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클, 10년된 썬의 병렬 언어 연구 중단

오라클은 인수전부터 썬이 병렬 프로그래밍 언어를 주제로 연구해온 장기 프로젝트 '포트리스'를 중단한다. 상업적 가치가 없는 기술 자산을 냉정히 정리해온 과거 오라클 행보의 연장선으로 비친다.

주요 외신들은 23일(현지시각) 보도를 통해 오라클이 장기간 이어온 포트리스 프로그래밍언어 프로젝트 중단 결정에 대해, 이전과 마찬가지로 '큰 돈이 안 되는' 썬의 SW 포트폴리오를 걷어내는 마지막 작업이라고 묘사했다.

포트리스는 현대화한 고수준 병렬 컴퓨팅 환경에 알맞은 SW를 더 쉽게 만들 수 있게 실험적으로 설계돼온 프로그래밍 언어를 가리켰다. 그 초기 연구는 미 국방부 연구기관 DARPA의 '채플(Chapel)'이나 'X10'같은 언어를 낳은 고성능컴퓨팅(HPC) 관련 프로젝트의 일부분으로 투자를 받았다.

보도에 따르면 오라클연구소 프로그래밍언어연구 그룹 소속 연구원 가이 스틸은 10년 가까이 포트리스 프로그래밍 언어를 설계, 개발, 구현해온 끝에 우리 그룹은 이 프로젝트를 서서히 끝내려는 중이다고 말했다.

■3년씩이나 유지한 것도 이변?

포트리스 언어는 자바 가상머신(VM)에서 실행된다. 그 설계는 포트란과 자바 등 다른 여러 언어에 영향을 받았다. 하지만 컴퓨터과학용 네이티브언어를 닮은 수학적 표기를 쓰는 고유 문법을 갖췄다.

앞서 스틸은 포트리스 연구진들이 현존하는 VM 기술을 쓰는 언어를 구현하면서 '몇가지 기술적인 도전과제'에 직면했는데, 그 VM 기술은 포트리스 프로젝트의 목표를 이루기 불가능하게 돼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그간의 노력을 매듭지을 때지만 연구를 갑자기 중단시킬 요량이 아니며 다만 향후 몇달에 걸쳐 가능한한 최상의 형태로 성과물인 개발 코드와 언어 규격을 정리할 계획이라고 예고했다.

그에 따르면 포트리스 코드는 이를 연구하려는 누구든지 내려받을 수 있도록 오픈소스로 공개될 예정이다. 결과물을 공개함과 더불어 선행 연구에 대한 연구논문을 써낼 계획도 있다고 스틸은 덧붙였다. 그는 대부분의 산업용 연구 프로젝트가 1~3년만에 끝나는데 비해 포트리스가 거의 10년을 이어왔을 정도로 장기간 유지됐음을 강조했다.

외신은 프로젝트가 10년간 유지됐다는 사실에 더해 이를 중단시킨 주체가 오라클이란 점에 방점을 찍는 모습이다. 오라클이 썬을 사들인 시점이 지난 2009년인데 포트리스같은 돈 안되는 사업을 3년씩이나 지속한 게 뜻밖이란 평가다.

■오픈솔라리스-오픈오피스…'돈 안되면 다 처분'

이는 앞서 오라클이 썬을 인수한 직후 보인 오픈소스 관련 사업 개편 이력 탓이다.

회사는 지난 2010년 8월 썬의 오픈솔라리스 프로젝트 지원을 끊으며 향후 유닉스 운영체제(OS) 개발 초점은 유료버전 솔라리스로 주도될 것이라 밝혔다. 또 지난해 4월에는 상업용 오픈오피스 생산성 스위트 개발을 멈추고 아파치 재단에 코드를 떠넘겼다.

더불어 업계 핵심 언어인 자바는 명목상 오픈소스로 존재하지만 오라클이 타사에서 독립적으로 만든 플랫폼의 표준 인증을 거부하면서 자사의 지적재산을 꼿꼿이 지키고 있다. 자바 커뮤니티 안에서 그 까칠함을 겪은 아파치 재단은 자바 규격은 독점적인 기술이며 단일 주체의 상업논리는 (자바의) 투명한 생태계 거버넌스에 심각한 간섭과 선입관을 지속시킬 것이라 평했다.

오라클이 접수한 썬의 자산이란 관점에서 자바와 대조적인 포트리스는 보잘것없는 연구 프로젝트에 불과한 것으로 묘사된다. 명시적 이익 내기에 혈안인 오라클의 관심사와는 전혀 무관했단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