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은 등에 칼 꽂는다" 던 혼하이, 자신은...

일반입력 :2012/09/04 11:37    수정: 2012/09/05 09:13

정현정 기자

“일본인은 절대 뒤에서 칼을 꽂지 않는다. 하지만 한국인은 다르다”는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테리 고우 혼하이정밀 회장이 ‘도와달라’고 손내민 샤프의 등에 칼을 꽂는 듯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타이완 디지타임스는 3일 보도를 통해 샤프가 경영난 타개의 일환으로 추진중인 타이완 혼하이정밀과의 지분 매각 협상 지연 배경에 테리 고우 회장의 경영권 야심이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앞서 테리 고우 혼하이정밀 회장은 지난 3월 이래 경영난을 겪는 샤프의 지분 9.9%를 주당 550엔에 인수하기로 하고 협상을 벌여왔다. 하지만 샤프 주가가 급락하자 인수가 재협상을 추진했고 이 역시 지지부진하던 차에 지난 27일 전격 방일해 타협을 모색했다. 하지만 고우 회장이 31일 예정된 협상 관련 기자회견을 부사장에게 맡긴 채 돌연 타이완으로 귀국해 버리면서 혼하이정밀-샤프 간 지분 매각 협상이 불발로 끝난 게 아니냐는 전망까지 나온 상황이다.

보도는 샤프와 혼하이의 협상이 지연되는 이유에 혼하이가 샤프의 경영에 참여하려는 시도가 있다고 전했다. 일본 방문 일정 중 고우 회장이 갑자기 타이완으로 귀국한 배경에 대해서도 샤프의 경영진들에게 주가하락에 따른 지분 늘리기, 또는 기존 지분 인수가격 낮추기 등 샤프경영진을 압박하기 위한 카드라는 분석까지 나왔다.

샤프는 혼하이가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 조건으로 단순히 투자하기를 바라고 있지만 혼하이는 경영에 대해 더 많은 권한을 갖기를 바라고 있어 협상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설명이다.오쿠다 타카시 샤프 사장이 성명을 통해 “폭스콘과의 협상이 절반 정도 완료됐으며 타이완을 방문해 협상이 성공적으로 마무리 될 수 있도록 타이완을 방문할 용의가 있다”고 밝히면서 협상 자체가 무산됐다는 소문은 일단 진화된 상태다.

고우 회장은 이번 협력에 굉장히 큰 기대를 걸고 있으며 샤프를 흑자로 전환시키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한 투자만으로는 샤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샤프의 경영에 적극적으로 관여해 생산성을 향상시키기를 원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고우 회장은 여러번 인터뷰를 위해 “생산성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전략적 제휴외에 대안이 없다”면서 단순 투자보다는 광범위한 협력을 추진 중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혼하이가 지분 인수 규모를 20%까지 높이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지만 경영권 관여 가능성을 우려한 샤프가 거절했다는 소식이 들리기도 했다.

경영실적이 급락하면서 유동성 위기에 처한 샤프는 이례적인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동시에 보유자산에 대한 매각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샤프와의 매각 협상이 지지부진하게 진행되면서 구조조정 압박에 시달리는 샤프는 위기에 몰린 상황이다.

샤프는 혼하이에 주당 매입 가격 인하를 먼저 제안하면서 빠른 지분 매각을 희망하고 있으나 협상은 쉽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샤프는 주당 가격을 낮춰주는 대신 사카이공장에 이어 멕시코와 중국 등 해외 TV공장도 혼하이측에 매각하는 방법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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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안 수 차례 한국기업과 한국인에 대한 망언을 쏟아내면서도 일본에 대해서는 “일본인은 절대 뒤에서 칼을 꽂지 않는다”, “나는 일본인을 매우 존중한다”며 우호적인 태도를 취해왔던 고우 회장이 실제로는 진퇴양난에 위치에 빠진 샤프와의 협상을 지지부진하게 끌면서 경영권까지 위협하고 있는 형국이다.

한편, 고우 회장은 지난 3월 샤프 지분을 사들이면서 “샤프의 첨단 기술은 삼성전자보다 우수하다”며 일본을 치켜세우는 대신 한국을 깎아내리는 발언을 서슴치 않았다. 지난 6월에는 주주총회에서는 “나는 일본인을 매우 존중한다. 일본인은 절대 뒤에서 칼을 꽂지 않는다. 하지만 가오리방쯔(高麗棒子, 중국인이 한국인을 얕잡아 부르는 비어)는 다르다.”는 망언으로 공분을 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