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CS, 항공회사가 고속도로에서 영업...”

일반입력 :2012/08/21 16:03    수정: 2012/08/21 16:22

전하나 기자

“DCS(KT스카이라이프의 ‘접시 없는 위성’ 서비스)는 고속버스사업권도 가지고 있는 항공회사가 여객기로 고속도로에서 영업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최영묵 성공회대 교수는 21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언론정보학회 주최 세미나에 발제자로 참석해 이 같이 말했다. 거대통신사업자인 KT의 시장 지배력 전이와 유사방송서비스 확대가 전통적 방송규제체계 자체를 무력화시킬 수 있단 우려에서 나온 발언이다.

최 교수는 “케이블TV이후 유료방송 시장의 주요한 플랫폼에 모두 진입한 KT는 콘텐츠 다양성 확대보다는 약탈적 가입자 확보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면서 “DCS는 결과적으로 유료방송시장에서의 불공정경쟁 문제도 야기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위성방송과 IPTV를 융합함으로써 KT가 유료방송시장에서 케이블TV와 다른 IPTV사업자에 비해 부당한 경쟁우위에 설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특히 “DCS와 같이 서로 다른 서비스를 뒤섞는 것은 전송수단을 중심으로 규율해 온 국내 방송정책 기조를 붕괴시킬 수 있는 심각한 도전”이라며 “DCS는 현행 방송법에 비춰볼 때 엄연한 불법, 탈법 서비스”라고 강조했다.

이날 최 교수는 방통융합 시대 새로운 규제체계 정립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공감했다. 그는 “방송 공공성, 공익성의 책무는 융합미디어인 IPV, 스마트미디어 등장으로 새롭게 재편해야 하는 과제를 맞고 있다”며 “현재 방송시장은 출혈 경쟁 거래기준 미비, 비대칭 규제 등 시장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법체계가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했다.

다만 향후 방송규제 개선 방향은 공정성과 다양성 보호가 가장 큰 축이 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최 교수는 “공정경쟁 환경조성은 유료 방송 시장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문제이나 현 규제체계에는 갈등 발생 시 중재하는 식으로 대증요법만이 존재했다”며 “향후 방송관련 미디어 법제 개선 과정에선 ‘공정경쟁’과 ‘독점규제’를 통한 미디어 다양성 보호를 가장 중요한 가치로 둬야 한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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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서비스에서의 독과점 심화는 바로 여론 시장 왜곡과 수용자 복지 후퇴를 가져와 결국 모두가 피해자가 될 것이라는 의견도 덧붙었다.

방송통신위원회 역할론도 거론됐다. 최 교수는 “DCS를 방치할 경우 기존 방송미디어 허가 및 규제 시스템은 사실상 무력화되고 미디어 시장은 약육강식의 전탱터로 전락할 것”이라며 “향후 신규융합서비스로서 DCS가 필요하다면 충분한 논의를 거쳐 허가하되 지금은 중단 명령을 내려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