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실리콘밸리 본사 '숨겨진 힘'

일반입력 :2012/05/18 08:02    수정: 2012/05/18 15:41

송주영 기자

<세너제이(미국)=송주영 기자>16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엔비디아 본사를 방문했다. 바로 옆에는 중국 화웨이가 있고 멀지 않은 곳에 인텔, 브로드컴 등 미국 굴지의 IT업체가 모여 있는 곳에 엔비디아 본사가 위치했다.

캘리포니아의 화창한 날씨와 어울려 엔비다의 초록색 로고가 눈에 쏙 들어온다. 안으로 들어가면 로고만큼이나 초록색으로 빛나는 잔디를 여러 채의 건물이 둘러싸고 있다. 엔비디아는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그래픽칩 관련 부서와 모바일 부서가 나눠져 있다.

엔비디아는 지난해 매출 39억달러(한화 약 4조5천억원)를 기록했다. 반도체 업계 매출 순위로는 18위다. 지난해 반도체 업계 매출 20위권 순위 내 팹리스 업체는 4개뿐이다.

퀄컴, 브로드컴, AMD, 엔비디아 등이 주인공이다. 국내 팹리스 1위인 실리콘웍스 매출이 3천억원 수준에 불과하고 1천억원을 넘기는 업체가 한 손가락에 꼽을 정도인 우리나라 팹리스 현실을 생각해보면 부러울 따름이다. 엔비디아 본사는 팹리스답게 규모는 크지 않다. 몇 개의 건물이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오밀조밀 운집해있다. 기흥 삼성전자 반도체 나노시티와 비교하면 규모는 아담하다고 느껴질 정도다.

이 본사에 엔비디아 인력 2천명이 근무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반도체 설계만을 중심으로 하는 팹리스 업체다. 공장은 없다. TSMC가 전 물량을 위탁생산하고 있다. 엔비디아 본사는 공장의 삭막함 대신 창의성, 휴식, 편안함 등 강조했다. 엔비디아의 업무는 실리콘밸리 다른 IT업체에 비해 녹록치 않다는 평가지만 그만큼 환경만큼은 편안함을 주도록 했다. 오밀조밀한 따스함이 느껴지는 건물은 구름다리로 연결돼 있다. 건물 가운데로 널따랗고 녹색 잔디가 깔려 있다. 잔디 위로 근무 시간임에도 강아지가 뛰놀았다. 엔비디아는 본사에 3마리의 개를 키우고 있다. 직원들에게 잠깐의 휴식과 즐거움을 제공하기 위함이다.

엔비디아의 개들은 직원석도 따로 배정받아 엔비디아의 정식 직원으로 근무한다. 다른 직원들에게 편안한 애정을 선사하는 것이 이들 엔비디아 강아지 직원들의 임문다.

건물 가운데는 미국 IT업체의 상징처럼 돼버린 직원식당 ‘카페테리아’가 있다. 카페테리아는 일반 뷔페와 같은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풍겼다. 다양한 인종을 고려해 5~6개의 메뉴 중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메뉴 중에는 ‘코리안 스타일’도 있었다. 갈비, 밥, 맵지 않은 김치 등이 제공됐는데 갈비맛은 우리나라 여느 갈비집과 비교해도 손색없을 만큼 제대로 된 맛을 냈다.

팹리스 업계 4위 엔비디아는 젠슨 황의 사무실 규모로도 유명하다. 규모가 커서가 아니라 단촐하고 작아서다. 이 날은 시간의 한계로 볼 기회는 없었지만 젠슨 황 CEO는 다른 임원들과 차별되지 않은 회의 탁자 하나가 있는 단촐한 곳에서 근무한다.

엔비디아 공동 설립자로 대단한 카리스마의 수요자로 알려진 황 CEO는 직원들에게는 엄격한만큼 스스로에게도 엄격하다. 화려함을 추구하기보다는 간소함을 쫓는다. 황 CEO는 프리젠테이션에서 직원들에게 발표자료를 준비하지 못하게 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전문가가 돼야 하는 직원의 머릿 속에 왠만한 내용은 암기되고 숙지돼 있어야 한다는 것이 황의 생각이다.

질문에 대답하지 못하면 불호령이 떨어진다. 황 CEO 앞에서 준비되지 못한 직원은 작아진다는 설명이다. 프리젠테이션을 하는 내내 무엇을 질문할까 내내 긴장하며 쉽게 주눅이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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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에게 엄격한 황 CEO는 자신을 포함한 엔비디아 직원을 오직 실력으로만 평가하며 사무실 규모 등 외형에서 차별을 두지 않는다. 지난 1993년 설립해 20년 동안을 흥망성쇠를 거치며 팹리스 업계 강자로 군림하게 된 엔비디아를 이끌어온 그만의 철학이다. 그는 창업자로 엔비디아에 대한 애정이 매우 깊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엔비디아의 로고색이기도 한 초록색을 유난히 사랑하는 황은 자택 수영장 바닥에마저 엔비디아 로고를 새겼다. 휴식을 취하면서도 그의 회사를 생각하고 싶은 마음이 반영됐다.

엔비디아는 그동안 쓰러질 듯 쓰러질 듯 또 다시 일어서는 오뚝이같은 힘을 발휘했다. 평범한 듯 보이면서도 비범함이 스며있는 본사는 다는 모르지만 엔비디아의 힘을 숨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