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 후퇴는 일본 특유의 산업문화 때문"

일반입력 :2012/04/23 11:13    수정: 2012/04/23 14:54

소니의 후퇴가 일개 기업의 부진이 아니라 일본 전체 IT산업의 문제라는 분석이 나왔다. 일본 특유의 산업 문화가 비단 소니뿐 아니라 일본 IT 업체를 멍들게 한다는 것이다.

미국 씨넷은 21일(현지시각) 일본 IT 산업 문화 특유의 오만과 장인정신 등이 소니뿐 아니라 파나소닉, 히타치와 같은 회사가 전세계 경쟁 무대에서 뒤처지게 했다고 보도했다.

외신은 지난 20세기의 일본 기업들의 전성기를 이제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꼬집었다. 당시 대중적 취향의 제품 기획은 물론 제조 능력도 뛰어났지만, 일본 산업 문화를 벗어나지 못하면 이를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선 일본 자본주의가 중소 규모 기업의 특별한 신제품에 관심이 없다고 지적했다. 가령 애플이 일본 회사였다면 분명히 실패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따라서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를 내놓기 전의 애플이라면 일본에서 자금 투자를 절대 받을 수 없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일본 자본은 신기술보다는 기존 기술에 대한 대규모 투자 중심으로 흐르고, 이는 오늘날까지도 변하지 않았다고 외신은 전했다.

해외 시장에서 자국 기업만을 챙기는 오만한 문화도 지적받는 부분이다. 인텔, 컴팩, 델,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해외 유수의 기업들에 대해 일본 정부나 기업들은 별로 신경쓰지 않았다. 일본의 소니, 도시바, 히타치, 파나소닉의 일반 소비자 제품과 경쟁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PC를 기반으로 한 변화가 늦었다는 점도 일본의 독특한 산업 문화로 꼽힌다. 1980년대 후반부터 미국은 PC를 중심으로 IT 산업이 발전했지만, 일본은 휴대용 뮤직 플레이어, 비디오 관련 제품, 아날로그 TV 등에 머물러있었다는 것이다.

일본 사회의 장인 정신을 일컫는 ‘모노즈쿠리’도 일본 IT 산업 발전의 한계로 작용했다고 외신은 평했다. 모노즈쿠리는 최고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 혼신의 힘을 쏟는다는 뜻으로, 제조 분야에 경쟁력을 지닌 일본기업의 특징을 잘 설명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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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장인 정신이 오히려 발목을 잡았다는 것이다. 외신은 지금의 소비자는 무조건 좋은 TV가 아니라 저렴하면서도 품질이 좋은 제품을 찾는다며 “예전에는 샤프가 통했을지 몰라도, 이제는 폭스콘과 같은 기업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소프트웨어 관련 산업도 모노즈쿠리 영향으로 제대로 된 평가를 못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외신은 끝으로 일본 기업의 편협한 시각을 지적했다. 어느 나라나 독특한 시장 문화가 있지만 일본 기업들은 자국 내수 시장을 벗어나지 못한다. 이같은 문화가 글로벌 시장에서 자꾸 후퇴하게 만든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