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리케이션(이하 앱) 개발자 A씨는 최근 다소 황당한 얘길 들었다. 이동통신사와 정부가 함께 진행 중인 앱 생태계 지원 사업에 응모했더니 타 이통사 앱마켓에는 최소 한 달간 론칭할 수 없다는 안내였다. 이통사의 ‘본전’ 생각이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정부지원 사업을 타 앱마켓 견제에 이용하는구나 싶었다.
뿐만 아니다. 카카오톡에 게임을 론칭한 앱 개발자 B씨는 같은 게임을 티스토어(T스토어)에 출시하려다가 거절당했다. 카카오톡에 게임을 먼저 내놨다는 것이 이유였다. 반대로 카카오톡에 입점하려던 앱 개발자 C씨는 “티스토어 등 이통사 앱마켓에 출시하지 말 것”이라는 계약 조건을 제시받기도 했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이통사 앱마켓 사이의 진흙탕 싸움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밖으로는 상생, 동반성장, 앱 생태계 활성화를 내걸었지만 속으로는 견제, 압박, 신경전이 첨예하다는 지적이다.
■개발사 지원 사업, 앱마켓간 신경전 변질?
KT와 LG유플러스는 지난 6월 경기콘텐츠진흥원과 손잡고 콘텐츠제작지원을 시작했다. 10여개 내외의 우수 콘텐츠를 뽑아 제작단계서부터 도움을 주는 것이 사업 목적이다. 그 과정에서 이들 콘텐츠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KT 올레마켓, LG유플러스 U+앱마켓을 통한 유통을 지원한다.
문제는 이러한 지원 사업이 이통사 앱마켓 간 신경전으로 번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 경우 정작 가운데서 곤란한 것은 앱 개발사들이다. 앱마켓 간 선의의 경쟁은 앱 개발사들에게도 도움이 되지만, 개발사 입장에선 대형 콘텐츠 유통 플랫폼과 자금력을 가진 이통사들의 눈치를 안보기 어렵다.
사업에 응모한 앱 개발사 관계자 A씨는 “사업 설명을 듣는 과정에서 티스토어 등에 최소 한 달간 앱을 내놓을 수 없다는 얘길 들었다”며 “올레마켓와 U+앱마켓이 티스토어를 상당히 견제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이 같은 조건은 SK플래닛의 ‘개발사 빼내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복수의 개발사 관계자들에 따르면 해당 사업이 진행 중인 과정에서 SK플래닛은 “SK플래닛서 지원해 줄테니 (KT와 LG유플러스 앱마켓에 론칭하지 말고) 티스토어로 오라”고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KT와 LG유플러스 등이 개발사들에게 한 달간의 마케팅 지원 등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개발자 D씨 역시 “양쪽에서 (위와 같은 내용의) 안내와 제안을 받은 것은 맞으며, 특히 T스토어에서 ‘최소 3개월간 타 앱마켓 론칭 금지’ 같은 조건을 많이 건다”고 말했다.
반면 이런 이통사간 경쟁에 대해 긍정적인 의견도 있다. 중소 개발사 관계자 E씨는 “앱마켓들의 경쟁이 개발사들에 대한 지원 경쟁으로 이어질 경우에는 좋을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SK플래닛은 “KT-LG유플러스와 관련된 사안에 대해서는 알고 있는 것이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KT와 LG유플러스 역시 부인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경기콘텐츠진흥원 등 3사가 함께하는 사업이라 뭐라 말하기 어렵다”며 “해당 내용에 대해 파악하고 있는 것은 없다”고 했다.
■앱마켓 싸움, 카카오톡도?
이통사간 앱마켓 싸움은 카카오톡으로도 번지는 형국이다. 티스토어가 카카오톡에 입점한 개발사들을 대상으로 게임 론칭을 거부하는 일이 일어나면서 티스토어-카카오톡 간 신경전도 불꽃이다.
개발사 관계자 B씨는 “티스토어가 카카오톡에 게임을 내놓은 업체의 신규 론칭 신청을 몇 번 거부한 적이 있다”며 “티스토어가 카카오톡 게임하기로 매출이 빠지면서 이를 견제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개발자 E씨 역시 “카카오톡 게임 론칭을 이유로 티스토어 출시를 거부당한 경우를 봤다”면서도 “최근에는 이러한 제한을 풀 것이라는 얘기도 돌고 있다”고 전했다.
카카오톡도 가만히 있지만은 않는 눈치다. 개발자 C씨는 “카카오로부터 앞으로 제휴를 맺은 개발사의 경우 국내 이통사 오픈마켓 출시 금지와 관련된 안내를 받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안드로이드버전 카카오톡 내 게임하기의 구글 플레이스토어 기본 연결 역시 국내 앱마켓 견제가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만약 이용자가 원한다면 내려 받을 마켓 변경이 가능하지만 이에 대한 안내는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
이에 대해 카카오와 SK플래닛은 부인하고 있다. 카카오 관계자는 “카카오 게임을 어느 마켓에 등록할지는 개발사가 결정할 일”이라며 “카카오톡은 개발사들과의 상생을 추구하고 있다”고 강력하게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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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플래닛 관계자는 “카카오톡에 게임을 올렸다고 해서 거부하지는 않는다”며 “오히려 개발사들 쪽에서 카카오톡 게임을 티스토어에 올리고 싶다는 요청을 가끔 하는데, 반대로 카카오쪽에서 답이 없다는 얘기를 한다”고 해명했다.
다만 “카카오톡이 어차피 국내 시장을 주타깃으로 하는 서비스 아니냐”며 “구글플레이 보다 국내 이통사 마켓과 연결해 토종 업체들끼리 협력하면 좋지 않을까하는 생각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