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과컴퓨터(이하 '한컴')가 지난달 선보인 한컴오피스2010SE+에는 '개인정보탐색기'라는 기능이 생겼다. 이는 오피스 사용자 컴퓨터에 저장된 자료에 법적으로 보호돼야 할 개인정보가 기록됐는지 찾아내 조치해 준다.
사무용 문서관리와 편집을 위한 오피스 프로그램이 이런 기능을 품게된 까닭은 뭘까. 한컴측에서 해당 기능을 개발한 엔지니어를 직접 만나 들어보기로 했다. 오피스기능강화팀의 나승하 수석연구원이 그 주인공이다.
그에따르면 개인정보탐색기를 만든 취지는 지난해 9월말부터 개인정보보호법 시행령이 발효되면서 한컴의 주요 사용자들이 그에 체계적으로 대응할 기능을 마련해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이다.
시행령에 따르면 개인정보를 수집, 보유하고 있는 개인정보처리자는 전자매체에 저장하는 개인정보에 대해 2012년12월31일까지 암호화조치를 마쳐야 한다. 개인정보탐색기는 이 작업을 편리하게 할 수 있도록 한컴오피스2010SE+에 추가됐다.
이전부터 기업과 공공기관들이 전산망에 보관해온 개인정보는 많았지만 전자매체에 저장된 업무용 문서 파일까지 일일이 암호화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사람이 직접 여러 업무시스템에 흩어져 저장된 문서를 열어보고 일일이 개인정보를 찾아 지우거나 암호화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나 수석연구원은 이전부터 개인정보보호법 시행령 때문에 주로 관공서측의 관련 기능 요청이 많았다며 해당 기능이 제품마다 전무한 것은 아니지만 이를 시스템 전체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부분이 필요하다는 판단으로 개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나 수석연구원과의 1문1답이다. 개인정보탐색기의 기능과 실제 개발에 투입된 자원, 모바일과 데스크톱용 한컴오피스 한글에 관련된 차기 제품 출시 계획에 대해 묻고 답했다.
-한컴에서 창립멤버로 오래 일했다고 들었다. 출시된 모든 버전에 관여했나
올해 12월이면 한컴과 인연 맺은지 만 19년 된다. 내내 근속한 건 아니고 한글2002 버전에 관여하지 않았다. 처음엔 출시제품 테스터 역할이었고 되돌아온 직후엔 개발PM으로 일하다가 이제 제품화PM을 맡고 있다.
제품화PM은 개발한 제품을 출시하기 전에 외부 협력사들과 조율할 문제, 글꼴이나 클립아트에 대한 라이선스 계약 등을 진행하는 역할이다. 다만 이번에 한컴오피스2010SE+ 만들면서 아주 오랜만에 개발PM으로 다시 일해봤다.
-한컴오피스2010SE+에 생긴 개인정보탐색기가 어떤 기능을 수행하는 건가
시스템 전체 경로나 사용자가 지정한 폴더를 범위로 개인정보가 저장된 문서나 파일을 찾는다. 발견된 문서에 대해 주민등록번호, 연락처, 신용카드번호, 은행 계좌번호, IP주소 등 어떤 개인정보가 저장됐는지 표시해 준다.
사용자가 그 문서를 선택해 삭제 또는 암호화 등 개인정보보호 기능을 일괄 적용시켜준다. 사용방식 자체는 예전 '문서찾기'와 비슷하지만 패턴 인식 기법으로 텍스트 형태로 기록된 개인정보가 담긴 파일만 가려 찾아준다는 게 특징이다.
-해당 기능을 반길만한 곳은 아무래도 개인정보를 많이 다루는 관공서일 것 같은데
사실 만들게 된 배경이 정부기관의 요청 때문이다. 물론 개인정보보호법 시행령에는 공공뿐아니라 민간에서도 모두 대응해야 하기 때문에 기업들도 법적용대상이다. 사용자측 업데이트 요청사항이 있다면 기능 개선도 어렵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현재는 많이 쓰이는 유형이 7가지정도 있어 그에 대응한 상태다.
시행령 내용가운데 아예 기록을 못하는 종류의 정보도 있고, 보호할 정보는 문자열이 아니라 이미지에 포함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이미지 형태로 들어간 개인정보를 일괄처리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검색조건에 캡션(설명문구) 내용을 포함한다든지 하는 방식을 고려할 수 있다.
-만드는데 얼마나 걸렸나
개인정보탐색기를 만들 때 오피스2010SE 개발팀이 모두 매달리진 않았다. 개발자 18명정도가 3개월간 투입됐다. 다만 지난해 7월 오피스2010SE 출시한 뒤 보안패치를 4번 했는데, 오피스2010SE+ 버전에 이걸 다 포함하고 그사이 발생한 수정사항도 반영하느라 더 걸렸다.
-이번 버전은 마이너 업데이트 성격이라 볼 수 있을텐데, 차기작 계획이 궁금하다. 코드명이나 내부 빌드 관련 개발 상황에 대해 얘기해줄 수 있나.
지금은 별다른 코드명이 없고 내부에서 메이저 빌드 번호인 '9.0'로 통칭한다. 한컴오피스2010 버전 빌드는 8.0으로 시작했는데 '보난자'란 이름이 있었다. 한컴오피스2010 버전 이후는 '8.x'로 쭉 나와서 한컴오피스2010SE는 '8.5'였다.
차기 버전은 '한컴오피스2013' 정도 되지않을까 싶다. 한컴오피스2007에 이어 3년만에 한컴오피스2010이 나왔으니 개발, 출시 주기를 3년쯤으로 예상한다면 그렇다. 다만 아직 개발 프로젝트와 일정을 구체화한 상황은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오피스 차기버전 출시 일정과 맞춰가게 되지 않을까 싶다.
-iOS 버전은 만들면서 맥용은 왜 안 만들어주냐는 사용자들이 많은데 차기작도 데스크톱 버전은 윈도OS만 지원할까
내부에서도 해당 요청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개발인력들 가운데 실제로 만들고싶어하는 분들도 많다. 한컴 내뷰 인력가운데 맥북 쓰는 사람들도 있고. 다만 개발자들은 '메타OS'를 추구하지만 인력이 한정적이라 매번 시장의 요구사항을 반영치 못해 미흡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시장에 이슈가 많고 트렌드도 너무 자주 바뀌기 때문이다.
-한컴오피스에 문서 처리를 담당하는 '엔진' 영역은 모바일과 데스크톱 버전이 제각각인가
내부적으로는 동일하다. 엔진은 모두 최신 버전으로 통일돼 있고 그 겉부분만 윈도용, iOS용, 안드로이드용으로 구분돼 있는 것이다. 이렇게 해야 결과물 호환성을 보장할 수 있고 프로젝트 관리 측면에서 효율성도 더 높기 때문이다.
-iOS 버전 한컴오피스 한글에 글꼴을 추가할 계획은 없나
사실 라이선스나 기술적인 문제는 없는데 애플리케이션 용량 때문에 글꼴을 제한적으로 포함시킨 것 뿐이다. 한컴오피스 데스크톱용 글꼴 용량을 다 셈하면 100MB정도 나온다. iOS에 들어간 '함초롬체'는 데스크톱용 글꼴을 간소화시킨 별도 버전으로 10MB정도 크기에 담았다.
데스크톱과 모바일에서 보이는 함초롬체가 전혀 다른 글꼴이란 얘긴 아니다. 데스크톱 버전에 제공한 함초롬체는 온갖 언어에 쓰이는 문자들을 다 포함하고 있는데 모바일에선 용량을 줄이기 위해 히브리어나 헬라어 글꼴 등 사용빈도가 낮은 문자 세트를 일부 걷어냈다. 모바일에서 해당 문자를 쓴 문서를 열어볼 경우 데이터가 깨지는 건 아니고 단지 표시가 안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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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씽크프리 모바일과 한컴오피스 모바일 버전이 통합될지 궁금하다. 어차피 같은 사람들이 만드는 거 아닌가
내가 답할 수 있는 범주의 질문이 아니다. 현재 두 제품 모두 장단점이 있으니 별개로 유지시키는 것이라 생각할 뿐이다. 그리고 개발팀이 완전히 일치하진 않는다. 설명하기 좀 애매한데, 같은 조직에 있는 것은 맡지만 각 제품을 만드는 팀이 똑같은 사람들로 구성된 건 아니다. 개발 프로젝트에 따라서 모이고 흩어지는 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