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반토막, 주가 급락, 구조조정, 사업다각화 모색….
국내 액정표시장치(LCD) 장비업계가 아우성이다. 삼성과 LG의 대규모 LCD 투자 소식이 감감해지면서 매출이 크게 떨어졌다. 아직은 버틸 여력이 남았지만 투자 기근이 계속될 경우 향후 상황은 장담할 수 없을 것이란 어두운 전망도 나온다.
7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외 패널 제조사에 LCD 관련 장비를 납품하는 장비업체들의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 주무부처인 지식경제부도 이같은 상황을 인식해 업계 애로사항을 파악하고 산업육성정책에 부심하는 상황이다.
이같은 부진은 국내 장비업계가 의존하고 있는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등 국내 LCD 패널 제조사의 투자 축소가 원인으로 꼽힌다.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가 주목받으면서 기존 LCD에 대한 투자는 줄어드는 분위기다. 여기에 디스플레이 업황 부진에 더해 OLED 수율과 불투명한 시장 상황 등이 맞물리면서 OLED 투자 역시 예상보다 지연되면서 업체들의 애가타고 있다.
한 장비업계 관계자는 "현재 수요가 가물어도 너무 가물었다"면서 "전방산업 투자가 이뤄지지 않다보니 장비업체들 목이 빠지는 상황"이라고 표현했다.
반도체와 LCD 장비를 주력으로 하는 A업체는 지난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세토막이 났다. 신규 수주 부진이 지속된것이 어닝쇼크의 원인으로 꼽힌다. 연간 매출 예상액도 하향조정되면서 주가도 반토막이 났다. 또 다른 B장비업체도 1분기 매출이 절반 이상 줄면서 주가가 급락했다. C장비업체는 최근 인력을 40% 수준으로 감축하고 무급휴가 제도를 시행하는 등 비상경영에 나섰다.
LCD 산업 미래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실적을 만회하기 위해 사업다각화를 꾀하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디스플레이 장비 외에 카메라 모듈 등 다른 장비분야로 영역확대에 나서거나 부동산 등 아예 신규 사업 분야에 투자하는 업체도 생겼다.
업계 관계자는 "디스플레이 액정 등 재료 분야는 그나마 지속적으로 수요가 발생하지만 장비 같은 경우는 한 번 납품을 한 이후에는 유지·보수 외에는 매출이 발생할 여지가 없어서 더 상황이 좋지 않다"면서 "미래 투자가 전망되는 OLED는 그나마 형편이 낫지만 LCD에 주력했던 업체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주무부처인 지경부도 이 같은 상황은 인지하고 대책마련에 부심 중이다. 지경부는 지난달 26일 윤상식 지경부 제1차관 주재로 간담회를 열고 애로해소를 위한 방안을 수렴했다. 회의의 후속 조치로는 민·관 전문가 20여명으로 구성된 '디스플레이 현장점검단'을 구성해 업계 목소리를 듣고 있다.
LCD 수요 정체를 해소하기 위해 디지털 사이니지, 대형 광고판, 전자칠판, 태블릿PC 등 신규 수요처를 발굴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또 최근 투자가 집중되고 있는 개도국을 중심으로 해외 수출 활로를 열어준다는 방침이다. 특히 내년도 LCD 투자가 예상되는 중국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KOTRA와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등과 공동으로 수주상담회를 개최하는 등 지원체제를 구축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도 내년도 본격적으로 시작된 중국 현지 투자에 다소 기대를 걸고 있는 분위기다. 지난해 중국 쑤저우와 광저우에 각각 8세대 LCD 공장을 착공한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의 현지 투자는 물론이고 허베이에 공장을 착공한 중국 패널 업체 BOE도 올 하반기와 내년 하반기에 걸쳐 대규모 투자가 예정됐다. 내년 2분기경이면 본격적인 장비 발주가 시작되면서 수혜업체가 나올 것으로 업계 전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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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CD=사양산업'이라는 과격한 전망까지 나오는 가운데 낙관적인 기대도 남아있다. LCD 시대가 향후 10년 간은 건재할 것이란 예측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면적 OLED가 등장하기 위해 양산수율 문제가 해결되려면 아직 시간이 필요하고 경제성 문제도 존재하는데다가 LCD 기술도 함께 발전하고 있어 향후 10년 정도는 LCD와 OLED가 공존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