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다, IBM.(Thanks to IBM)”
크리스 첼리아 오라클 아태지역 엔지니어드시스템 총괄 부사장은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IBM이 새로 출시한 퓨어시스템(PureSystems)에 대한 의견을 묻자 이같이 답했다.
그는 만면의 미소를 띄며 IBM에 감사인사를 전한 뒤 “IBM이 서버 비즈니스를 100년 동안 했고 소프트웨어부터 스토리지까지 다 갖고 있었지만, 오라클이 엑사데이터를 내놓기 전엔 어떤 움직임도 없었다”라며 “IBM이 퓨어시스템을 내놓은 것은 오라클 엔지니어드 시스템의 성공을 인정해준 것이다”라고 말했다.
오라클은 지난 2009년 썬마이크로시스템즈를 인수하면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통합하고 최적화해 제공하는 데이터베이스(DB)머신 ‘엑사데이터'를 출시했다.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 운영체제, 미들웨어, 애플리케이션 등 모든 구성요소를 오라클로만 꾸린 제품이다.
이후 오라클은 엑사로직, 빅데이터 어플라이언스, 엑사리틱스 인메모리 머신, 데이터베이스 어플라이언스, 스팍슈퍼클러스터 등을 연이어 출시했다. 이 회사는 이들 제품군을 엔지니어드 시스템이라 칭했다.
6종류의 엔지니어드 시스템 중 가장 오래된 엑사데이터는 현재까지 2천여대를 판매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확고한 RDBMS시장 1위 오라클DB에 최적화된 빠른 성능과 데이터웨어하우스(DW)용도로도 활용가능하다는 점이 인기요인이다.
국내의 경우도 SK텔레콤, 보광훼미리마트, 아시아나항공, LG전자, 신한카드 등 다양한 산업군에서 채택되고 있다.
엑사데이터 출시 이후 IT업체들은 경쟁적으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통합해 판매하는 어플라이언스 제품을 내놨다.
시스코-EMC-VM웨어는 VCE연합이란 공동투자회사를 설립해 시스코 UCS서버, 넥서스 스위치, EMC 스토리지, VM웨어 V스피어 등을 통합하고 성능검증까지 마쳐 공급하는 V블록을 출시했다. 델 역시 작년 V스타트를 출시했다. HP는 MS와 함께 DW어플라이언스를 출시했고 SAP 등 여러 소프트웨어업체들과 손을 잡았다.
IBM은 BI 전용머신인 ISAS를 판매해왔지만, 최근 ‘전문가통합시스템’이란 콘셉트의 ‘퓨어시스템’을 새로 선보였다.
IBM은 퓨어시스템을 4년간 연구개발에 20억달러를 투자한 역작이라고 표현했다. 여기에 IBM이 지난 수십년간 IT서비스와 시스템구축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쌓은 전문지식을 패턴화해 내장했다고 강조했다. 하드웨어에 특정 애플리케이션을 구동하기 위한 설정과 미들웨어 튜닝 등을 자동화해준다는 것이다.
크리스 첼리아 부사장은 IBM 퓨어시스템을 엔지니어드 시스템이라 부를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오라클의 제품 판매 방식을 3가지로 분류했다. 개별적인 하드웨어 제품과 소프트웨어를 고객 요구에 맞게 제공하는 베스트오브브리드 방식,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통합 최적화하는 엔드투엔드 엔지니어링, 그리고 엔지니어드 시스템이다.
첼리아 부사장은 “퓨어시스템은 엔드투엔드 엔지니어링에 해당한다”라며 “스토리지, 서버를 통합하고 최적화한 후 IBM이 추천하는 배열을 쓰면 된다는 접근에 불과할 뿐 엔지니어드 시스템의 독특한 특징을 발견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그는 오라클 엔지니어드 시스템만의 특징을 나열했다. 일단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를 통합하는 것은 당연하다. 여기에 특정 워크로드를 충분히 수행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기술을 추가하고, 업계 표준화된 하드웨어를 사용해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게 차별점이란 설명이다.
그는 “인텔리전트 SW를 활용해 운영체제, 오라클SW, 바이오스, 펌웨어를 선통합하고 고객이 개발한 기존 애플리케이션도 변경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라며 “오라클 엔지니어드 시스템은 세간의 말처럼 벤더종속적인 제품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모든 엔지니어드 시스템 제품이 동일한 컨피규레이션을 사용하기 때문에 쉽고 빠르게 설치 가능하고 지원도 받기 쉽다”라고 덧붙였다.
IBM은 퓨어시스템이 오라클 엔지니어드 시스템과 확실히 다르다는 점을 강변하고 있다. 메인프레임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엑사데이터 따라하기도 아니란 주장이다. 하지만 IBM 퓨어시스템이 엑사데이터 대응제품이란 평가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일단 퓨어시스템으로서 가장 먼저 출시되는 퓨어플렉스시스템은 특정 애플리케이션에 특화되지 않는다. 가상화 등 기본적인 인프라 구축단계까지만 자동화를 제공한다. 애플리케이션 자동최적화는 이용할 수 없다. 애플리케이션 자동 최적화의 경우 퓨어애플리케이션시스템을 사용해야 하는데, 이는 엑사데이터보다 엑사로직과 유사하다.
IBM 주위를 둘러싼 분위기도 좋지 않다. 오라클DB에 힘을 못쓰던 IBM DB2는 엑사데이터 보급 후 더 힘든 상황에 빠졌다. DB2와 별개로 오라클DB에 묻어가던 IBM 유닉스도 DB시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후문이다.
때문에 웹스피어 미들웨어, DB2, 코그노스 등의 IBM SW만 사용해야 하는 고성능 컴퓨팅 자원인 퓨어시스템을 내놔 오라클에 정면으로 맞대응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IBM은 이를 작심한 듯 퓨어시스템용 하드웨어 디자인까지 따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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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M은 퓨어애플리케이션시스템에 퓨어시스템즈 센터라는 일종의 SW마켓을 제공한다. IBM이 인증한 125개 독립소프트웨어개발사(ISV)의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받아 바로 설치해 사용할 수 있다. 여기엔 오라클DB는 없고, SAP ERP는 현재 인증작업을 진행중이라고 한국IBM 측은 설명했다.
국내 점유율 2위 DB인 IBM DB2와 미들웨어 3위 웹스피어의 성능을 최대화할 수 있는 IBM 퓨어시스템과, 오라클DB와 퓨전미들웨어 성능을 최대화할 수 있는 오라클 엔지니어드 시스템. 하드웨어와 SW를 모두 가진 IBM과 오라클의 정면대결은 이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