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떠난 안랩, 어떻게 되나?

일반입력 :2012/09/20 09:21    수정: 2012/09/20 09:31

손경호 기자

안철수 후보가 18대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면서 그의 친정 격인 안랩이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안랩은 안 후보의 출마가 회사 운영과 큰 상관이 없다는 입장이나 업계에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안랩은 안 후보가 지난 1995년 설립해 국내 대표 보안업체로 성장한 회사다. 안 후보의 경영철학이 고스란히 남아 있으며 그는 대선 출마 직전까지 안랩이사회 의장직을 맡고 있었다. 이에 따라 안랩의 주가는 안철수 테마주로 떠오르면서 불과 1년 만에 3만5천원 대에서 12만원 대로 훌쩍 올랐다. 대선 출마 이튿날일 20일 9시 현재 안랩 주가는 전일대비 3.28% 오른 12만9천원에서 시작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랩 측은 안 후보와 안랩이 한 맥락에 묶이는 것에 상당히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안 후보의 DNA가 녹아 있는 회사임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안랩은 하나의 건전한 보안회사일 뿐 정치적으로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안 후보도 19일 대선 출마 기자회견에서 지금부터 안랩이사회 의장직에서 사임하며 대통령에 당선되면 보유하고 있는 안랩 지분을 모두 사회에 환원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안랩 측 관계자는 안 후보가 이사회의 일원으로 모임을 주재하는 역할을 했으나 이사 중 한 명일뿐, 개인이 회사 경영에 심대한 영향을 끼쳐온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안랩은 내달 개최될 안랩 이사회를 통해 안 후보의 이사회 의장 사퇴서가 제출되면 후임 의장을 선임할 예정이다.

안랩은 안 후보의 대선 행보와 무관하게 회사는 건전한 기업으로서 사업 역량을 키우는데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안랩 관계자는 720여명의 직원들이 평소와 같이 묵묵히 일하고 있다라며 일부 언론에서 안 후보와 관련해 직원들에게 회사 분위기를 묻는 것에 경계심을 보였다.

그러나 관련업계에서는 안 후보의 대선출마가 안랩에 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한 국내 보안업계 대표는 그동안 안랩이 '안철수 효과'로 1년새 10만원 가량 올랐던 주가의 거품이 꺼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랩 스스로도 지난 7월 20일 기업 가치 이외에 기준으로 투자하는 것은 주주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한 바 있다.

안랩 주가가 불과 1년만에 대폭 오른 것이 안랩 자체의 경쟁력을 제대로 평가하기 보다는 안철수 후보의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그렇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안 후보가 승승장구 한다면 안랩을 비롯한 안철수 테마주가 널뛰기 할 수도 있다. 또 다른 보안기업 임원은 안랩이 겉으로 표현하지 못하지만 향후 (유력 대선 후보로서) 안철수 효과에 대해 내심 기대하는 부분도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안랩, 정치적 희생양 될까?

일각에서는 안랩이 오히려 정치논리에 휘말릴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보안업계 관계자는 안철수를 검증하는 과정에서 그를 상징하는 기업인 안랩에 대해 세무조사와 같은 방식으로 기업검증에 들어갈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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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편에서는 안 후보가 정치권에 발을 담근 이상, 안랩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볼 것이기 때문에 공공부문 등에서 안랩과 경쟁하는 기업들이 반사이익을 볼 수도 있다는 의견이 제시되기도 했다.

상반기에 522억원 매출을 달성한 안랩은 올해 총 1천억원 매출을 목표로 잡고 있다. 연말 대선이 3개월 남은 시점에서 안 후보의 출마가 안랩 실적에 영향을 끼칠 수는 없다. 그러나 안 후보의 당선 여부에 따라, 내년부터는 국내 1위 보안업체 안랩이 순항할 지 혹은 풍랑을 만날 지 예측하기 힘든 상황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