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주들이 질색할만한 인터넷 익스플로러(IE) 10 버전의 변화가 마이크로소프트(MS) 생각대로 되지 않을 모양이다. 브라우저 개발사와 온라인서비스 업체들이 사용자 행동추적방지(DNT) 기능에 관해 협의한 내용이 이를 제한할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브라우저에 들어가는 DNT 설정은 기업들이 광고와 마케팅에 활용할 목적으로 그 운영 사이트에서 방문자들의 클릭, 체류시간, 이동경로 등 행동정보를 수집하지 말라는 '의사표시' 기능이다. 해외서는 온라인 프라이버시 문제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해당 기능이 웹표준으로 제정되는 등 도입이 확산 추세다.
브라우저 사용자들이 DNT 기능을 켜고 웹서핑을 하면 자신의 온라인 활동에 대한 정보수집을 거부한다는 뜻이다. 이런 사용자가 늘어날수록 마케팅정보에 목마른 일반 기업이나 광고주들은 의사결정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현재 구글 크롬과 모질라 파이어폭스가 DNT 기능을 제공하는데 기본적으로 작동되지 않게 설정돼 있다. 그래서 광고주들이 원하는대로 '정보 수집을 거부한 사용자'를 제외한 모든 이들의 행동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와 달리 MS는 최신 운영체제(OS)와 함께 개발중인 IE10 브라우저에서 이를 기본 작동 상태로 만들 계획이었다.
이에 대해 광고주들이 반발해온 가운데 주요 외신들은 앞서 MS가 IE10에 기본값으로 지정하려던 DNT 기능 설정이 최근 개정된 사업자간 표준 규약과 맞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최근 갱신된 DNT 규격 초안(draft)은 브라우저에 구현될 때 작동여부에 대한 기본값을 미리 지정할 수 없게 돼 있다. 즉 사용자가 브라우저를 실행해 웹사이트를 돌아다니기 전에 해당 기능 사용여부에 대해 '명백한 동의(explicit consent)'를 구하는 절차가 필요다는 얘기다.
개정된 초안은 해당 기능에 대해 일반적인 유저에이전트(브라우저)는 사용자의 명백한 동의 없이 '추적설정 신호'를 (사업자측에) 보낼 수 없다며 처음 실행시 유저에이전트는 사용자가 추적설정 신호를 지정하도록 해야 한다고 예시했다.
결과적으로 DNT 기능을 구현한 브라우저를 쓰는 사용자들은 방문한 사이트에 자기 행동정보를 제공할지 말지 대등한 비중으로 고려해 결정할 수 있게 됐다.
MS가 IE10 브라우저에 DNT 기능을 기본 작동되게 하려던 의도는 표면적으로 '사용자들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업계는 이같은 MS 행보가 사용자들의 권리를 위해 기존 업계 관행과 싸우려는 것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거대한 경쟁자로 떠오른 구글에 치명타를 가하려는 시도일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DNT 기능이 광범위하게 확산될 경우 검색과 연계된 맞춤식 광고가 주 수입원인 구글에겐 적잖은 타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DNT 기능을 지원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웹사이트가 해당 규격을 따르지 않을 경우 무용지물이라는 게 가장 큰 반대 논리다. DNT 시스템은 사용자가 정보제공을 거부한다는 의사표현을 할 뿐이라서 브라우저가 정보노출을 직접 거부하는 방식만큼 효율적이지 않다는 지적이다.
현재도 모든 온라인 광고 협의체들이 DNT 표준 규격을 따르기로 합의하지 않았기에 그 실효성 여부에 계속 의문이 따르는 상황이다. 이를 강제하는 법률 제정을 동반하지 않는 한 몇달내 큰 변화가 있을지도 의문이다. 다만 외신들은 이를 지원한다고 최근 공식 선언한 트위터의 행보를 뒤따르라는 압력을 받고 있다고 묘사한다.
관련기사
- IE10, 광고주들이 질색할 이유?2012.06.08
- 트위터, 온라인 활동추적 금지?..."당연"2012.06.08
- 크롬, 사용자 '행동 추적방지' 결국 지원2012.06.08
- 구글 '쿠키 게이트'...MS IE사용자도 추적2012.06.08
국내 상황은 어떨까. 국내 주요 포털사업자들도 DNT 표준 지원에 둔감하다. 해당 기능을 지원하는 최신 브라우저가 국내 점유율이 높지 않아 지원하더라도 효과를 보이기 어렵기도 하다.
앞서 네이버, 다음, 네이트, 파란, 야후코리아 등 국내 주요 포털에 질의한 결과 8일 현재까지 DNT 표준 기능에 대응해 서비스를 운영중인 곳은 전무했다. 다만 야후 본사가 DNT 표준을 지원중이며 구글 본사는 연내 지원을 예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코리아는 본사와 동일한 정책을 따를 예정이다. 나머지 회사는 현재 DNT 표준 지원 계획이 없거나 지원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