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소스 브라우저 파이어폭스가 내년부터 스마트폰 운영체제(OS)로 변신한다. 모질라가 신흥시장 중심의 통신사 파트너를 확보하고 오픈소스의 개방성으로 제조사 관심을 끄는 가운데 사용자 호감까지 얻어내긴 쉽지 않다는 분석이 이어졌다.
모질라는 2일(현지시각) 공식 블로그를 통해 '부트투게코(B2G)'라 알려진 프로젝트 기반의 파이어폭스OS를 만드는 계획을 구체화했다.
B2G 프로젝트는 모질라의 파이어폭스 브라우저가 품은 HTML 처리기술을 활용해 스마트폰에 필요한 모든 기능을 구현한다는 내용으로 상반기 소개됐다. 단순히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이나 게임같은 요소만이 아니라 전화를 걸고 받거나 문자를 쓰고 읽는 기능까지 HTML5 앱으로 구현한다는 얘기다.
모질라는 파이어폭스OS가 웹 경험과 그 기반이 되는 하드웨어 사이에 '불필요한 미들웨어 계층'을 걷어내고 저사양 스마트폰에 알맞게 만들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파이어폭스OS 첫 단말기 생산은 중국 제조사 ZTE와 TCL커뮤니케이션테크놀로지가 맡는다. 여기에 퀄컴 스냅드래곤 프로세서가 탑재되고 '알카텔 원터치'라는 글로벌 단말기 유통브랜드를 통해 판매될 예정이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내년 첫 출시될 단말기는 브라질 사용자들이 현지 통신사 텔레포니카 비보 브랜드를 통해 접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텔레포니카 외에도 독일 도이치텔레콤,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에티살랏, 미국 스프린트, 이탈리아 텔레콤이탈리아 등 여러 통신업체가 지원 계획을 밝혔다.
웹앱을 곧바로 구동하는 OS 개념은 모질라만의 것이 아니다. 앞서 구글이 브라우저 엔진을 내장한 '크롬OS'를 노트북과 데스크톱PC에 담아 판매해왔고, HP가 팜을 인수해 그 '웹OS'를 이용한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선보인 전례가 있다. 이들 모두 앱을 만드는 기술로 HTML과 자바스크립트를 쓴다.
다만 웹기술 구동에 초점을 맞춘 플랫폼으로는 파이어폭스OS가 드물게 태블릿과 스마트폰 단말기를 겨냥했다. 크롬OS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에 탑재되지 않으며 HP는 더이상 웹OS 기반 단말기를 생산하지 않는다. 또 웹OS는 C 또는 C++ 언어로 네이티브 앱개발이 가능하고 별도의 소프트웨어개발도구(SDK)도 제공됐지만 파이어폭스OS용 앱은 순전히 웹기술로만 만들어진다.
모질라는 웹기술과 애플리케이션프로그래밍인터페이스(API)를 표준화기구 월드와이드웹컨소시엄(W3C)에 직접 제출해왔다. 이와 더불어 파이어폭스OS 자체가 오픈소스SW임을 강조해 파트너들에게 완전히 개방된 플랫폼이라는 데 방점을 찍는다.
개방성은 단말기 제조사들에게 환영받을 요소다. 개발자들에게도 충분히 매력적으로 비칠 수 있다. 다만 모바일 앱을 만드는데 웹기술만 써야 한다는 제약이 어떻게 받아들여질 것인지 불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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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지난 2007년 처음 아이폰을 선보였을 때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당시 개발자들은 iOS용 네이티브 앱을 만들어 쓸 수 없었다. 웹기술로 사파리 브라우저 전용 웹앱을 만드는 것만 가능했다. 앱스토어 누적 등록 앱65만개라는 규모가 실현된 원동력은 OS 자원에 접근할 수 있는 네이티브 API 개방이었다. 파이어폭스OS가 웹기술만으로도 네이티브 앱에 견줄만한 개발, 사용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편 일부 외신들은 파이어폭스OS가 모바일시장에서 잘나가긴 어렵다는 비관론을 내놨다. 이유는 ▲이미 개방형 플랫폼 안드로이드가 크게 버티고 있는데다 ▲파이어폭스OS가 저사양 휴대폰 시장을 겨냥했기 때문에 잠재시장 범위가 좁다는 지적이다. 또 ▲파이어폭스 브라우저는 OS 핵심기술이 되기에 불충분하며 ▲그 제품은 아무래도 일반사용자보다 기술에 관심이 높은 소비자 취향이 진하다는 게 문제로 비쳤다. ▲초기 진입 시장으로 설정된 브라질을 포함한 신흥시장은 경쟁이 치열한 동네고 ▲여기가 노키아 심비안과도 경쟁할 수 있는 영역인데다 ▲iOS와 안드로이드에 밀려난 타 OS보다 특출나지도 않아 보인다. ▲브라우저로 모바일OS를 만든다는 과감한 전략이 꼭 좋다기도 어렵고 ▲이를 주도하는 모질라 자신이 약점을 보완할만큼 특정시장에 지배력을 갖지도 못한 상황이며 ▲태블릿 대응 없이 스마트폰에 치중한 전략은 큰 허점이 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