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앱 개발사들에게 “티스토어 등 국내 다른 앱 장터에 출시하지 말 것”이라는 배타적 조건부 계약을 종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통사 앱 장터 견제하기’를 통해 무리하게 플랫폼으로서 카카오톡의 입지를 다지려 한다는 지적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가 최근 계약을 진행하려는 앱 개발사들에게 ‘국내 이통사 오픈마켓 출시 금지령’을 내렸다.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개발사들에게 의견을 수렴 중이며, 관련해 정책이 정해지면 이를 반영해 내주부터 계약 협상을 재개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안드로이드 버전으로만 나와 있는 카카오톡 게임하기도 국내 이통사 앱 장터 배제설이 돌았다. 사용자가 카카오톡과 연동된 게임을 즐기기 위해서 연결되는 마켓의 디폴트 설정이 구글 플레이로 돼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용자가 원한다면 내려 받을 마켓 변경이 가능하지만 절차가 좀 더 복잡해진다.
덕분에 최근 구글 플레이 매출이 급증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톡 게임들이 구글 최고매출 상위권에 포진하면서 국내에선 이통사 로컬 마켓에 밀려 성과가 좋지 않았던 구글 마켓 매출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에선 여전히 이통사 마켓의 힘을 무시할 수 없다. 티스토어는 개장 3년 만에 누적 다운로드 9억5천만건, 누적 거래액 1천700억원을 돌파할 정도로 독자적인 영향력을 구축했다.
만일 카카오의 이번 방침이 확정되면 이용자의 선택권이 침해받게 될 뿐만 아니라 개발사들도 어려움에 직면하게 된다. 한 게임 개발사 대표는 “티스토어는 국내 이용자들의 콘텐츠 지불 의사가 높은 시장으로 자리잡았다”며 “카카오톡 게임하기의 초기 성과가 좋다고 해서 이를 담보로 다른 마켓에서 발생할 수 있는 매출을 포기하기는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어차피 개발사 입장에선 카카오톡에 입점하는 것만으로 높은 수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카카오와 개발사는 오픈마켓에 30%를 떼어준 나머지에서 각각 30%, 70%를 나눈다. 만약 퍼블리셔가 따로 있는 경우라면 개발사에 돌아오는 몫은 더 줄어든다.
이런 이유로 개발사들은 카카오톡을 통해 자사 게임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는 한편 다른 마켓에서 실질적 수익을 내는 것을 목표로 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카카오톡에 내놓으려면 이통사 장터 출시를 포기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 것이다.
카카오는 또 앞으로 제휴를 맺는 개발사들의 경우 ‘업체 하나당 게임 하나, 게임 론칭은 일주일에 하나 최대 두개까지만’ 하겠다는 원칙도 내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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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 개발사 관계자는 “이미 체결된 계약만 수십건으로 알려져 있는데 출시일까지 몇 달을 기다리라는 얘기냐”며 “중소 파트너 개발사와 상생한다던 카카오가 폐쇄적 정책을 들이밀며 전형적인 ‘갑’ 노릇을 하려 든다”고 꼬집었다. 자사 앱스토어 정책만 기준으로 제시하며 개발사에 ‘울며 겨자먹기’를 강요하는 애플과 유사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이다.
카카오 측은 이에 대해 부인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카카오 게임을 어느 마켓에 등록할지는 개발사가 결정할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