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미디어 컨버전스를 대비한 플랫폼 전략

황병선입력 :2012/05/15 09:55

황병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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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영상 산업의 과거를 돌이켜 보면서 느끼는 것은, 플랫폼 전략이란 것이 전반적인 업계의 준비상황이나 트렌드를 보지 못하면 결코 시작할 수 없다고 느끼게 된다.

음악 산업이 그러하였고, 영상 산업이 이미 변하고 있으며 신문 같은 텍스트 미디어 산업이 엄청난 변화를 앞두고 있다. 콘텐츠의 생산, 유통, 추천, 소비에 이르는 전체 사용자 경험 사이클과 이와 관련된 가치사슬에 묶인 회사들의 이익이 어떻게 변할지 예측하지 못하면 오히려 과거로 역행하는 전략이 될 수도 있다.

즉 수많은 소비자가 만드는 시대의 흐름을 어느 한 두 회사의 아이디어나 마케팅만으로는 역행할 수 없다라는 게 필자의 주장이다. 기존에 수익이 높은 회사가 갖고 있던 독점적인 정보나 기술이 점차 소비자나 중소기업도 접근할 수 있도록 개방되고 저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이러한 변화를 일으키는 추진력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읽을 필요가 있다.

결국 그 추진력의 핵심에는 ‘디지털화되는 미디어’와 ‘스마트 디바이스’, ‘저렴한 유비쿼터스 네트워크’, ‘클라우드 인프라’ 등이 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이것들이 만들어내는 ‘빅 데이터’가 될 것이다. 이러한 추진력들이 만들어내는 결과는 바로 기술과 정보의 소비자화(Consumerization), 양방향을 넘어선 N:N 커뮤니케이션(Social Communication), 비즈니스 모델과 고객세그먼트의 다양화(Long Tail)일 것이다.

지금까지의 산업은 각자의 분야에서 독립적으로 존재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거에는 음악, 비디오, 신문, 방송, 도서, 교육, 영화, 게임 분야가 모두 독립적으로 나누어지는 산업 분야였다. 과거 10년 전까지를 생각해봐도 신문 업계의 변화가 방송 산업에 영향을 줄 일은 별로 없었다. 음반 업계가 방송 업계에 영향을 주는 일도 많지 않았을 것이다. 각자 분야를 위한 미디어, 디바이스, 네트워크, 클라우드가 독립적인 산업 내에서만 인정되는 기술과 법규, 규정, 전문가로 구성되고 발전돼 왔다.

하지만 미디어 컨버전스라는 변화의 핵심은 이러한 다양한 콘텐츠/미디어 유관 산업이 하나의 흐름으로 통합된다는 느낌이다. 그 변화가 10년 전 ‘디지털’이란 흐름으로 인해 시작됐고, ‘네트워크’로 인해 연결되면서 디지털화될 수 있는 미디어 산업간의 경계가 사라졌다. 또 ‘스마트 기기’로 인해서 소비자간의 경계마저도 사라지고 있다. ‘디지털화된 미디어’가 저렴한 네트워크로 인해 클라우드에 보관되고 유통되면서 오프라인 미디어나 유통 채널 산업에까지 영향을 주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변화를 읽지 못하는 누군가의 눈에서는 피눈물이 날 것이고 새로운 스타트업 기업에게는 기회를 만들어줄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러한 변화가 몇 년 안에 느낄 정도의 빠른 속도로 진행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지금의 변화는 다양한 기회를 만들어 주는 동시에, 우물 안 개구리처럼 시대에 역행하는 방식으로사업을 추진하면 실패한다는 것을 알려준다. DMB나 종편 방송 등이 이러한 트렌드를 읽지 못하고 과거의 규칙을 반복했기 때문에 실패한 것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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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 때문에 정부 정책이나 규제에 대한 구조도 이러한 변화의 흐름에 대응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오게 된다. 미디어 컨버전스 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시점에서 과연 정부 정책이나 이를 실행하는 조직이 준비돼 있는가라는 자문이 필요하다. 과거에 수직적으로 나누어져 있던 미디어 유관 산업들이 이제는 수평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인터넷 서비스, 제조, 음악, 영화, 교육, 신문, 방송, 출판, 게임, 통신 분야처럼 수직적으로 나눌 것이 아니라 디바이스, 네트워크, 클라우드를 하나로 콘텐츠 및 서비스를 다른 하나로 나눠보자. 전자는 공공성이 높거나 하드웨어이면서 인프라 성격이고, 후자는 소프트웨어 성향이 강하며 창의력이 요구되는 것들이다. 향후 우리가 미디어 컨버전스의 활성화를 준비한다면 이렇게 수평 통합적인 사고를 기반으로 각각을 위한 플랫폼 관점의 전략 수립이 필요한 시점이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황병선 IT컬럼니스트

다년간의 벤처 대표를 하고 세상의 뜨거운 맛을 본 개발자 마인드의 기획자. 퓨처워커라는 필명의 블로거로, 청강문화산업대에서 앱 개발자를 육성하면서 플랫폼전문가그룹에 대표위원으로 활동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