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전 입상 경험이 취업용 스펙 '한줄'을 쌓는 섬돌로 인식된지 오래다. 정부기관들이 분기마다 내놓는 소프트웨어(SW) 관련 창업공모전마저 스펙공장으로 인식되는 분위기다.
대학생들이 취업난 해소를 위해 스펙 쌓기에 열을 올리는 것은 새롭지 않다. 입사를 희망하는 주요 기업 인사담당자들이 '스펙은 유용하지만, 채용에 결정적이지 않다'는 반전을 들려줘도 그들에게는 '기본으로 깔고 오라'고 들린다. 학점과 공인시험점수 인플레이션 시대에, 감가상각이 덜한 공모전 수상 실적에 집중하는 건 필연이다.
정부는 사회경험이 얕은 학생들에게 취업이 어려우니 창업을 하란다. 실업률 증가와 중소기업 기반 약화를 초래하는 개별 원인을 걷어낼 도리가 없다는 무능함과, 슬로건 하나로 일석이조 효과를 보겠다는 과욕의 앙상블이다.
대다수 학생들은 과제 수행이나 공모전 수상을 통해 창업경진대회 수상 실적과 벤처운영 경험이라는 '한줄'을 쌓고 대기업 입사의 발판으로 삼는다. 특별한 신념이나 사업의지가 투철한 경우가 아니라면 참가자 학생 대부분에게 창업공모전은 다른 SW관련 지원 프로그램과 같은 역할이다.
이를 자초한 것은 정부 지원사업이라는 성격상의 한계이기도 하지만 청년 창업을 쉽게만 바라보는 태도의 안이함도 큰 몫을 했다.
소위 창업 활성화 전략이란 게 전부 공모전 성격을 띠거나 단기 과제수행의 틀을 벗지 못하고 있다는 데 근본 원인이 있다. SW가 순수한 사람의 힘으로 굴러간다는 측면에서 창업 초기 투자부담이 적은 편이다. 그러나 정부는 그런 특성으로 부실한 사업 지원을 무마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예를 들어 과제 지원금 수천만원은 인건비, 사무용품 따위로 용도가 제한된 채 주어진다. 지원 기간은 몇 달 수준이며 1년을 넘기 어렵다. 사업을 궤도에 올리긴 커녕 시작하기에도 넉넉찮은 시간이다. 이들에게 제공되는 사업 지원금이나 사무공간은 유용하지만, 사업 성공에 결정적이지 않다.
그런데 지원이 끝난 이후 수익화까지 넘을 고비가 많은데다 성공 보장도 없다. 오히려 실패할 가능성은 높지만 그에 따른 안전장치를 제시하는 일에 정부는 인색하다. 취업에 실패한 백수보다 사업에 실패한 사장이 다시 일어서기 힘들다는 사실을 외면한다는 이야기다.
그런 순간을 마주한 젊은 벤처SW 창업자가 고민끝에 사업을 정리하고 초대졸 구직자로 돌아가는 게 당연하다. 또 지원자가 처음부터 이런 내용을 일찌감치 파악하고 해당 지원사업 수행 기간만 채우거나 공모전 수상 한 것으로 '스펙 한 줄 쓰고 말겠다'는 목표를 갖기도 어렵지 않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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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창업을 통한 실업률 감소와 중소 SW기업 생태계 육성이라는 정부의 큰 꿈은 이렇게 빗겨간다. 지원체계가 부실할 뿐 아니라 성공에만 주목하는 풍토, 실패에 대한 안전망 부재 등 사회 시스템에 대한 고민이 없으니 당연하다.
정부는 일부 천재들의 성공 신화를 간판삼아 '인생은 모르는 거다'라는 로또식 선전을 해서는 안 된다. 대신 '당신같은 범재도 열정과 시간을 투자하면 초기 어려움과 실패를 딛고 안정된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믿게 할만한 노력을 보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