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해 전만 해도 앱스토어는 개발자들에게 ‘기회의 땅’이었다. 아이디어와 기술만 있으면 스타덤에 오를 수 있다는 ‘앱스토어 드림’이 존재했다. 하지만 지금 앱스토어는 ‘정글’이다. 오직 자본과 물량만이 성공의 조건이다.
한동대학교 컴퓨터공학과에 재학 중인 장두원㉗씨는 이 시장에 당당히 도전장을 던진 인디 개발자다. 그가 만든 ‘Hit the Block’은 그야말로 아이디어형 퍼즐게임. 망치를 든 귀여운 괴물 ‘하몬’이 등장해 특정 블록을 찾아 때리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규칙 몇 개를 조합해서 만든 거예요. 기획만 한달, 실제 개발은 꼬박 밤새워 2달 정도 걸렸어요. 제가 프로그래밍 실력이 뛰어난 게 아니다 보니 만들면서 많이 배웠죠.”
개발 과정에선 든든한 동료도 만났다. 트위터에서 우연히 ‘맞팔(팔로잉하는 상대와 서로 팔로우를 하는 것)’ 중이던 김민선㉓씨와 의기투합하게 된 것. 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과를 다니는 민선씨가 캐릭터 디자인을 도왔다.
이들의 소통은 네이트온, 페이스북 메신저, 트위터 등을 통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실시간으로 이뤄졌다. 이는 특이하고도 무척 새로운 경험이었다. 얼굴 한 번 본적 없는 두 사람이 웹과 모바일을 넘나들며 협업을 하고 그 결과물로 모바일게임이 탄생한 것이다.
제대로 된 마케팅이나 홍보는 하지 못했으니 게임이 순위권에 오르는 일은 당연히 없었다. 출시 한 달여가 된 현재 손에 쥔 돈은 고작 100만원 가량. 그런데 그는 “수익보다는 경력으로 삼으려고 한다”고 짧고 굵게 말한다.
돈을 벌 수 있는 앱내결제(IAP) 설계도 따로 하지 않았다. “돈을 주고 살 수 있는 아이템같은 것도 구상했는데 제 역량에선 오히려 그런 장치들이 마이너스가 되더라고요. 그렇다면 사용자들의 몰입에도 방해가 될 것 같아서요.”
대신 최대한 퀄리티에 신경썼다. 6개의 테마와 테마별 20개씩 레벨을 구현했다. 콘텐츠는 계속 추가하며 보충한다는 계획이다. 한국어 외에도 영어, 일본어 등을 제공해 추후 해외 서비스도 염두해뒀다.
앱스토어 순위권 진입은 실패했지만 기본기에 충실했던 덕분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타고 차츰차츰 입소문도 났다. 게임을 즐겨 본 이용자들은 “캐릭터가 정말 귀엽다” “아이디어 최고” “초반 난이도가 어렵지 않아 자연스럽게 몰입이 된다” 등 호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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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장두원씨가 자신의 티스토리 블로그에 올린 ‘일면식도 없는 사람과의 아이폰 게임 제작기’ 연재글에는 “개발자와 디자이너의 끈기와 열정이 잘 느껴진다” “기획에 대한 마인드가 훌륭하다” “멋진 도전에 박수를 보낸다” 등의 응원 댓글이 달렸다.
그는 자신과 같은 도전이 계속 나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게임의 퀄리티는 꼭 그래픽에서만 오는게 아니예요. 조악한 그림이라도 아이디어 자체가 신선하면 새로운 재미를 줄 수 있죠. 대형 퍼블리셔들이나 이용자들이 가치 있는 아이디어에 투자해줬으면 좋겠어요. 인디 개발자들이 살아야 앱스토어 시장도 더 풍성하고 지속적인 생명력을 가질 수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