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오라클-썬 통합 완료, 무엇이 달라지나

일반입력 :2011/01/24 13:06    수정: 2011/01/25 14:01

김우용, 임민철 기자

오라클이 썬마이크로시스템즈 통합 작업을 마침내 마무리했다. 한국법인도 이달로 통합작업을 완료한다. 이에 따라 통합 법인이 국내 IT시장에 미칠 파장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쉽지는 않은 통합이었다. 국내의 경우 한국오라클과 한국썬 통합은 생각보다 늦춰지면서 다양한 추측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혼란을 틈타 고객을 가로채려는 경쟁사들의 공세도 거셌다. 개발자들 사이에선 통합 법인에 대해 우려섞인 시선도 많았다. 썬 하드웨어와 SW의 미래가 불투명해 보였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 법인 통합에 따른 변화는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한국오라클은 통합작업 완료 후 첫 국내 고객행사를 열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결합해 최적화한 신제품들을 소개했다. 해외에 선보인대로 하드웨어와 SW를 통합한 어플라이언스 제품들이 눈길을 끌었다. 반면 썬이 추구했던 개방성, 오픈소스 색깔은 다소 퇴색한 것 같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오라클과 한국썬 통합에 따른 변화들을 정리해봤다.■솔라리스OS, 개방은 가고 기능만 남았다

오라클은 썬 인수 후 일관되게 솔라리스 운영체제(OS) 상업화에 공을 들였다. 썬은 상업용 버전 '솔라리스'와 오픈소스인 '오픈솔라리스' 2가지로 제공했는데 오라클은 일반 솔라리스를 무료로 쓸 수 없게 하고, 오픈솔라리스 커뮤니티에서 실시간 소스코드 공개도 중단했다.

오픈소스 OS 리눅스와 경쟁구도를 이뤘던 오픈솔라리스는 사실상 명맥이 끊긴 것이다. 오라클 리눅스는 일반 서버제품에, 상용버전 솔라리스를 프리미엄 시장에 내놓을 것이란 게 업계 중론이다.

지난 19일 한국오라클은 차세대 데이터센터 통합 솔루션을 소개하며 연내에 어플라이언스 제품 '엑사데이터'와 '엑사로직'에 썬의 솔라리스11를 얹어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엑사로직은 오라클 미들웨어 '웹로직'과 서버를 결합한 어플라이언스다. 내부 클라우드를 구축하거나 외부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기업들을 겨냥한 것. 이보다 앞서 출시된 엑사데이터는 온라인 분석처리(OLTP), 데이터웨어하우징(DW), 데이터베이스(DB) 통합 등에 사용하는 DB머신이다.

한국오라클의 운영체제(OS) 관계자는 리눅스 안정성이 솔라리스보다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고객들도 있다며 향후 오라클 머신은 리눅스와 솔라리스 모두 쓸 수 있도록 디자인될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솔라리스 최신버전 '솔라리스 11 익스프레스'를 소개했다. 솔라리스 11 익스프레스는 베타 버전 격으로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공부하는 학생이나 정식판 '솔라리스 11' 시장에 대비하기 위한 소프트웨어 개발사들이 무료로 쓸 수 있다. 정식판에 도입될 신기능을 시험삼아 써 볼 수 있다.

향후 출시될 솔라리스 11 정식버전은 솔라리스10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는 OS 가상화 ‘솔라리스10 컨테이너’, 가상화환경에 대한 가시성을 높여주는 '솔라리스 11 존', 애플리케이션 업그레이드나 시스템 패치를 위한 '이미지 패키징 시스템' 등을 제공한다. 네트워크 가상화를 지원해 가상 스위치를 OS로 생성, 관리할 수도 있다.

기능은 나무랄 데 없다. 우수한 기능만큼 대가를 받아낸다는 오라클의 신념이 썬에 투영되는 것이다. 그러나 솔라리스11 정식버전 출시는 오라클이 오픈소스 솔라리스의 매장을 기정사실화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기존 썬의 팬 사이에서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되는 부분이다.

■스팍칩, 썬서버 구원투수 될까?

오라클은 지난해말 스팍 프로세서 업그레이드 로드맵을 발표했다. 오라클의 썬 합병 후 썬의 유닉스서버는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잃어갔다. 한때 시장을 장악했던 썬서버는 현재 한자릿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이같은 하락세는 썬의 하드웨어가 계속 업그레이드될 것인가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을 반영한 것이었다. 기존 고객에 대한 부족한 지원, 유지보수율 인상도 하락세의 한 요인이었다. 그사이 유닉스서버시장은 IBM과 HP가 잠식했다.

이런 가운데 나온 것이 스팍 프로세서 로드맵이다. 핵심 부품의 세대교체를 통해 오라클이 썬을 버리지 않았다는 공식 선언이었던 것이다. 향후 제품에 부착되는 로고에도 썬은 살아있다.

로드맵은 2015년까지 매년 M시리즈와 T시리즈 세대교체를 진행하고 향후 모든 제품을 ‘스팍’으로 통합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최신 제품인 스팍 T3프로세서는 최초의 16코어 프로세서로 T2보다 성능을 두배 끌어올리고 보안과 가상화 기능을 내장했다. M시리즈에 사용되는 스팍64 VII+프로세서는 클럭 속도를 최대 3.0 GHz까지 향상시켰고, L2 캐시를 2MB로 늘였다.

T4 프로세서에 대한 소식도 함께 나왔다. 오라클 측은 이미 T4 개발해 테스트 중이라고 밝혔다. 출시될 T4는 코어수를 8코어로 줄이고, 코어당 단일쓰레드 성능을 높여 16코어와 같은 성능을 발휘하는 형태로 개발될 전망이다.

오라클의 썬 지원사격은 서버칩 로드맵으로 끝나지 않았다. 지난달 오라클은 데이터베이스 라이선스 정책을 변경했는데, 썬 서버에 대한 라이선스가 코어당 0.25까지 줄어들었다. 4분의 1로 감소한 것이다.

반면, HP 슈퍼돔의 경우 라이선스가 기존 0.5에서 1로 상향조정됐다. 아이테니엄 기반 서버도 1로 책정됐다. 오라클의 이같은 행보는 시장우위를 점한 DB, 애플리케이션 분야를 바탕으로 썬서버제품의 도입비용을 상대적으로 낮게 책정해 서버 구매를 유도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향후 출시될 T4의 경우 코어가 절반으로 줄어드는 만큼 코어당 라이선스 정책의 향배도 주목할 만하다. 현재의 정책이 유지되면 썬 서버는 코어당 0.1수준의 라이선스만 지불하면 된다.

한국오라클 관계자는 “산술적으로 봤을 때는 맞다”라면서도 “그러나 라이선스 정책은 서버 세대교체 때마다 바뀌기 때문에 지금으로선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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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는 오라클이 썬서버를 단독으로 팔기보단 엑사데이터나 엑사로직 등 어플라이언스 형태로 판매할 것이라 예측한다. 썬 서버의 국내영업망이 다수 붕괴된데다, 협력사였던 한국후지쯔와의 관계재정립도 아직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업계의 관계자는 “유닉스 서버시장에서 IBM과 HP의 시장장악이 확고한 터라 썬의 단독사업이 성공한다 보장하기 어렵다”며 “자체 칩을 개발하려던 x86도 명확한 비전을 못보여 당분간 서버사업의 매출 부진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