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클라우드 서비스로 시작되는 미래 플랫폼 전쟁

황병선입력 :2012/03/16 09:54    수정: 2012/03/16 14:14

황병선
황병선

대부분의 공산품은 제품의 경쟁 수준이 올라가면 필연적으로 일상재화될 수 밖에 없다. 이는 제조업에서 제품만으로는 경쟁자들과 차별성을 만들기 쉽지 않다는 뜻이다. 따라서 제품의 서비스화는 필연적인 방향이며 제품 자체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수비적인 접근도 있지만, 제품 자체의 판매 모델을 바꾸거나 새로운 비지니스를 창출할 수 있는 기반으로서 제품을 공급하는 혁신적인 접근들이 있어야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

피터 드러커는 “기업경영의 본질은 끊임없는 기업혁신을 통한 고객 창조에 있다”라고 했는데, 이러한 기업 혁신에서 제품 관점의 혁신적인 접근 중의 하나에 제품의 서비스화가 있다. 요셉 파인은 ‘What consumers want(고객은 무엇을 원하는가)’라는 제목의 TED 강연에서 결국 서비스와 경험 경쟁의 시대로 갈 수밖에 없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따라서 일상재화 될 가능성이 높은 상품을 가진 제조업은 제품 차별화가 어려워지고 제품의 서비스화를 준비하지 않을 수 없다. 요셉 파인은 이런 차별화의 전략 방향을 고객맞춤형(Customization)이라고 했다.

■보다 차별화된 제품을 위해서 서비스는 필수적인 요소

물론 제조업에서도 이러한 고객맞춤형에 대한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고객 시장을 세분화하고 그 시장별로 최대한 고객의 요구를 파악하고 맞춤형으로 제품을 개발/생산하는 것이다. 의류 업계가 이러한 고객맞춤형 전략의 대표적 사례로 대상 고객을 세분화해서 고객 취향에 맞춰 제품을 생산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물론 이 시장도 한편으로는 가격 경쟁이 심한 분야이다.

보다 근본적인 고객맞춤이란 고객이 원하는 때에 고객이 원하는 것을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제품을 생산해서 창고에 쌓아뒀다가 고객에게 판매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원하는 솔루션에 가까운 상품을 원하는 시간에 제공해야 한다. 필자는 이것을 ‘서비스’라고 부르고 기본적으로 업의 본질이 단독 제품 지향적이지 않고 지속적인 관계 지향적일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서비스는 만질 수 없는 무형이 많아서 제조업에 비해서 고객별 요구에 맞춰 다양하게 구성되기가 쉽다.

일례로 소비자는 통신사에게 휴대폰이란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제품을 구매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소비자가 직접 구매하지 않는 수많은 솔루션의 도움을 받아서 ‘음성 통신’이라는 만질 수 없는 형태의 상품을 원하는 시간에 사용한다. 통신사의 상품이 다양한 것이 바로 고객맞춤형으로 설계되기 때문이고 금융 업계 또한 마찬가지다.

■애플은 제조사인가 서비스회사인가?

모든 제조업이 서비스 산업으로 변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제조업은 2차 산업이 가지는 기본적인 제약들 때문에 결국 서비스 산업의 장점을 수용할 필요가 있다. 이미 다양한 제조업들이 이러한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를 제조업의 서비스화라고 부른다.

대표적으로 애플의 사례를 볼 수 있다. 애플 또한 개인용 컴퓨터 시장을 만든 회사이고 지금도 제조업 경쟁력이 뛰어난 회사로 평가 받고 있다. 하지만 현재 애플의 기업 가치를 높이 평가 받는 원인에는 그들의 서비스 제공 능력을 빼놓을 수 없다.

현재 애플의 가장 큰 매출을 차지하는 아이폰과 아이패드 그리고 아이팟의 판매에 아이튠스 스토어라는 서비스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만약 아이튠즈 스토어가 없었다면 지금처럼 음반 산업이 디지털 기반으로 변화하지도 못했을 것이며, 이러한 아이팟의 기존 고객이 없었다면 아이폰이 출시 첫해부터 그렇게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600만명의 고객을 확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또한 만약 아이튠즈 스토어 고객 기반이 없었다면, 아이폰3G가 출시되면서 앱스토어가 발표됐을 때 빠르게 다운로드가 증가하면서 유료 판매도 증가하고, 고객과 개발자가 증가하는 선순환이 시작되기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아이튠즈 스토어의 서비스와 고객 기반이 없었다면 오늘의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성공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국내에는 LG전자의 사례가 있다. 이 회사는 최근 소셜 메신저와 클라우드 서비스인 ‘LG 링크(Link)’의 베타서비스를 시작한 바 있다. 여기에는 스마트폰 분실 시 사용할 수 있는 지킴이 기능과 주요 개인 데이터를 클라우드 공간에 자동 보관 기능을 제공하는 서비스가 포함돼 있다. 또한 메신저 및 커뮤니티 기능을 담은 ‘링크 소셜(Link Social)’ 서비스도 이미 2011년 10월에 출시된 바 있다.

■클라우드 서비스 기반의 새로운 플랫폼 전쟁의 서막

애플과 LG전자의 사례를 통해보면 이제 스마트폰 제조사에게는 클라우드를 통한 사용자 데이터의 백업/복원 서비스는 기본으로 제공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미 기본적인 클라우드 서비스는 더 이상 차별화가 아닌 기본적인 제품의 기능에 해당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제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제품의 하드웨어나 내장된 소프트웨어뿐만 아니라 제품과 매끄럽게 연동되는 서비스를 통해서 사용자 경험의 차별화 경쟁이 치열해 질 것이다.

특히 향후 10년 이상 지속해서 소셜 플랫폼의 중요성이 강화될 트렌드가 예상되는 지금 스마트폰 제조사가 소비자의 동의 하에 그들이 유일하게 얻을 수 있는 핵심 고객 데이터라 할 수 있는 주소록을 소셜 플랫폼화 하지 못한다면 5년 이내에 중국 제조사에게 뒤쳐질 것은 자명한 일이다.

이러한 클라우드와 소셜 서비스로 쌓이는 고객의 데이터가 결국 미래의 플랫폼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해서 아직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점이 아쉽게 생각된다. 모바일에 내장되는 서비스는 더 이상 단순히 번들되는 기능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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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의 가치가 100조를 바라보는 이유는 UX가 최고라서도 웹 플랫폼를 가져서도 아니다. 그들이 8억명의 고객데이터를 기반으로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과 고객의 다양한 관심 데이타가 다시 빅데이타를 만들고 있다는 점이 바로 그 시장 가치의 이유이다.

구글의 경쟁력은 사용자들이 이용하는 검색 데이터가 매일 2페타바이트 이상씩 쌓이는 데 있으며 또한 자체 기술력으로 그것을 처리한다는 점이다. 국내 회사에서도 몇 억명의 고객을 대상으로 매일 몇 페타의 고객데이터를 쌓고 있다는 소식을 조만간 듣고 싶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황병선 IT컬럼니스트

다년간의 벤처 대표를 하고 세상의 뜨거운 맛을 본 개발자 마인드의 기획자. 퓨처워커라는 필명의 블로거로, 청강문화산업대에서 앱 개발자를 육성하면서 플랫폼전문가그룹에 대표위원으로 활동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