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미국)=봉성창 기자>소셜커머스는 이제 더 이상 소비자들에게 낯설지 않다. 무엇이든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강점은 그대로 두고 이용은 보다 편리해졌다. 약간의 수고만 더하면 모든 식사나 서비스 그리고 상품을 소셜커머스를 통해 구매할 수 있을 정도로 상품 가짓수도 많아졌다.
물론 지난 2년간 소셜커머스가 급성장하면서 부작용도 없지 않았다.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거친 소셜커머스는 보다 단단해졌다. 초창기 불거진 짝퉁 문제를 해결한 것은 물론 이제는 미사용 쿠폰에 대한 환불까지 해줄 정도로 성숙해졌다. 상거래에서 상호 신뢰에 대한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소셜커머스 업계가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이유다.
티켓몬스터, 쿠팡 등 국내 선두권 업체를 중심으로 소셜커머스 시장은 계속 성장하고 있다. 이제 사업 모델이 어느 정도 안정화 단계에 접어든 셈이다. 그러나 반대로 태생이 벤처인 이는 곧 정체 국면이기도 하다. 더 이상 소비자들에게 소셜커머스는 신선하지 않다. 과연 그 다음은 무엇일까? 소셜커머스와 관련한 새로운 실험이 진행되고 있는 미국 워싱턴을 찾았다.
■경험을 팝니다
소셜커머스 원조격으로 불리는 그루폰과 함께 미국 소셜커머스 시장의 양대 기업 중 하나인 리빙소셜은 티켓몬스터와 손을 잡은 기업으로 국내 잘 알려져 있다. 서부는 그루폰, 동부는 리빙소셜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고속 성장을 하고 있으며 전 세계 각국에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있다.
리빙소셜은 올해 초 워싱턴 시내에 건물을 한 채 매입했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기반으로 음식과 서비스 그리고 각종 상품을 판매하던 리빙소셜에게 새로운 아이디어가 생겼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평소 사람들이 접할 수 없는 ‘새로운 경험’을 파는 것이다.
워싱턴DC에 위치한 이 건물은 지하 2층 지상 6층 규모로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워싱턴에서 가장 오래된 엘리베이터가 자랑거리인 이 곳은 미국인들이 보기에도 신비할 정도로 골동품 같은 건물이라고 한다. 건물 이름도 주소를 따 그대로 ‘918 F 스트리트’다.
지난해 12월 문을 연 918 F 스트리트는 불과 6개월만에 2만 5천명이 다녀가며 워싱턴의 새로운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워싱턴을 중심으로 메릴랜드나 버지니아에서까지 이곳을 찾는다고 한다.
리빙소셜은 이 건물 매입 후 내부를 마치 미술관이나 박물관처럼 리모델링 했다. 스미소니언 박물관을 비롯해 수많은 박물관과 미술관이 즐비하게 있는 워싱턴의 분위기와 썩 잘어울린다.
안내데스크와 기념품 판매가 이뤄지는 1층을 지나 2층으로 올라가면 마치 미술관에 온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한켠에 위치한 방에는 그림을 그리기 위한 화판이 주욱 늘어서 있다. 사람들은 이곳에서 유명한 전문 화가들에게 일정 비용을 지불하고 그림을 직접 배울 수 있는 경험을 제공받는다.
3층은 주방이다. 요리를 배우는데 필요한 모든 도구가 이곳에 있다. 마치 ‘네. 셰프’라고 복창해야할 것 같은 전문적인 분위기다. 요리 강사 앞에는 두 대의 카메라가 손놀림 하나하나까지 세세하게 촬영해 학생들에게 실시간으로 보여준다. 세계 각국의 요리는 물론 제빵, 제과 등 전문적인 요리 수업이 이뤄진다. 아직까지 한국 음식에 대한 수업은 없었지만 조만간 한식도 배워볼 예정이라는 것이 이곳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4층은 다용도로 운영된다. 책상을 모두 치우고 매트를 깐 다음 요가 수업을 하거나 외국어 강좌가 열리기도 한다. 그때 그때 용도에 맞게 공간을 꾸며 활용된다. 지하 1층은 소규모 공연이나 파티를 하기에 적합한 공간이며 지하 2층은 저녁 시간 리빙소셜 직원들만을 대상으로 운영되는 술집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918 F 스트리트는 마치 우리나라의 문화센터와도 같은 느낌이다. 매월 등록하는 방식이 아니라 리빙소셜에서 기획한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운영된다는 차이 정도만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이러한 리빙소셜의 ‘경험 상품’은 우리가 소셜커머스를 통해 영어학원 수강권을 구입하는 것과는 접근 방식이 다르다. 리빙 소셜이 이를 두고 다음 세대의 소셜커머스 모델이자 일조의 실험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보다 소셜커머스답게...
우선 ‘918 F 스트리트’를 통해 판매되는 상품은 복합적이다. 가령 3층 주방에서 스시 만드는 법을 배우고 4층에서 스모를 배운다음 지하 2층에 가서 사케를 마시는 식이다. 이는 소비자가 굳이 일본에 가지 않아도 일본 문화에 대한 종합적인 경험을 가능하도록 한다.
지역 상권과의 연계성도 뛰어나다. ‘918 F 스트리트’에서 이뤄진 미술 수업을 통해 탄생된 그림은 이곳에서 전시와 판매가 동시에 이뤄진다. 혹은 워싱턴 지역 미술상에 의해 매입돼 유통이 되기도 한다. 아마추어 화가들에게 이는 기회로 작용할 수도 있다.
또한 요리 수업에서는 지역의 유명한 레스토랑의 신메뉴를 직접 같이 만들어 보는 식이다. 소비자들은 저렴한 가격에 맛있는 요리를 직접 만들고 맛보며, 상인은 자연스럽게 가게 홍보와 함께 소비자들의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리빙소셜이 918 F 스트리트를 통해 지향하는 지점도 여기에 있다. 가령 워싱턴에 나름대로 유명한 아마추어 록 밴드가 있다. 출중한 실력은 가진 이들에게 없는 것은 오로지 기회 뿐이다. 리빙소셜은 이들과 계약을 맺고 공연 쿠폰을 판매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918 F 스트리트가 차세대 소셜커머스 모델로 낙점받은 있는 이유는 제대로 된 소셜 네트워크 효과를 기대할 있기 때문이다. 최초 소셜커머스 모델의 기본은 여러 사람이 물건을 구입한다는 전제로 낮은 가격을 제시하고, 이를 위해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SNS를 통해 입소문을 내는 것이다.
그러나 소셜커머스 이용자들이 많아지면서 이러한 활동은 더 이상 불필요한 것처럼 돼 버렸다. 결국 소셜은 없고 커머스만 남게 된 것이다. 이래서는 일반 전자상거래와 다를 것이 없다.
반면 사람들은 자신의 경험에 대해서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를 통해 타인과 나누기를 선호한다. 이러한 공유로 인해 사람들은 다시 소셜커머스를 방문하게 되며 이는 다시 구매로 이어진다. 경험의 공유가 소셜커머스를 작동시키는 원동력이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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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이러한 리빙소셜의 실험은 소셜커머스가 보다 소셜커머스답도록 하는 역할을 훌륭히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미국 전역의 소비자를 생각하면 워싱턴의 이 작은 건물이 얼마나 많은 역할을 할지는 미지수다. 리빙소셜은 이러한 프로그램을 미국 전체 주는 물론 전 세계에 확대시키고 싶어하지만 아직은 검증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이와 관련해 롭 헤니건 918 F 스트리트 매니저는 “소비자와 지역상권 그리고 리빙소셜이 함께하는 윈-윈-윈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눈에 보이는 매출보다 리빙소셜이 자연스럽게 지역 상권에 녹아들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