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고기 보다 쎈 미국산 저가 TV 몰려온다

일반입력 :2012/08/14 10:42    수정: 2012/08/14 10:47

김희연 기자

FTA 발효 이후로 미국산 TV가 국내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서서히 침투하고 있다. 국산 제품 대비 저렴한 가격과 '중국산' 꼬리표가 없다는 점에서 상당한 파급력이 예상된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국 TV 브랜드 웨스팅하우스의 롯데마트 입점을 시작으로 주요 대형마트 및 유통업계가 잇따라 TV를 비롯한 미국산 저가 가전 판매를 검토 중이다.

웨스팅하우스 55형(139cm) LED TV LE-55GB2는 지난달 31일 국내서는 최초로 롯데마트를 통해 직수입됐다. 지난 2일부터 판매를 시작한 이 제품은 동급 국내 제품과 비교해 30%가량 저렴한 179만원에 공급되고 있다.

웨스팅하우스는 국내 소비자들에게는 생소하지만 미국 내에서는 알만한 사람들은 모두 아는 미국 5대 TV제조업체 가운데 하나다. 현재 미국 베스트바이, 월마트에 입접한 가전 브랜드로 연간TV 판매량이 120만대에 달한다.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산 저가TV의 국내 시장 진출은 한미FTA로 인해 업계에서는 이미 예측돼왔던 부분이다”면서 “경기불황에 소비자들이 가격은 저렴하지만 성능 좋은 TV를 찾는 니즈를 충족시켜 앞으로도 더욱 큰 인기를 끌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100만원대 웨스팅하우스 LED TV는 전국 56개 지점망을 통해 1년간 AS도 가능해 국내 제품과 비교해 가격은 물론 사후서비스까지 경쟁력을 갖췄다.

웨스팅하우스에 이어 최근 대형마트들이 가장 눈독을 들이고 있는 브랜드는 비지오다. 북미 점유율 1위를 자랑하고 있는 비지오의 비즈니스 모델은 이미 국내에서도 벤치마크 대상이 된지 오래다.

비지오는 월마트 및 코스트코와 같은 대형마트와 제휴를 통해 유통비용을 줄였다. 이로 인해 소비자들에게 보다 저렴한 가격 판매에 판매할 수 있었다. 기술 투자를 통해 대단한 신제품을 내놓는 대신 상품기획, 디자인, 고객서비스에만 역량을 집중한 결과다.

특히 이 회사는 연구, 개발 및 생산, 유통 등 다른 주요 활동은 철저히 아웃소싱을 통해 운영 중이다. 때문에 수요 불확실성이 따르는 고정 리스크 비용을 줄여 경쟁사보다 낮은 가격에 제품 판매가 가능했다.

익명을 요구한 A유통업체 관계자는 “지상파 TV에서 디지털로 전환을 앞두고 있어 각 가정에서 TV구입을 망설이는 고객들이 많지만 가격적인 부담이 만만치 않아서 성능보다는 가격을 가장 먼저 고려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또한 불경기 새로운 시장 형성을 통해 유통 생태계 선순환 구조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 등에서 저가 TV가 긍정적인 작용을 하고 있어 유통업체들도 미국산 저가TV를 반길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세컨드 TV를 구매하려는 사람들도 늘고 있는 추세기 때문에 저가 TV마케팅을 업체들마다 강화할 수 밖에 없는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어 더욱 그렇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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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구매를 고려 중인 백익현(58)씨는 “국내 제품과 비교해 성능에 별반 차이가 나지 않는다면 미국산이라고 해도 당연히 저렴한 가격인 제품을 구매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한미FTA 체결로 인해 기존 5%였던 컬러TV와 2.7% 터치스크린 모니터 등의 관세가 즉시 전면 철폐됐다. 5% 수준인 디지털 TV는 FTA발효 3년 이내 관세가 완전 철폐될 예정이며, 전자레인지(2%), 세탁기(1.4%), 에어컨(22%) 등 주요 가전제품 경우 발효 10년 이내 관세가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