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아이폰5를 예견한 잡스, 그리고 혁신

기자수첩입력 :2012/09/13 15:02    수정: 2012/09/13 15:51

봉성창 기자

“우리는 전화기를 재창조했다. 아이폰은 지금 그 어떤 휴대폰보다도 5년은 앞선 혁신적인 제품이다.

스티브 잡스 前 애플 CEO <2007. 1. 9 아이폰이 최초 공개된 맥월드 샌프란시스코>

잡스의 예언처럼 아이폰은 분명 5년은 앞선 휴대폰임에 틀림이 없었다. 지난 5년간 수많은 경쟁사들은 애플을 쫒아가기에도 바빴다. 아마 잡스는 경쟁사가 아이폰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최소한 5년은 걸릴 것으로 내다본 듯 하다.

잡스가 약속한 5년이 지났고 애플은 5번째 아이폰을 발표했다. 소비자와 업계의 반응은 크게 엇갈렸다. 발표 된지 아직 하루도 지나지 않았지만 호평보다는 혹평이 더 많이 보인다. 그것이 애플에 대한 기대감이건 견제이건 별로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지만 그 혹독함의 강도가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세다.

가장 많이 나오는 지적이 바로 ‘스티브 잡스가 없는 애플의 혁신은 끝났다’는 것이다. 팀 쿡 현 대표가 들으면 인간적으로 섭섭하거나 혹은 억울할 법도 한 말이다.

사실 스마트폰 혁신은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발표한 2007년 이후로 끝났다. 아이폰으로 시작된 스마트폰의 급속한 확산은 우리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그래서 혁신이라고 감히 이야기 할 수 있다. 그 이후에 나오는 모든 스마트폰으로 분류되는 물건은 혁신이라는 말을 붙이기 어렵다.

그러한 점에서 아이패드도 혁신이다. PC시장이 태블릿으로 인해 급속하게 변모하고 있으며 이는 우리 삶의 변화를 이끌어냈다. 같은 맥락에서 앱스토어나 향후 아이클라우드도 혁신적이라는 평가를 받을만 하다.

일개 회사가 불과 5년 사이에 이렇게 많은 혁신을 이뤄냈으니 애플에 거는 기대는 남다를 법 하다. 아이폰5가 실망스럽다면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다.

아이폰5는 완벽한 보석을 닮았으며 우리가 지금까지 만든 것 중 가장 아름다운 제품이다

- 팀 쿡 애플 CEO <2012. 9. 12 아이폰5 발표 행사>

혁신의 다음 단계는 경쟁을 통한 발전이다. 혁신은 결코 독점적 권리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그동안 수많은 경쟁사들은 호시탐탐 애플보다 더 나은 스마트폰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이를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모방 행위로만 치부하는 것은 결코 옳지 않다. 적어도 경쟁사에서 일하는 수많은 개발자들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월급 이상의 피와 땀을 흘렸다.

반대로 애플도 이러한 경쟁사의 추격을 뿌리치기 위해 노력했다. 아이폰5 발표 현장에서 팀 쿡 대표를 비롯해 애플의 경영진은 혁신과 같은 철학적 테제가 아닌 아이폰5가 얼마나 우수한 스마트폰인지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 대부분 시간을 할애했다.

지극히 당연하다. 이미 스마트폰 시장은 혁신이 아닌 경쟁 단계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좀 더 쉽고 정확히 말하면 이제 ‘스펙’ 경쟁이 시작된 셈이다.

이미 소비자들의 관심사도 여기에 맞춰져 있다. 사람들은 애플이 혁신이 없다고 지적하지만 실은 내가 과연 2년간 약정 계약을 하고도 200달러에서 400달러 사이를 지불해도 좋은지에 대해 마음속으로 저울질 하고 있다. 그것이 성능일수도 있고 화면크기나 혹은 디자인일수도 있다. 선택은 그저 소비자에게 달렸다.

시장 판도가 변한 이상 경쟁사에게도 기회는 생겼다. 애플은 이미 지난 5년간 쌓아온 노하우와 강점을 바탕으로 팀 쿡 대표의 말처럼 보석같이 아름다운 스마트폰을 내놨다.

애플의 최대 경쟁사인 삼성전자는 이미 S펜으로 대표되는 갤럭시 노트 시리즈나 당대 최고 사양으로 중무장한 갤럭시S 시리즈와 같은 제품을 내놓고 있다. 뒤늦게 스마트폰 시장에 뛰어든 LG전자도 디스플레이 제조의 강점을 살린 풀HD 스마트폰이 높은 기대를 받고 있다.

동작인식과 같은 독특한 기능으로 눈길을 끄는 팬택이나 일본 디자인 가전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는 소니, 고해상도 퓨어뷰 카메라로 재기를 노리고 있는 노키아 역시 앞으로 기회는 얼마든지 열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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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경쟁은 우리 삶에 매우 긍정적이다. 애플이 예측이 불가능한 외계인 기업에서 어느 정도 가능해진 지구인 기업으로 내려와서 경쟁은 더욱 볼만해졌다. 그리고 이러한 건전한 경쟁은 언젠가 우리를 깜짝 놀라게 할 또 다른 혁신을 낳을 것으로 믿는다.

그 다음 혁신을 주도할 회사가 애플일수도 있고 혹은 우리나라 기업일 수도 있고 창고에 처박혀 꿈을 꾸고 있는 제 2의 잡스일수도 있다. 그것이 누구든 우리에게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