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15일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의 ‘디아블로3’ 지옥이 열린 후 많은 게임 이용자들이 지옥앓이에 빠져 있다. 경쟁사는 걱정으로 이만저만 괴로운 것이 아니다.
하지만 이런 눈 폭풍의 여파를 가볍게 피해나간 게임들이 있다. 오히려 디아블로3 출시와 비슷한 시기에 모습을 드러냈지만 굳건히 자신의 위치에서 저력을 발휘했다.
상당수의 게임들이 돌파구 마련을 위해 7~8월로 출시일을 연기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결과라서 더욱 인상적이다. 어떤 게임들이 눈 폭풍을 뚫고 산악 정복에 성공했는지 알아봤다.
■DK온라인 상승세에서 안정화, ‘신선도’ 여전히 매력적
온라인 게임에서는 2가지 게임이 눈에 띈다. 첫 번째는 SG인터넷의 신작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DK온라인이다. ‘김사랑게임’으로도 잘 알려진 이 게임은 전쟁과 정치를 하나로 묶은 콘텐츠로 출시 후 3만 명에 가까운 동시 접속자를 기록해 눈길을 끌었다.
디아블로3 출시 이후 DK온라인은 약간의 하락세를 탔지만 주말 동접은 여전히 2만 명을 훌쩍 넘기고 있다. 여러 게임들이 동시접속자 및 매출, 회원 가입률이 대폭 하락한 것과 달리 여전히 안정적인 운영을 기록하고 있다.
엔터메이트의 복귀작 신선도도 디아블로3 역풍을 정면으로 이겨나간 게임이다. 공개 서비스 이후 줄곧 네이버 게임순위 5위 내 안착하면서 국내 횡스크롤 웹 RPG 열풍을 주도한 이 게임은 지옥이 열린 이후에도 9위를 유지하면서 확실한 능력을 보여줬다.
이 게임은 출시 이후 지금까지 한 번도 10위 밖으로 밀려나지 않았다. 방대한 콘텐츠와 성장의 재미를 대폭 살린 요소 등이 인상적이다. 그리고 한복 등 국내 이용자를 위한 맞춤형 콘텐츠도 최근 추가돼 많은 호평을 받았다.
■참패 예상됐던 콘솔게임 시장, 이 게임들만큼은 선전 기록
지옥의 문이 열리면 정말 ‘지옥’이 될 것으로 예상된 곳이 있다. 바로 콘솔 게임 부분. 특히 상반기를 견인할 타이틀이 부족해 눈 폭풍 충격을 가장 크게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달 중순 이후 출시된 콘솔 게임 중 2개만큼은 확실히 다른 성과를 기록했다. 캡콤의 액션RPG(역할수행게임) 드래곤즈 도그마와 H2인터렉티브의 ‘맥스페인3’다.
400억 원을 쏟아부운 역작이자 캡콤의 첫 오픈월드 게임 드래곤즈 도그마는 10점 만점 기준 7.6점이라는 준수한 평가를 기록했다. 그러나 디아블로3와 출시일이 비슷해지면서 성공 가능성에 먹구름이 꼈다. 첫 시도와 대형 경쟁작의 등장이 앞길을 막은 것이다.
드래곤즈 도그마는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국내는 물론 일본에서 큰 성과를 기록 중이다. 이 게임은 일본 내에서만 60~70만장이 판매됐으며, 국내에서는 초도물량이 소진된 상태다. 디아블로3 역풍 상황에서 만든 결과라 기대 이상이라는 평가다.
게임을 즐긴 이용자들 역시 의외로 탄탄한 구성과 액션성을 대폭 살린 전투, 그리고 자신만의 용병을 성장 시켜 4인 협력 플레이를 경험할 수 있다는 점도 큰 매력이다.
한 편의 긴 영화를 보는 듯한 압도적 연출이 인상적인 맥스페인3도 시장 내에서 분위기를 주도하며 눈 폭풍을 이겨냈다. 이 게임은 10년 만에 외출한 맥스페인 시리즈의 신작으로 압도적인 개발력을 자랑하는 락스타게임즈가 개발했다.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이 게임은 출시 이후 호평과 함께 꾸준히 판매량을 기록 중에 있다. 14시간이 넘는 방대한 볼륨과 총알의 움직임 하나까지 엿볼 수 있는 블렛타임 기능, 협력과 대결을 적절히 살린 탄탄한 멀티플레이 요소, 뛰어난 그래픽 등 다양한 장점이 존재한다.
■슈퍼마리오와 3DS, 모바일 게임 시장은 ‘여파 없다’
디아블로의 영향이 거의 받지 않은 곳도 있다. 스마트폰과 휴대용 게임기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모바일 게임 부분이다. 이곳에서는 다양한 신작이 쏟아졌고 새로운 플랫폼도 나왔다.
정면 돌파라는 카드를 꺼내든 한국닌텐도는 충분한 마케팅 물량공세로 시장 안착에 성공했다. 소매상의 정보를 종합한 결과 현재 3DS는 약 1만3~7천대 수준. 닌텐도DS급은 아니지만 마케팅에 맞는 어느 정도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함께 나온 슈퍼마리오 3D랜드는 총 물량이 3만 장이었고 이중 1만 장은 소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식적으로 한국닌텐도에서 답변을 주지는 않았지만 시장 반응 자체는 기대 한만큼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에 ‘마리오카트7’도 출시돼 상승세는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컴투스 ‘프로야구2012’와 페이즈캣의 팔라독, 제이씨의 룰 더 스카이, 위메이드의 카오스&디펜스, 바이킹 아일랜드 등의 게임들은 이달에도 준수한 성적을 유지하며 “디아블로 뭔가요? 먹는건가요?”라는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열풍은 열풍, 하지만 12년 전과 상황은 달라졌다
12년 전 디아블로2의 등장은 정말 큰 충격이었다. 당시 인터넷 환경이나 미디어 환경이 지금처럼 방대하고 자유롭지 않은 상태에서 750만장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국내에서는 출시 첫해에만 200만장 기록을 올리며 PC게임 시장을 견인했다.
디아블로3의 등장은 문화적인 충격이다. 하지만 최근 게임 이용자들에게는 수많은 게임 중 꽤나 괜찮은 게임이다. 즐길 수 있는 게임은 늘어났고 플랫폼은 다양화됐다. 이런 넓은 곳에서 찾을 수 있는 정보, 무료로 만날 수 있는 게임도 많다.
관련기사
- '디아3'로 위장한 랜섬웨어 악성파일 등장2012.05.30
- 디아3 못지않은 악마의 게임, 출시임박2012.05.30
- 디아블로3 경매장 오류, 당신의 아이템은?2012.05.30
- 디아블로3, 논란의 '잠수함' 패치 없을 것2012.05.30
디아블로3의 영향은 게임 시장의 전체 규모를 성장 시키는 계기는 됐지만 기존 시장을 잠식하는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다. 본지가 취재한 상당수 업체들 역시 개발자들이 디아블로3를 하려고 일을 게을리 하는 건 있어도 자사 게임이 심각하게 흔들리지는 않았다고.
한 업체 관계자는 “디아블로3의 등장으로 게임 업계에 관심이 높아졌다”며 “이를 계기로 게임을 좀 더 양지로 꺼낼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게임을 문화로 인식 시키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