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 “통신사와 상생...”

일반입력 :2012/07/02 15:38    수정: 2012/07/10 14:57

김태진, 전하나 기자

모바일 인터넷전화(m-VoIP) 논란이 식을 줄 모른다. 이용자-통신사-인터넷기업-국회 등을 불문하고 관련 논의가 끊임없이 확대·재생산되고 있다.

논란의 뇌관은 카카오의 ‘보이스톡’이다. SK텔레콤과 KT는 보이스톡이 촉발한 m-VoIP에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요금제를 준비 중이고, 국회에선 m-VoIP가 3G 데이터 트래픽 변화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며 엄살을 부리는 통신사들을 다그친다.

핫이슈의 중심에 선 이석우 공동대표를 29일 서울 역삼동 카카오 사옥을 찾아가 만났다.

지난달 14일 촉발된 보이스톡 논란 때문인지 보름여 만에 만난 그는 꽤 피곤하고 수척해 보였다. 그는 카카오의 블로그를 통해 보이스톡 손실률을 공개한 이유와 이후 변화를 묻는 질문에 ‘오해와 상생’이란 단어를 꺼냈다.

“국회 간담회 이후 카카오가 통신사를 잡아먹는 기업처럼 인식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카카오 입장에서는 통신을 이해하고 그동안 무지했던 것에 대한 반성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이 부분에 대한 오해가 없기를 바라고 통신사와 상생할 수 있는 솔루션을 찾고 있습니다.”

■통신사에 대한 도발, 왜?

그동안 네이버(라인)나 다음커뮤니케이션(마이피플) 등 다른 m-VoIP 사업자들은 통신사와 각 세우기를 꺼려했다. 또 인터넷 기업들은 방송통신위원회가 m-VoIP에 대한 시장획정과 역무구분을 고민하는 와중에 이슈의 정중앙에 서는 것을 부담스러워했다.

카카오를 비롯한 인터넷 기업들이 m-VoIP 서비스를 해외에서 먼저 선보인 것도 이런 이유가 일부 작용했다.

그럼에도 카카오가 보이스톡의 손실률을 공개하며 통신사에 대한 도발을 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석우 대표는 ‘서비스 품질’에 손을 댄 것에 참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보이스톡의 손실률을 공개한 것은 통신사의 차단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문제제기가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아예 접속이 안 되면 약관상 허용되지 않는다고 소비자가 생각하겠지만 서비스 품질에 손을 댄 것은 서비스사업자 입장에서 용납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보이스톡의 베타테스트를 시작한 지 사흘째부터 통신사의 차단이 시작됐다. 그런데 IP가 아닌 대역폭을 일부 차단해 통화품질에 영향을 줬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통신사가 대역폭을 차단시켜 음성품질을 떨어트렸는데 소비자의 품질 불만은 카카오에게 옵니다. 이어 소비자들은 이제 막 베타테스트를 시작한 ‘보이스톡’을 품질이 나쁜 서비스로 기억하게 되죠. 뿐만 아니라 소비자는 IP가 아닌 대역폭 차단으로 나쁜 품질의 서비스에 데이터를 소모하는 피해를 받습니다.”

카카오톡까지 차단될 수 있어 IP 차단은 할 수 없었다는 통신사의 해명에 그는 화가 났다. 같은 서비스기업으로서 불공정한 행위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같은 통신사의 대응으로 통신사를 이해하고 공부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카카오는 통신사의 수익을 가로채 성장하려는 기업이 아닙니다. 이번 일로 통신사의 애로사항과 MVNO에게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도 알게 됐습니다. 그동안은 통신사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미래지향적 대화가 전혀 없었죠.”

■m-VoIP, 스마트한 해법 있을 것

이 대표는 m-VoIP에 대한 스마트한 해법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통신사가 약관변경을 하기 전까지는 기존 약관대로 54요금제(3G) 미만에서는 트래픽이 아닌 IP 차단을 기대했다.

“카카오톡과 같은 메신저가 나오면서 사람 간 소통이 많아졌고 기존에 없던 가치가 생기면서 삶의 질이 올라갔습니다. 따라서 m-VoIP는 가급적 많은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는 여건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m-VoIP에 대한 역무분류도 논의되고 있지만 신중하고 천천히 결정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과거 트래픽을 과다 발생시킬 수 있다는 이유로 국내 웹TV 업체들이 규제를 받아 그 시장을 유튜브에 내줬던 과오를 되풀이하지 말자는 것이다. 웹 환경이 모바일로 급격하게 전이되는 시점에 법·제도를 성급하게 만들지 말고 10~20년을 내다보자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특히 이석우 대표는 카카오의 서비스가 기존 통신사의 수익을 갉아먹는 대체재가 아니라 미래지향적 관점에서 충분히 상생을 도모할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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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는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연결하고 묶어주는 ‘커넥터’ 역할을 합니다. 친구목록을 이용해 링크를 걸어주고 검색광고를 활용해 콘텐츠를 유통시킵니다. 최근 우연히 길을 가다 치과를 홍보하는 전단지를 봤더니 카카오톡으로 상담을 해주고 있었습니다. 신뢰도를 높인 카카오톡과 통신사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상생 솔루션이 분명 있을 겁니다.”

스마트폰이 확산되면서 트위터 이용자들이 크게 늘어났고 기업들은 트위터를 기업홍보와 소통의 창구로 활용했다. 통신사 역시 마찬가지였다. 카카오톡과 통신은 다시금 상생방안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