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TE 데이터 폭증 눈앞…이통사 비상

일반입력 :2012/10/01 13:56    수정: 2012/10/01 14:06

정윤희 기자

“이제는 데이터 단위가 테라바이트(TB)를 넘어 페타바이트(PB)입니다. 10의 15승이죠. 트래픽 증가 속도가 상상도 안 될 정도입니다.”

모바일 트래픽 폭증세가 무섭다. 스마트폰, 태블릿PC와 같은 커넥티드 디바이스의 증가, 모바일 비디오 사용량 증가 등으로 1인당 데이터 사용량이 폭발적으로 느는 상황이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인기몰이 중인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유튜브 조회수 2억회 중 4천만회 이상이 모바일서 재생됐다.

이 같은 추세는 이동통신시장의 무게가 3G에서 LTE로 넘어가면서 더욱 심화됐다. 현재만 해도 LTE 가입자 1명이 사용하는 유튜브 데이터는 3G 대비 두 배를 넘어섰다. 연말께는 전체 LTE 트래픽이 3G를 넘어설 기세다.

지난달 27일 기자들과 만난 강종렬 SK텔레콤 네트워크기술원장은 “가입자 증가와 데이터 폭증은 체감속도 저하를 수반한다”며 “이에 필요한 주파수 용량 증설 지연시 최악의 경우 통신망 다운까지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선의 경우 광케이블만 추가 구축하면 되지만, 무선은 정부의 주파수 정책 등과 맞물려 돈과 의지만 있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문제는 이러한 통신망 부담이 결국 이용자들의 피해로 돌아온다는 점이다. 실제로 미국 AT&T, 독일 O2, 일본 NTT도코모 등 세계 곳곳에서 빈번하게 통신망 장애가 발생했다. 미국 AT&T의 경우 지난 2009년 네트워크 용량부족 문제에 직면해 뉴욕시 내 호 단절율(통화가 끊기는 비율)이 평균 30%를 기록할 정도였다. 반면 국내 이통사의 호 단절율은 1% 이하다.

전 세계 이통사 대부분이 통신망 업그레이드에 주력하는 이유다. 주파수 포화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군용, 관제용 공공대역을 통신과 공유하는 등 적극적으로 가용 주파수를 개발하고 P2P 등 비정상적인 트래픽을 유발하는 서비스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는 중이다.

강 원장은 “해외와 다르게 한국서 통신서비스를 하려면 지하, 건물 내, 시골 등 가리지 않고 커버리지를 구축해야 하고, 또 이를 당연하게 여긴다”며 “특히 국내 모바일 데이터의 80% 이상이 인빌딩(건물 내) 트래픽”이라고 설명했다.

필연적으로 통신망에 대한 투자금액은 늘어만 간다. SK텔레콤의 경우 지난 2005년 네트워크 투자금액이 매출 대비 10%였지만, 올해는 약 20%를 넘어섰다.

그는 “하드웨어 네트워크 장비 단가는 감소하지만 소프트웨어 비용은 상승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대용량 데이터 수용을 위한 스몰셀화로 투자물량이 급증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특히나 LTE는 주파수가 여러 대역에 파편화돼있어 여러 개의 주파수 대역에 각각 기지국을 구축해야 해 투자비용이 더 들어간다”며 “지난해 중반에는 3G 네트워크 용량증설과 LTE 투자가 맞물려 엄청난 고생을 했다”고 덧붙였다.

결국 이통사에게도 적정 수준의 수익 보장을 통한 재투자 동인을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고객에게 고속 데이터 서비스 제공이 가능한 광대역 주파수 할당을 위한 정책적 지원도 필요하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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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파수를 할당할 때 신규대역 수요시점 이후 3년 이후까지 준비할 수 있게 기간을 둬야 한다는 지적도 내놨다. 강 원장은 “네트워크 장비를 발주하고 테스트 후 설치하는 데만 최소 3년 정도 걸린다”며 “우리나라는 순식간에 해치워 버리는데, 외국 통신사들이 바보라서 찔끔찔끔 네트워크를 까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3G, LTE의 모바일 트래픽 폭증으로 내년 정도에 가면 세 번째 주파수 대역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이통사별로 가입자 규모를 따져 주파수를 할당하는 정책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