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각도에서 봐도 똑같은 밝은 빛의 색을 볼 수 있는 생체 모방 반사형 디스플레이 원천기술이 KAIST에서 개발됐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밝으면서도 전력소모가 매우 적은 디스플레이를 개발할 수 있다.
물리학과·나노과학기술대학원 신중훈 교수 연구팀은 무질서와 질서를 동시에 포함하는 구조를 유리구슬을 이용해 밝은 구조 색을 다양한 각도에서 똑같이 볼 수 있도록 대형 디스플레이 기술로 재현하는 데 성공했다고 3일 밝혔다.
‘몰포나비’라는 나비의 생체 기능에서 따온 기술이다. 몰포나비는 밝은 구조 색을 가지면서도 다양한 각도에서 똑같은 푸른 빛깔을 낸다. 이는 질서와 무질서를 동시에 포함하는 몰포나비 날개의 독특한 구조 때문이다.
무지개, 공작새 등의 영롱한 색은 투명한 물질들의 주기적인 구조에 의해 반사와 간섭을 거치면서 만들어지는 ‘구조색’이다. 구조색의 특징은 매우 밝고 보는 각도에 따라 색이 바뀐다. 신교수 연구팀의 성과는 외부 빛을 반사시켜 화면을 출력하는 반사형 디스플레이를 구현할 수 있는 원천기술이다.
이 기술을 이용해 5만원권의 부분 노출 은선을 만들어 위조나 복제가 어려운 화폐를 만들 수 있다. 기존의 색소에 의한 색과는 다르게 번쩍거리는 느낌을 주기 때문에 핸드폰이나 지갑 등의 코팅재로도 각광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몰포나비의 날개 구조는 1μm(마이크로미터) 수준에서 관찰하면 주기적인 질서를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100nm(나노미터) 수준에서는 주기성을 상쇄시킬 수 있는 무질서함을 구조 속에 포함하고 있다.
그동안 학계에서는 나노미터 수준에서 질서와 무질서를 동시에 포함하는 구조를 완벽히 재현하는 데에는 아무도 성공하지 못했다.
반면 신 교수 연구팀은 연구를 통해 다양한 크기를 갖는 수백 나노미터(nm) 크기의 유리구슬을 임의로 배열해 무질서함을 구현했다. 배열된 유리구슬 위에 반도체 증착 방법을 통해 주기적인 박막을 쌓아 넓은 면적의 몰포나비의 구조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새롭게 개발된 박막은 몰포나비의 색과 밝기의 재현을 넘어 실제 몰포나비 보다도 각도에 따른 색의 변화가 훨씬 더 적은 우수한 성질을 지니고 있다.
연구진은 또 이 박막을 얇은 플라스틱 필름 안에 파묻음으로써 몰포나비보다 더 우수한 성질을 유지하면서도 더욱 견고하고 종이처럼 접을 수 있는 신 개념 재료를 세계 최초로 구현해 냈다.
신중훈 교수는 “연구 성과는 최근 각광받고 있는 생체모사 기술의 대표적 성공사례”라고 강조하고 “구조색을 이용하는 반사형 디스플레이 뿐 아니라 센서, 패션 등 다양한 분야에서도 응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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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결과는 재료분야 최고 권위 저널인 어스밴스드 머터리얼스 온라인 판에 게재됐다. 8일자 내부 표지논문으로 게재될 예정이다. 3일에는 네이처지에 주목받는 연구로 소개되기도 했다.
연구는 KAIST 물리학과·나노과학기술대학원 신중훈 교수(제1저자 정경재 박사과정 학생), 서울대 전자과 박남규 교수, 삼성종합기술연구원 등이 공동으로 수행했으며 한국연구재단과 교육과학기술부의 세계수준의 연구중심대학육성사업(WCU)의 지원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