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를 추억하는 방법

일반입력 :2012/10/06 09:03

남혜현 기자

스티브 잡스를 '추억' 하는 방식은 다양하다. 잡스가 영면에 든지 1년, 수많은 사람들은 갖가지 방식으로 그를 떠올린다.

최근 날아든 소식은 잡스에 관한 책이야기다. 잡스가 고등학생 시절 만났던 여자친구 크리스앤 브래넌이 집필을 맡았다. 둘이 어떻게 만났는지, 함께 인도로 떠난 여행은 어땠는지, 아이가 생기고 난 후 어떤 갈등을 겪었는지 풀어 놓는다.

잡스는 한동안 자신의 딸, 리사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았다. 입양아였던 잡스는 스물셋이란 어린 나이에 누군가의 아버지가 된다는 책임감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여물지 못했던 20대 청년 잡스는 다른 청춘들 마냥 자주 흔들렸고, 방황했다.

물론 잡스는 이 일을 나중에 후회했다. 죽기 전 자신의 전기를 쓰던 월터 아이작슨에 그때 내가 다르게 행동해야 했다. 현실을 직면하고 극복했다면 나는 더 좋은 사람이 돼 있었을 것이라고 회고했다.

누군가에게 한 때 상처를 준 '나쁜 사람'이었던 잡스는, 또 다른 이들엔 '롤모델'이 됐다. 차고에서 동료들과 시작한 애플컴퓨터는 실리콘밸리의 신화다.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고집스레 밀어붙이는 그는 매우 혹독한 동료이자 지도자였다.

그의 꿈은 원대했다. 잡스가 말한 '혁신'은 단순히 잘 만든 아이폰 한대가 아니었다. 아이폰을 비롯해 애플이 만든 모든 하드웨어가 소프트웨어와 결합, 하나의 생태계를 이뤄 인간의 삶을 송두리째 변화시키겠다는 야심이었다. 생활의 습관이 애플에 의해 바뀌는 것, 그것이 잡스가 생각한 '혁신'이다.

잡스의 말은 옳았다. 사람들은 빠르게 스마트폰이 바꿔낸 혁신을 받아들였다. 그간 IT 시장을 호령해온 굴지의 기업들이 무너졌다. 한때 전세계 휴대폰 시장을 호령하던 노키아는 사옥을 매각해야 할 정도로 사정이 어려워졌다. 기업인들이 혁신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끼게 한 사건이다.

때문에 수많은 기업들에 잡스는 소비자들로부터 '지워야할 기억'이 됐다. 잡스가 가지는 영향력은 죽어서도 상당했다. 아직도 수많은 소비자들, 그리고 잡스 추종자들에 그는 '살아있는 현실'이자 '영웅'이기 때문이다. 그의 유작으로 일컬어진 아이폰4S, 새아이패드, 아이폰5 등은 출시와 동시에 '사상 최대치' 판매고를 경신했다.

애플 스스로도 '아이폰5'는 잡스의 철학을 계승한 '작품'이라 일컫는다. 잡스가 원했던 디자인적 아름다움, 그리고 혁신의 정신을 구체화 했다는 것이다. 혁신이 '엄청나게 신기한 무언가'라기 보다, 얼마나 완성도가 높아졌는지를 따져보아야 한다는 주문도 붙는다.

'스티브 잡스 스토리 그래픽'의 저자 김석기 작가는 지난 1년간 애플이 잡스의 계획과 정신을 잘 계승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대표적인 사례로 아이폰5의 완성도를 꼽았다. 그는 애플은 그간 잡스가 만든 주춧돌 위에 거의 완벽하다고 볼 수 있는 제품들을 내놓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1년 사이, 가장 많이 잡스를 떠올렸을 곳은 애플이다. 어떤 신제품을 내놓든, 또 어떤 이벤트를 준비하든 잡스의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새 제품 발표마다, 이를 지켜보던 사람들은 잡스 생전에는...을 빼놓지 않고 거론했다. 애플 제품에 여전히 열광하면서도, 잡스의 부재가 아쉽다는 평가가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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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팀 쿡 현 애플 최고경영자다. 팀 쿡이 애플 경영을 도맡은 지 1년. 애플은 사상 최대 주가를 기록하고, 기업 가치를 경신하며 엄청난 양의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 그럼에도 팀 쿡에 대한 평가는 인색하다. 재고 관리의 달인, 경영의 천재 같은 수식어는 붙어도, 그를 두고 '혁신'이나 '카리스마'를 논하진 않는다.

잡스가 누군가에겐 '나쁜 사람'이자 다른 사람엔 '착한 사람'이 될 수 있는 '이상한 사람'이라면, 팀 쿡에겐 '뛰어넘어야 할 추억'이다. 잡스가 놓은 주춧돌 위에, 또 다른 애플판 판타지를 그려줄 수 있을까. 천상의 기업에서, 땅 위로 발을 내딛은 애플의 미래는 사람들이 '잡스를 추억하는 방식'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