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때문에 전자책 시장이 커졌다는 건 거짓말이다. 스마트폰 보급율이 높아졌다고 이 시장을 섣부르게 판단하고 무작정 뛰어들어선 안된다.”
교보문고 성대훈 디지털콘텐츠팀장은 27일 메가뉴스 지디넷코리아가 개최한 제7회 CVISION 컨퍼런스에 참석해 이렇게 말했다. 업계에서 전략통으로 꼽히는 그의 애정어린 충고다.
전자책 시장은 지난 10년간 더디지만 꾸준히 성장해왔다. 지난해부터는 스마트폰·태블릿이 본격적으로 보급되면서 이를 기회로 본 주요 이동통신사와 제조사, 도서 유통업체 등이 이 사업에 뛰어들었다.
교보문고는 이 중에서도 가장 적극적으로 전자책 시장을 개척해온 플레이어다. 전자책 시장 콘텐츠 확보에도 열심히 나섰을 뿐 아니라 전자책 구입을 목적으로 하는 단말기도 선보였다. 개인 저자들이 직접 계정을 생성하고 콘텐츠를 제작, 판매할 수 있는 자가출판시스템을 만들어 생태계 구축에도 힘썼다.
그렇기 때문에 “전자책 시장은 아직 멀었다”고 말하는 성 팀장의 말을 괜한 투정으로 흘려듣기 어렵다.
그는 “전자책 시장이 점차 커지고 있기는 하나 이것은 유감스럽게도 스마트폰이나 태블릿과 같은 단말기 보급에 힘입은 것은 아니다”면서 “인터넷이 포르노 때문에 대중화된 것처럼 전자책을 활성화시키는 것은 대부분 정략누드집이며 나머지는 장르 소설, 만화의 비중이 크다”고 말했다.
성 팀장에 따르면 교보문고 뿐 아니라 네이버, 티스토어도 매출 80~90% 이상이 로맨스 등 장르소설과 만화에서 나온다. 이 때문에 잘나가는 로맨스 작가는 유통사와 직접 계약을 맺고 돈을 벌고 있지만 일반 단행본을 판매하는 출판사들이 가져가는 몫은 늘어나지 않는 기형적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전자책 시장에 불을 지핀 아마존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시장 전체 파이를 키우기는 했지만 자생력을 탄탄히 하지는 못했다. 뉴욕타임즈 등 신문에 연재되는 콘텐츠를 소싱하는데 주력하고 있을 뿐이다. 이는 달리 말해 아직까지 전자책 시장의 확대가 단말기 보급화에 따른 필연적인 성장이 아니라 흥미 위주의 콘텐츠에 의존한 결과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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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장밋빛 전망은 남아있다. 전자교과서 상용화 추진, 이러닝·지러닝 확산 등이 이를 뒷받침한다.
성 팀장은 “아이들 동화책이 스토리빔이나 키봇으로 대체되듯이 서점에서 사라져가고 있는 것들이 전자책 또는 이러닝 교육용 앱 등으로 계속 진화하고 있다”며 “독자들이 원하는 것을 가장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매체는 살아남을 것이고 전자책 시장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성장할 것”고 했다. 다만 단기적으로 돈을 투자해서 빨리 아웃풋을 바라는 회사들은 이 전자책 시장에서 승산을 보기 어려울 것이라는 조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