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전팔기’ 해외 진출, KT 승부수는?

일반입력 :2012/07/12 13:45

정윤희 기자

“이제 KT는 단순히 한국의 통신회사가 아닌 글로벌 ICT 컴퍼니로 거듭날 겁니다.”

그동안 통신사들은 쉽사리 ‘내수용 기업’ 꼬리표를 떼지 못했다. 지분 인수, 망 건설 사업 수주 등 야심차게 해외 시장에 진출했지만 가시적 성과를 내기는커녕 오히려 막대한 손실만 남은 사례가 많다. 굳이 변명거리를 찾자면 통신은 전통적 규제산업 인데다, 국가 기간산업으로 출발한 만큼 해외 기업에 열려있는 문이 좁기도 했다.

동시에 국내 통신사들의 해외 시장 접근법 역시 아쉬운 것은 마찬가지다. 과거에는 정부의 원조에 의존해 해외 진출을 추진하다보니 현지 시장에서 자생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이런 가운데 KT가 ‘글로벌 ICT 컴퍼니’로의 진화를 선언하고 나섰다. 3년 전에는 글로벌 ICT 리더를 겨냥하는데 그쳤다면, 이제는 이를 실현시킬만한 체제와 역량이 갖춰졌다는 자신감의 표출이다.

김홍진 KT 글로벌&엔터프라이즈(G&E) 운영총괄 부사장은 12일 광화문 KT사옥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그는 “예전에는 프로젝트 단위, 서비스 단위로 해외진출을 추진했다면, 이제는 갖춰진 체제 내에서 적극적으로 지역 단위 비즈니스를 개발한다”며 “글로벌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이 아닌, 글로벌 컴퍼니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글로벌 진출이란 것이 단순히 돈 몇 천억 투자하고 수익을 얻기 위한 것이 아니다”며 “컨설팅 인프라 구축을 지원을 통한 커머셜 기회와 인접 영역으로의 사업 확대, 나아가 글로벌 지역으로 확장하는 모델을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매출로 따지면 오는 2015년까지 글로벌 매출 3.9조를 달성하겠다는 것이 목표다. 지난해까지 글로벌 매출로 7천억을 기록했던 것을 감안하면 5배가 넘는 성장이다. 그룹 전체 매출에서의 비중도 기존 2%에서 10%로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통신사 넘어선 ‘IT서비스 회사’로 간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해외시장에서 어떻게 클 것이냐 하는 의문이 남는다. 이에 대해 그는 “전통적인 통신 분야에서는 힘들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LTE에 투자를 많이 하고는 있지만 크게 성장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단언했다. 기존대로 단순히 원조를 주는 형태나 네트워크 위주의 사업으로는 글로벌의 벽을 넘기 힘들기 때문이다.

필연적으로 비통신 부문과 IT서비스 부문이 주력 분야로 떠올랐다. 클라우드, 가상재화(Virtual Goods), 컨버전스, 글로벌 확장 등 4가지 분야다.

IT 솔루션과 매니지드 서비스, 금융-의료-교육 등 타 분야와의 컨버전스 서비스 등을 제공하겠다는 그림이다. 실제로 통신사로서 글로벌 비즈니스에 성공한 브리티시텔레콤(BT)는 IT솔루션과 매니지드 서비스를 전 세계 시장에 제공 중이다.

이와 함께 비즈니스 추진을 위한 4대 전략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는 지분투자&Co-매니지먼트 사업 확대, 글로벌 통신사 제휴로 시장 공동진출, 글로벌 ICT 기업과의 파트너십을 통한 역량 확보, 그룹사/중소기업 역량·노하우 상품화 등이다.

요약하자면 ‘혼자’가 아닌 ‘함께’다. 현지 이통사들과의 협업, 분야별 최고 기업과의 제휴, 파트너십을 강조했다. 또 계열사, 그룹사와의 패키지 서비스 제공 등도 계획했다.

김 부사장은 “글로벌 진출이라고 해서 독식해서는 실패한다”며 “여러 파트너들과 함께 라이선스, 투자, 협업 등 다양한 형태로 다각적 비즈니스를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KT, 음식재료가 많은 회사”…내부 체질 확 바꿨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거룩한 구호에서 끝나지 않기 위한 내부 체질 개선도 추진했다. 글로벌영업본부 내에 아프리카, 유럽, 미주, 아시아 지역 전문 담당을 만들어 현지 상황에 맞는 전문적인 비즈니스를 전개한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인력풀도 늘린다. 현재 약 460명의 글로벌 인력풀을 오는 2015년까지 1천600명으로 확대하는 것이 목표다.

제품이나 서비스 기획 과정에서부터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두기로 한 것도 변화다. 김 부사장은 “과거에는 글로벌 사업을 한다고 했지만 정작 우리가 팔거나 서비스할 수 있는 상품이 없었다”며 “심지어 소개 자료, 책자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을 정도로 준비가 부족했었다”고 토로했다.

일례로는 KT의 에듀테인먼트 로봇 ‘키봇’의 시행착오를 들었다. 그는 “키봇은 당초 국내 시장용으로만 개발됐었다”며 “이후 해외 시장 수출이 추진되자 부랴부랴 글로벌용으로 뜯어고치며 한바탕 난리를 겪기도 했다”고 말했다. 현재 ‘키봇2’는 사우디아라비아를 시작으로 아랍에미리트, 쿠웨이트 등 중동 지역을 공략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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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부사장은 KT에 대해 “음식 재료가 무지하게 많은 회사”라고 정의했다. 그동안 사업 다각화를 통해 여러 분야에 투자했으며 자회사도 많아 해외 사업에도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과 기회가 많다는 얘기다.

김 부사장은 “KT는 제대로 된 주방장만 있으면 엄청나게 커질 수 있는 회사”라며 “우리 그룹사가 가진 역량뿐만 니라 우리나라가 가진 잠재력과 가능성을 잘 발전시켜 해외에 나가면 상당한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