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집적기술로 스마트시대 승부수"

일반입력 :2012/04/23 07:00    수정: 2012/04/24 08:28

손경호 기자

“갈수록 모든 것이 고집적화 되고 융합되는 스마트기기 시대에 국산기술로 해외에서 승부수를 띄우겠습니다.”

지난 19일 서울 양재동 사옥에서 만난 임세종 바른전자 사장의 각오다. 그가 이끄는 바른전자는 지난 해 전체 매출 2천억원 중 80%를 수출로 확보한 종합반도체 기업이다. 얼핏 이해가 안갈 수 있지만 바른전자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같은 회사가 제조한 칩을 이용한 후공정 반도체 기술을 가지고 있는 회사다.

이 회사가 주목을 받는 이유는 순수 국내 기술력으로 스마트기기 시대에 필요한 낸드플래시메모리 집적기술과 국내에서의 전무하다시피 한 멤스 기반 가속도 센서 기술력까지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더욱이 내수보다 수출에 승부수를 띄워 매출 대부분을 해외시장에서 거둬들인다는 점이 주목을 끌고 있다. 임 사장은 “모든 스마트기기들이 더 많은 용량을 한정된 영역에 저장하려고 하기 때문에 이에 맞춰 낸드플래시메모리 기술을 기반으로 모바일은 물론 TV, 자동차까지 외연을 확장하면서 다양한 기술을 확보해 나갈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 기업은 현재 주요 수출처인 미주시장을 벗어나 동남아시아에 집중적으로 메모리카드 판매를 위한 수요처를 마련하고 있으며, 유럽에서는 전문가를 영입하는 등 국산기술로 해외에서 승부수를 띄우기 위한 방안을 다각도로 살피는 중이다.

바른전자는 올해 30%증가한 매출목표치를 잡았다. 그가 올해 매출을 자신할 수 있는 이유는 바른전자의 기술이 소형화·통합화·집적화라는 현재 반도체 산업의 트렌드와 정확하게 일치하기 때문이다.

■낸드 적층기술 세계 수준…수율 97% 넘어

바른전자가 가진 기술의 뿌리는 낸드플래시메모리 적층기술이다. 임세종 사장은 “바른전자가 낸드플래시메모리를 삼성·하이닉스 등으로부터 사와 이를 8단까지 수직으로 쌓아올리는 기술에서 세계적인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OSE, SPIL 등 타이완 경쟁사가 낸드플래시 8단 적층 기술에서 70% 수율을 내고 있는 반면 이 기업은 97.78%의 높은 수율을 낸다.

납기일 또한 경쟁사들이 주문이 들어온 뒤 공급까지 약 10일~14일이 소요되는 반면 이 회사는 6일만에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대응력을 갖춰 작년 해외 수출물량의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해외 주요 고객사로부터 지난해 ‘최우수 협력회사’로 호평받기도 했다고 임 사장은 어깨를 으쓱했다.

회사 주력제품인 마이크로SD카드 등에 사용되는 낸드플래시메모리는 용량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이 칩을 여러 장 수직으로 쌓아올려 용량을 높이는 방법을 사용한다.

바른전자는 낸드플래시칩 다이를 8개까지 쌓아올려 대용량을 구현하는 기술에서 설계·제조·양산 능력을 갖추고 있다.

메모리카드나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등의 제품들은 낸드플래시메모리가 제조원가의 90%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수율 0.1% 차이도 수익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회사의 설명이다.

■멤스 가속도 센서, 최종목표는 모바일

이에 더해 최근에는 지난 2009년부터 연구해온 성과를 바탕으로 스마트기기의 주요 기술 중의 하나로 부상하고 있는 멤스 기반 가속도 센서의 국산화 및 수출에도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바른전자는 현재 경쟁력이 낸드플래시메모리 적층 기술이라면 가까운 미래의 경쟁력으로 멤스 기술을 이용한 센서제품군 양산을 새로운 핵심기술로 꼽았다.

임 사장은 “지난 10년간 연구개발해 온 멤스 기반 센서 제품군이 이제 샘플칩까지 진행돼 로봇청소기나 블랙박스 기업들을 대상으로 프로모션 중”이라고 말했다. 멤스 기반 센서는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나 보쉬 등 유럽계 반도체 회사들이 시장점유율 대부분을 가져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연구소 수준에서만 개발 중인 기술이었다. 그러나 이 회사는 오랫동안 연구개발을 진행해온 끝에 지난 6일 국내 최초로 3축 가속도 센서를 출시하면서 틈새시장을 노리고 있다.

회사는 이들 경쟁사보다 1년 정도 기술력이 뒤졌다고 보나 오는 9월 양산체제를 갖추면서 기술격차를 더욱 좁혀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멤스 기반 센서는 애플 아이폰에 탑재된 이후 스마트기기에도 널리 사용된다. 바른전자는 멤스 센서 개발의 최종 목표를 모바일 기기로 잡고 먼저 틈새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멤스 센서는 크게 가속도·자이로·지자계 센서로 구성된다. 이들을 조합해 위성항법장치(GPS)를 구동하거나 가로·세로 화면전환, 움직임을 인식하는 게임앱 등을 이용할 수 있다.

■차세대 기술 확보로 “100년 가는 회사 만들 것”

임세종 사장은 지난달 12일 이 회사 사장으로 취임했다. 회사를 운영하기 시작한지 이제 갗 한 달을 넘긴 셈이다.

임 사장은 지난 2005년 말 케이디씨정보통신 사장을 역임한 데이어 케이디씨네트웍스 사장, 모 회사인 케이디씨 그룹의 미래전략실장으로 케이디씨 그룹의 미래 먹거리를 고민해왔다.

그는 최첨단 기술을 다루는 케이디씨 그룹 내 반도체 회사를 맡으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의 일선에 서게 된 셈이다. 그는 바른전자의 또 다른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유심카드와 근거리무선통신(NFC)칩, 와이파이칩 등을 하나로 합친 컨버젼스 카드, 낸드 적층 기술을 기반으로 한 SSD와 eSSD를 꼽았다.

특히 노트북이나 태블릿 등의 인쇄회로기판(PCB) 위에 낸드메모리를 실장하는 eSSD의 경우 일본 휴대용 게임기나 빠친코 등 성인용 게임기에 공급될 예정이다. eSSD는 손톱만한 크기에 낸드를 집적하는 기술인만큼 적층기술의 활용성이 높다고 임 사장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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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버젼스 카드를 설명하면서 그는자신의 스마트폰 뒷면을 보여줬다. “유심카드와 마이크로SD카드가 두 개 꼽혀있는데 이러한 기능들을 하나의 칩에 통합하는 형태의 비즈니스가 앞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국내 관련 대기업들과도 공동개발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임세종 사장은 “앞으로 바른전자가 이미 반도체 중견기업으로 자리 잡은 만큼 앞으로 50년, 100년 이상 지속되는 회사가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며, 사명처럼 정직하고 도덕적인 기업으로 거듭나게 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