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와 N스크린, 그리고 네트워크

일반입력 :2012/05/30 08:42

향후 애플이 출시할 제품 중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는 건 완제품형 TV일 것이다. 내놨다하면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낸 애플이기에 IT업계의 이목이 쏠리는 건 당연하다.

그러는 사이 국내외에는 스마트TV를 비롯해, 다음TV 같은 오버더톱(OTT) 제품이 등장했다. IPTV와 디지털케이블TV 등 유료 방송도 멀티스크린 상품을 내놨다. 방송, 통신, 포털, 제조업체 등 관련업계는 너나할 것 없이 영상 콘텐츠에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인다.

이 상황을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지켜보는 업체가 있다. 작년초 비디오스케이프란 이름의 미디어플랫폼을 내놨던 시스코시스템즈다. 시스코의 비디오스케이프는 멀티스크린 서비스를 위한 모든 솔루션을 묶은 플랫폼이다. 시스코 솔루션을 이용하면 사업자는 손쉽게 N스크린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다.

모든 것을 갖춰놨으니 어서 오라며 시스코가 업계에 손짓하고 있다. 그리고 실제로 많은 곳에서 시스코의 솔루션에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는 듯하다. 국내에서도 방송사업자 3곳이 시스코의 손을 잡았다.

■‘클라우드-네트워크-클라이언트’ 3개의 축

시스코는 N스크린이 비디오스케이프의 전부라고 밝히지 않는다. 집안에서 TV로 보던 드라마를 태블릿, 휴대폰, PC 등에서 이어서 보는 것은 겉으로 드러나는 일부일 뿐이란 것이다.

일반적으로 삼성전자, LG전자의 스마트TV나, 다음TV, 유료방송 셋톱박스 등은 사용자의 클라이언트 장비에 집중된다. 여러 N스크린 솔루션들은 방송사업자 측 인프라, 전송네트워크 등에 대해 개별적으로 나와 있을 뿐 모두를 통합한 것은 없다.

송영주 시스코코리아 비디오솔루션그룹 이사는 최근 기자와 만나 “가정 내 미디어 소비 환경이 다중화되고 있는데 방송사업자가 이에 대응하려면 각 하드웨어 별로 나뉘지 않는 공통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라며 “단일 플랫폼이어야 제공되는 서비스를 일관성있는 브랜드로 단일화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시스코의 비디오스케이프는 사업자-네트워크-사용자로 이어지는 미디어 콘텐츠 흐름 전체를 아우른다. 방송사업자의 인프라는 프라이빗 클라우드 기반으로 콘텐츠를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게 된다. 네트워크는 속도와 효율성을 높일 수 있고, 사용자 클라이언트는 다양한 기기마다 여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TV제조업체는 못하는 클라우드 멀티스크린

비디오스케이프는 단일 플랫폼 안에서 다양한 시나리오를 구성할 수 있다. 가정내 셋톱을 홈서버로 두고 같은 콘텐츠를 여러 디바이스에서 이용하는 N스크린뿐 아니라. 개별 기기마다 특색에 맞는 부가정보를 맞춤제공하는 것도 가능하다.

송영주 이사는 “다중 디바이스로 미디어 서비스를 소비할 때 여러 디바이스에서 똑같은 서비스를 이용하면 처음에만 신기할 뿐 특별한 이점은 없다”라며 “각 기기의 특성 별로 나타나는 소비패턴에 따라 적절하게 서비스를 동조시켜야 재미있는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애플TV는 애플 제품만 사용해야 하며, 삼성전자나 LG전자의 스마트TV와 멀티스크린 서비스 역시 그 제조업체의 제품만 사용가능하다. 멀티스크린을 이용하고 싶은 사용자는 삼성이냐, LG냐, 애플이냐 등에서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 비디오스케이프의 장점은 일반 사용자가 특정 제조업체에 종속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시스코의 솔루션은 사업자 측 인프라를 클라우드 컴퓨팅으로 구축한다. 서비스를 이용하는 기기는 가정 내 단말기지만, 트랜스코딩, 최적화 등의 작업이 사업자 인프라 속에서 종료된다. 사용자 단말기는 받은 정보를 화면에 비춰주는 역할만 한다.

송영주 이사는 “과거 방송사업자의 투자는 셋톱박스 같은 클라이언트에 집중됐다”라며 “클라우드와 네트워크 클라이언트 3축을 다 활용해 여러 제조업체의 기기 간 이질성을 동질하게 만들수 있게 했다”라고 강조했다.

이는 방송사업자에게 상당한 메리트다. 방송은 무엇보다 커버리지가 수익과 직결된다. 때문에 방송사업자가 특정 기기 사용자만을 목표로 서비스를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비디오스케이프는 방송서비스 가입자 별 하드웨어 차이에 구애받지 않으므로 커버리지를 극대화한다.

클라우드는 특정 서비스에 몰리는 트래픽 상황에 따라 인프라를 확장하는 게 가능해 서비스 품질 저하를 줄여주는 효과도 제공한다.

사용자에게 제공되는 서비스 구현도 간편하고 빠르다. 클라우드 상에서 여러 콘텐츠를 특정 상황과 목적에 맞는 형태로 다양하게 제공할 수 있다.

송 이사는 “콘텐츠 패키징이 융통성있게 클라우드 상에서 운영된다”라며 “SD-HD로 나누는 수준이 아니라 인기가 폭증하는 방영중 드라마에 맞는 특화된 패키지나, 종영된지 오래된 방송만 모아 보여주는 패키지 등을 쉽게 만들어낼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를 활용한 곳이 KT다. KT는 비디오스케이프 중 클라우드 상에서 이뤄지는 콘텐츠 매니지먼트 시스템(CMS)를 채택했다. IPTV 상에서 제공되는 다양한 신규 서비스를 예상할 수 있다.

■네트워크를 가져야 N스크린에 강해진다

시스코는 네트워크 장비업체로 성장했다. 때문에 어느 회사보다 네트워크 관련 솔루션에 자신감을 갖는다. 시스코의 라우터, 스위치장비는 비디오스케이프에 최적화돼 있으며, 콘텐츠딜리버리에 대한 여러 솔루션도 다양하게 구비했다.

인프라와 사용자 사이를 연결하는 통로, 하지만 제조업체나 방송사들이 신경쓰지 않았던 지점이다. 시스코는 플랫폼이 클라이언트에 집중되는 것을 막으면서, 이미 기투자된 고속 네트워크 사업자의 장점을 십분 활용하도록 유도한다.

송 이사는 “클라우드에서 만들어진 모든 서비스가 클라이언트로 전송될 때 네트워크 보유가 엄청난 차이를 만든다”라며 “미디어가 클라우드에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미디어를 쓰는 소비출구가 클라이언트가 늘어날수록 이를 묶어내는 네트워크의 중요성이 커진다”라고 말했다.

CJ헬로비전의 티빙이 비디오스케이프의 네트워크 솔루션을 이용한 사례다. CJ헬로비전은 시스코의 콘텐츠 딜리버리 시스템(CDS)를 통해 티빙의 실시간 및 VOD 서비스를 가입자의 여러 기기로 전송할 수 있게 됐다. 최근 N스크린 서비스를 발표한 HCN 역시 비디오스케이프 CDS를 채택했다.

■단순해지고 확대되는 미디어 생태계

과거의 미디어 생태계에서 콘텐츠 보유자는 큰 힘을 갖지 못했다. 망을 갖고 있는 쪽에 종속될 뿐이었고, 할 수 있는 일이 적었다. 비디오스케이프는 미디오 콘텐츠 생태계를 더 크게 만드는 역할도 한다.

과거 CP는 SP에 미디어 파일을 보내주면 그만이었다. 이후 콘텐츠 운용은 SP의 몫이었다.비디오스케이프 플랫폼은 CP와 SP가 환경을 공유, 연결하는 형태를 가능케 한다. CP는 직접 소비자에게 접근할 수 있으며, 제공되는 UI나 서비스 내용을 여러개로 특화해 제공할 수 있다.

송이사는 “디바이스에 상관없이 중앙에서 만들어 일관성 있게 보내기 때문에 서비스 단위시간당 개발비용이 줄어든다”라며 “속도감 있게 다양한 서비스를 타임투마켓으로 적절하게 내놓을 수 있으며 비용도 비용코스트가 클라우드에 집중되니, 셋톱박스 가격이 내려가게 된다”라고 전체 혜택을 요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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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소비패턴이 달라진 시대라고 표현했다. 소비패턴이 바뀐 만큼 플랫폼도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N스크린 시대는 시장이 분화되고, 기호가 분화되므로 광고주의 매스 마케팅이 불가능하다”라며 “사람을 억지로 모으는 건 어렵기 때문에 사용자를 따라다니며 유효적절하게 노출할 수 있는 새로운 통합솔루션이 필요한 시점이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