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클은 그간 프라이빗 용도로 자사 하드웨어(HW)와 소프트웨어(SW)를 통합해 제공했던 클라우드 솔루션을 퍼블릭 버전으로도 제공할 뜻을 분명히 했다. 프라이빗과 퍼블릭 클라우드 환경에 동일한 사용 시나리오를 제시하면서 기존 '엔지니어드 시스템'의 이점을 극대화할 방침이다.
2013 회계연도 2분기를 앞둔 회사는 지난해부터 퍼블릭 클라우드 출시 계획을 알리고 시범 서비스를 진행해왔다. 서비스형SW(SaaS) 고객관계관리(CRM) 업체 '라이트나우' 인수, 인재관리(HR) 솔루션업체 '탈레오' 인수 등을 통해 자사 클라우드 지원 애플리케이션을 확충했다. 최근 '오라클 퍼블릭클라우드'라는 기존 이름을 '오라클 클라우드로' 개편하면서 프라이빗과 퍼블릭간 경계를 허무는 데 방점을 찍었다.
국내 오라클클라우드 사업을 총괄하는 김상현 한국오라클 전무는 29일 기존 프라이빗 클라우드 메시지가 기업내 업무 환경을 지원하는 IT전문가들에게 주로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 퍼블릭 클라우드로 현업 직원들에게 제공되는 애플리케이션에 집중할 것이라며 전사적자원관리(ERP)로 대표되는 온프레미스 시장은 성숙됐다고 판단, 향후 SaaS와 클라우드기반 앱을 제공하는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오라클클라우드는 기존 엔지니어드시스템의 메시지를 클라우드 버전으로 확대한 것이다. 스토리지, 서버같은 HW부터 데이터베이스(DB), 가상머신(VM), 운영체제(OS) 미들웨어, 애플리케이션같은 SW까지 모두 오라클 것으로 통합해 최적 성능과 높은 안정성과 효율 그리고 보안까지 책임진다는 뼈대는 동일하다.
회사의 차별화 역량은 이처럼 잘 조율된 자사 솔루션에 더해 모든 산업영역에서 요구되는 개별 애플리케이션을 빼곡하게 지원하는 것, '통합'으로 간소화된 인프라를 쉽게 관리해 장기적인 운영비용 절감, 틈새시장이 아닌 엔터프라이즈 전역을 대상으로 폭넓게 제공되는 지원역량, 3가지로 요약된다.
김 전무는 오라클은 모든 산업영역에서 고객들이 제각각 필요로하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전략에 다라 다수 인더스트리솔루션 업체를 인수합병하고 있다며 이번에 ERP, CRM, HCM이 SaaS로 시범 가동중이고 추후 인더스트리솔루션을 포함해 100여개 SaaS 모듈이 퍼블릭 서비스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라클 클라우드는 엑사데이터와 엑사로직을 통해 구동돼 성능, 확장성, 안정성, 보안성을 모두 확보했다며 마이SQL가 아닌 오라클DB를 제공하고 나머지 미들웨어는 웹로직, 서비스형플랫폼(PaaS) 언어는 표준 자바를 쓰는 식으로 기존 오라클 기술을 쓰는 기업들이 부담 없이 전환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즉 오라클 DB나 미들웨어같은 핵심 인프라를 이미 도입한 기업들이 퍼블릭클라우드 도입을 고려할 때 기술적 부담이 적은 오라클클라우드의 PaaS와 SaaS가 최적 선택이라는 게 회사측 요지다. 거꾸로 보면 오라클DB나 웹로직 미들웨어를 안 쓰던 기업들에겐 상대적으로 부담이 될 수 있어 보인다. 폐쇄적이란 인상에 '벤더 종속성' 우려도 나옴직하다.
이에 대해 김 전무는 미들웨어는 사실 타사 제품에서 전환하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해 레드햇 '제이보스'같은 경우 자바 표준을 따르기 때문에 웹로직으로 100% 호환 가능하다며 다만 지적한대로 DB는 좀 부담스러울 수 있는게 테라데이타DB나 IBM DB2 같은 환경과 오라클은 데이터 타입도 다르고 애플리케이션 코드도 고쳐야 돼 전환에 따른 시간과 작업 부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오라클 기술은 이미 시장에 관련 인력이 많아 다룰 줄 아는 사람을 찾기 쉽고 그만큼 장기적 관점에서 기술지원과 인력 운영에 따른 추가비용부담이 덜하다며 인력이 상대적으로 희소한 경쟁사 솔루션과 담당 인력들을 유지하면서 드는 부담을 덜고 손이 좀 많이 가더라도 사람이 싼 플랫폼으로 바꿔보자는 관점에서 검토하는 고객도 있다고 설명했다.
오라클은 자사 기술이 업계에 널리 통용된다는 특징 말고도 몇년째 강조해온 기술적 통합, 엔지니어드시스템의 이점을 클라우드 인프라에 고스란히 되살릴 수 있다는 것도 강점으로 짚는다. HW와 SW를 개별 구성요소가 잘 돌아가고 최적 성능을 보이도록 조율하기까지 도입이래 2~3개월씩 걸리는 점이나, 기업 IT지출가운데 70~80%는 혁신이 아니라 유지보수와 통합작업에 매몰되는 비용으로 알려지는 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한다는 주장이다.
김 전무는 오라클의 프라이빗클라우드 로드맵이 업무별 사일로 환경을 표준화해 이기종 요소를 단일화, 비용과 관리포인트를 줄이고 효율을 높이는 통합, 기업내 자원을 나눠 쓸 수 있는 공유서비스 구성, 미터링과 차지백시스템에 기반한 서비스로서의 IT 구현, 4단계로 제시한다며 이는 IT조직 리스크를 줄이고 상시 관리인력을 축소시켜 생산적 업무에 더 충실하게 만들어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미 다른 가상화 클라우드 솔루션 업체들이 표준화, 통합에 따른 관리 간소화와 공유 자원 활용을 통한 효율 향상을 많이 다뤘다. 이에 대해 오라클은 자사 클라우드가 PaaS 수준의 통합을 제공함으로써 그들보다 높은 가치를 제공한다는 입장이다. VM웨어처럼 하이퍼바이저를 보유한 가상화 부문 경쟁사들의 목소리는 IaaS의 이점에 치우쳐 있다는 풀이다. 회사는 인프라수준을 통합한 서비스형인프라(IaaS)가 기업 입장에서 관리를 간소화할 뿐 전체적인 가치는 오라클클라우드의 PaaS에 비해 낮다고 지적한다.
더불어 오라클이 프라이빗클라우드에서 퍼블릭클라우드로 초점을 옮기면서 PaaS와 SaaS 시장에선 세일즈포스닷컴과 맞불을 예고한 모양새다. 래리 엘리슨 오라클 최고경영자(CEO)는 세일즈포스닷컴이 CRM 등의 SaaS 업계 1위임을 인정하면서도 소셜엔터프라이즈와 고객경험관리 전략을 보강해 금세 따라잡을 것을 선언했다. 전체 공급 솔루션 규모 측면에서 오라클 포트폴리오에 비해 세일즈포스닷컴의 활동반경은 크지 않다고 덧붙였다.
아직 퍼블릭클라우드 서비스는 시험 가동중이라 상용화 시점까지 더 지켜봐야 할 듯하다. 오라클 본사는 주요 고객사들을 상대로 30일간 시험 사용 기회를 주고 있다. 아직 서비스수준협약(SLA)이나 가용성 퍼센티지 등 퍼블릭클라우드 서비스 업체로서 갖춰야 할 항목들도 준비단계다. 김 전무는 이같은 요소들이 본사 내부에서 몇차례 논의돼왔으며 곧 과금체계 등과 함께 제시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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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라클은 엔지니어드시스템 제품들을 기업들이 직접 사서 구축하도록 하는 사업도 계속 유지하고 있다. 한국오라클 파트너들의 관심은 아무래도 퍼블릭클라우드를 국내서 누가 판매하게 될 것이냐에 쏠린다. 이는 오라클뿐아니라 프라이빗 클라우드 솔루션과 퍼블릭 클라우드 사업을 함께 진행하는 회사에게 공통적인 문제로 보인다.
기존 라이선스 파트너들이 판매권한을 받게될 경우 기존 라이선스 판매 비즈니스와 겹치는 시장이라 확산에 소극적일 가능성도 있다. 역으로 퍼블릭클라우드 판매권한이 별개라면 기존 파트너들의 사업과 직접 충돌하게 돼 반발 가능성이 있다. 퍼블릭클라우드만 한국오라클이 직접 판매할 것인지도 미지수다. 김 전무는 아직 확정된 게 없어 명시적으로 밝힐 수 없다며 다만 퍼블릭클라우드의 계정당 월과금 방식과 장기 라이선스 계약 방식 등을 누가 얼마에 팔건가 같은 내용을 잡음 없도록 명확히 하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