 하기보다 대형 업체의 클라우드 영업채널로 변신할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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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웨어를 판매하는 기존 IT솔루션업체에게 클라우드 서비스는 양날의 검이기도 하다. 클라우드 사업은 하드웨어를 구매하는 대신 가상의 인프라를 임대하는 형태다. 클라우드 사업 매출이 하드웨어 매출을 잠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수의 클라우드 서비스 파트너를 확보하면 하드웨어와 솔루션을 공급매출을 확보하면서, 기존 사업모델에 변화를 약간만 줄 수 있다.
IBM의 새 프로그램이 성과를 거둘 경우 HP, 오라클, 델 같은 대형 IT솔루션업체들의 유사한 행보가 예상된다. IT솔루션업체들이 자체 퍼블릭 클라우드와 함께 서비스 클론을 확대하기 위한 파트너 유치전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